한화 김동관 부회장 미국행
조선산업 재건 원하는 미국에
추가 투자·기술이전 제시할 듯
구윤철, 베선트 만나러 美로
김정관, 러트닉 있는 英으로
"車 관세 日·EU보다 낮아야"
美와 FTA 무관세 혜택받은 韓
관세 15% 수용 땐 사실상 역차별
일본에 이어 유럽연합(EU)도 미국과의 통상 협상에서 수천억달러의 대미 투자와 자국 시장 개방을 조건으로 상호·자동차 관세를 15%로 낮추는 데 합의했다. ‘천문학적 규모의 대미 투자+시장 개방’ 조합이 사실상 관세 감축의 표준 패키지로 자리 잡으면서 한국도 이 틀 안에서 해법을 찾아야 하는 상황이다.
정부는 ‘MASGA’(미국 조선업을 다시 위대하게) 프로젝트를 중심으로 제조업 협력, 1000억달러 이상 대미 투자, 농산물 또는 데이터 시장 개방을 포함한 패키지를 앞세워 막판 협상에 나섰다. MASGA 프로젝트를 지원하기 위해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도 미국을 찾았다.
한화의 미국 필리조선소 한경DB
◇‘MASGA’로 설득 나선 韓
일본과 EU는 관세를 낮추기 위해 각각 5500억달러와 6000억달러를 미국에 투자하겠다고 약속했다. 우리 정부도 대미 투자액 산정을 고심 중인 가운데 제조업 협력 카드를 통해 ‘양보다는 협력의 질’로 미국 측을 설득하는 전략을 쓰고 있다. MASGA 프로젝트가 핵심이다. 한국 조선사들의 미국 현지 투자와 금융·보증 지원 등을 담은 협력 패키지다.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지난 25일 뉴욕에서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장관 자택을 찾아 직접 설명해 긍정적 반응을 이끌어낸 것으로 전해졌다.
한화그룹은 MASGA 프로젝트의 핵심축이다. 한국 조선 3사 중 트럼프 행정부가 원하는 미국 내 직접 투자를 진행 중인 유일한 조선사기 때문이다. HD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은 미국 조선사와의 기술 이전과 인력 양성 등 소프트웨어 협력에 집중하고 있다. 한화그룹은 지난해 12월 미국 필리조선소를 1억달러(약 1380억원)에 인수해 미국 내 생산 거점을 가장 먼저 확보했다. 한화그룹 측은 정부에 최소 수천억원의 미국 필라델피아 조선소 추가 투자 방안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에 따르면 김 부회장은 이번주 내내 미국에 머물면서 정부 협상 상황에 따라 추가 투자 여부 등을 빠르게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장관과 통상협상을 하기 위해 29일 미국 워싱턴DC로 출국한다.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28일 미국 협상단 일정에 맞춰 영국 스코틀랜드를 찾는 등 막판 총력전을 벌였다.
◇“車 관세 ‘12.5%’가 마지노선”
산업계는 15% 상호관세가 협상의 마지노선으로 굳어진 가운데 자동차 관세만큼은 일본·EU보다 낮은 수준을 확보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 일본과 EU산 자동차는 기존에 2.5% 관세를 적용받았지만, 한국산 자동차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으로 미국 시장에서 무관세 혜택을 받아왔다. 한국이 15%의 자동차 관세를 수용하면 사실상 역차별이 된다는 지적이다. 최석영 법무법인 광장 고문은 “FTA 체결국인 한국은 자동차 품목만큼은 최소 12.5% 선을 지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일본에 이어 EU도 15% 자동차 관세에 합의하자 국내 완성차 업계는 비상이 걸렸다. 한국 차는 동급 유럽·일본 차보다 평균 5% 안팎 싼 가격 경쟁력을 무기로 삼아왔지만, 관세가 역전되면 경쟁력이 빠르게 약화할 수 있어서다. 지난해 미국 수입차 시장은 한국(143만 대), 일본(137만 대), EU(75만8000대)가 3강 체제를 형성했다.
현대차 아반떼(미국명 엘란트라)는 미국 현지 판매가가 2만2125달러로 경쟁 모델인 폭스바겐 제타(2만2995달러)보다 3.9% 저렴하다. 그러나 EU산 차량의 관세가 더 낮아지면 가격 경쟁력이 흔들릴 수 있다. 고급 차 시장도 마찬가지다. 허정 국제통상학회장은 “EU는 동유럽 제조 기반을 앞세워 대미 수출을 빠르게 늘리고 있다”며 “관세 구조가 고착되면 ‘차이나 쇼크’에 준하는 ‘EU 쇼크’가 현실화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