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레슬링계의 전설'로 불리는 헐크 호건(본명 테리 볼리아)이 24일(현지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자택에서 심장마비로 별세했다. 향년 71세.

미국 플로리다주 서부 해변 도시 클리어워터 경찰국은 이날 오전 9시 51분 심장마비가 발생했다는 신고를 받고 호건의 자택으로 출동했다고 밝혔다. 구급대는 현장에서 응급 처치를 시도하며 그를 인근 병원으로 이송했지만, 결국 병원에서 사망했다.

AP통신은 지역 경찰과 WWE(월드 레슬링 엔터테인먼트) 발표를 인용해 호건의 사망 소식을 전하며, 전 세계 프로레슬링 팬들과 업계가 깊은 충격에 빠졌다고 보도했다.

WWE는 X 계정에 "WWE 명예의 전당에 헌액된 헐크 호건이 돌아가셨다는 소식을 접하고 깊은 슬픔에 빠져있다"며 "대중문화의 가장 상징적인 인물 중 한 명인 호건은 1980년대 WWE가 세계적인 인지도를 얻는 데 기여했다"고 애도했다.

헐크 호건은 1980년대 중반, 프로레슬링을 가족 친화적인 엔터테인먼트 스포츠로 변화시키며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다. '말굽 모양 수염'과 빨간색·노란색 의상, 그리고 '24인치 비단뱀'이라 불린 굵은 팔뚝은 그의 시그니처였다.

그는 WWE 챔피언십을 최소 6회 석권했으며, 2005년에는 WWE 명예의 전당에 헌액됐다. 또한 1985년 레슬링의 슈퍼 이벤트 '레슬매니아'를 창설하는 데 주도적인 역할을 했으며, '더 록' 드웨인 존슨, 앙드레 더 자이언트, 얼티밋 워리어, 랜디 새비지 등과의 전설적인 대결로 수많은 팬들의 기억에 남아 있다.

레슬링계의 인기를 기반으로, 그는 TV와 영화에도 활발히 진출했다. 대표적으로는 리얼리티 쇼 '호건 노즈 베스트'와 영화 '록키 3' 등에 출연하며 대중적인 스타로 자리 잡았다.

'록키 3'에서 그가 맡은 '썬더립스' 역할은 팬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고, 그가 주연한 레슬링 영화 '죽느냐 사느냐'(No Holds Barred)로 글로벌 팬들을 모았다.

사생활 면에서 많은 이야기가 있었다. 2012년에는 그가 유명 라디오 DJ 진행자이자 가장 친한 친구의 부인인 헤더 클렘과 가진 여러 차례의 성관계 영상이 가십 매체 '고커 미디어'를 통해 공개돼 논란이 됐다. 그는 이 매체를 상대로 사생활 침해에 대한 소송을 제기해 승소, 1억1500만달러(약 1578억원)의 배상 판결을 받기도 했다.

그는 정치적 발언도 서슴지 않았다. 지난해 7월에는 미 대선을 앞두고 공화당 전당대회 무대에 올라 "우리는 지도자이자 나의 영웅인 검투사와 함께 미국을 되돌릴 것"이라며 "트럼프 마니아들이 다시 미국을 위대하게 만들게 하라"라고 말하며 당시 트럼프 후보 지지 연설을 했다.

헐크 호건이 세상을 떠난 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강하고, 터프하면서 똑똑하고, 가장 큰 심장(마음)을 가진 '마가'(MAGA·Make America Great Again)였다"며 애도했다. 마가는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라는 뜻으로 주로 트럼프 지지층을 의미한다.

이어 "그는 (작년 7월) 공화당 전당대회 때 완전히 전율이 흐를 정도의 연설을 했다"며 "전 세계 팬들을 즐겁게 만들었고, 그의 문화적 영향력은 거대했다. 헐크 호건이 무척 그리울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예랑 한경닷컴 기자 yesr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