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계청은 올해로 100년을 맞는 인구주택총조사에 착수했다. 사진은 이번 조사를 총괄하는 통계청 김진혁 사무관(왼쪽부터), 정은숙 서기관, 김승규 사무관, 박미숙 사무관, 임찬수 사무관. /최혁 기자
통계청은 올해로 100년을 맞는 인구주택총조사에 착수했다. 사진은 이번 조사를 총괄하는 통계청 김진혁 사무관(왼쪽부터), 정은숙 서기관, 김승규 사무관, 박미숙 사무관, 임찬수 사무관. /최혁 기자
정부대전청사 3동 통계청 빌딩 16층은 야밤에도 훤하다. 16층 인구총조사과를 지키는 정은숙 통계청 서기관의 야근이 잦아졌다. 오후 6시 무렵부터는 청사 에어컨 가동이 중단된다. 열대야로 달궈진 ‘찜통 사무실’에서 초과근무를 마다하지 않는 것은 5년마다 돌아오는 인구주택총조사 준비를 위해서다. 국민 1000만명을 대상으로 조사하는 사상 초유의 작업이다.

인구주택총조사(센서스)는 대한민국의 현재를 진단하고 미래를 설계하는 가장 기본적인 국가 통계조사다. 우리나라의 생활상을 분석한 자료로 주요 정책의 근간 자료로 쓰인다.

통계청에서는 이번 조사를 총괄 기획한 정은숙 서기관을 비롯해 김승규 사무관(조사 지도 및 조사구 구축), 임찬수 사무관(조사 표본 설계), 박미숙 사무관(조사 시스템 구축), 김진혁 사무관(조사 홍보) 등이 5인이 구슬땀을 흘리며 인구주택총조사 작업을 진행 중이다.

◇인구의 20% 표본설계

이번 조사는 전체인구의 20%인 1000만명을 대상으로 진행한다. 정 서기관은 “통계청은 2015년부터 인구총조사의 표본을 10%에서 20%로 늘렸다”며 “약 500만 가구, 1000만 명을 대상으로 읍면동 단위까지 파고들어 우리나라 사람들의 혼인 상태, 교육정도 등을 조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5000만 인구 가운데 1000만명 정도까지 조사해야 전체 통계를 추산할 때 오차가 낮고 신뢰도가 높다”며 “우리나라 전체 표본 조사 가운데 가장 많은 인원을 조사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전체인구의 20%를 산출하는 작업은 통계학 박사인 임 사무관이 담당했다. 그는 “20%의 표본이지만 대한민국 전체를 대표할 수 있도록 과학적이고 객관적인 표본 설계를 했다”며 “읍면동별로 아파트, 일반주택 등 거주 형태와 외국인 비중 등의 특성이 고르게 반영되도록 무작위 추출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지리적으로 특정 지역에 몰리지 않도록 일정한 간격으로 조사 대상을 추출해 대표성을 높였다”고 덧붙였다.

‘왜 옆집은 조사하지 않고 우리 집만 조사하냐’는 현장의 목소리도 있다. 임 사무관은 이에 대해 “조사대상지역(조사구)에서는 모든 거처가 조사 대상“이라며 ”무작위로 고른 조사구에서는 특정 집만 조사하고 다른 집은 제외하는 방식이 아니다“고 말했다.

이번 조사에서는 변화하는 사회상을 반영한 질문들도 눈에 띈다. 정 서기관은 “급속한 고령화로 정책 수요가 많은 ‘가족 돌봄 시간’ 항목을 포함했다”며 “질병, 노령, 장애, 건강 문제 등으로 이유로 대가 없이 지속해서 돌보는 가족이 있는지, 돌보는 시간은 얼마나 되는지를 질문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임대 주체가 민간인지 공공인지 묻는 질문도 반영해 공공임대 가구의 특성 파악에도 나섰다“고 덧붙였다.

통계청의 인구총조사 방식은 꾸준히 진화했다. 박미숙 사무관은 “2005년부터 인터넷 조사가 본격 도입되기 시작했고, 2020년에는 모바일 조사 기능도 추가됐다”며 “인구총조사에 대한 모바일 응답률을 높이기 위해 화면 구성과 기능을 모바일에 최적화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디자인을 단순히 시각적인 요소만 바꾸는 것을 넘어, 실제 응답자들이 편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개편했다”고 설명했다.

이번 조사의 50% 내외는 조사원들이 직접 가구를 방문하는 대면 조사로 진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들은 태블릿에 설문 내용을 입력하는 형태로 조사를 진행한다. 박 사무관은 “조사원이 현장에서 태블릿을 활용해 조사를 진행하는 만큼, 속도와 저장 안정성이 중요하다”라며 “통신이 불안정한 지역에서도 오프라인 조사가 가능하도록 태블릿 기능을 강화했다”고 말했다.

◇조사요원 3만명 투입

조사를 위해서 전자지도도 구축했다. 조사원들이 조사구의 위치와 경계를 시각적으로 확인하고, 정확하고 효율적인 조사를 수행하기 위해 제작된 지도다. 전자지도를 설계한 김승규 사무관은 “2015년 이전까지만 해도 조사원들은 종이지도를 들고 현장을 누볐다”며 “2020년부터는 태블릿을 통한 전자조사 시스템이 본격 도입되면서 전자지도만으로도 조사구를 확정하고 조사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김승규 사무관은 이어 “행정안전부의 도로명주소, 국토교통부의 지적도, 한국부동산원의 아파트 정보 등 다양한 공간정보 등을 바탕으로 전자지도를 구축했다”며 “올해는 최신 공간정보를 추가로 반영해 경계 구역의 정밀도는 더욱 높아졌고, 조사원의 이동 경로도 최적화했다”고 말했다.

인구주택총조사는 1000만명을 대상으로 하는 만큼 정확성과 참여율이 중요하다. 그만큼 이번 조사의 홍보 업무도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홍보업무를 맡은 김진혁 사무관은 “전 주기(2020년) 조사의 응답률 약 97%는 얼핏 상당히 높아 보일 수 있다”면서도 “조사 대상이 1000만 인구라는 점을 고려하면 3%만 응답하지 않더라도 약 30만 명에 이르는 인구의 데이터가 수집되지 않는 셈”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응답률 100%를 목표로 국민들의 참여를 유도하기 위한 홍보가 중요하다”며 “서울을 중심으로 지역 세 곳을 포함해 총 4개 권역에서 팝업스토어형 전시를 운영할 예정이며 서울 한강공원에서 드론쇼 행사도 준비 중”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전시와 체험을 결합해 국민들이 센서스를 직접 보고 느끼며, 통계가 삶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자연스럽게 알 수 있도록 기획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밖에 이번 조사에는 약 3만 명의 조사요원도 투입된다. 이들은 시군구에서 채용된 18세 이상 책임감을 가진 인력이다. 정은숙 서기관은 “조사원의 방문에 협조하시면 우리 사회의 미래 정책에 참여하는 길”이라고 말했다.

김익환 기자 love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