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이노텍 연구원들이 지난 15일 서울 마곡 본사에서 열린 ‘차세대 디지털키 솔루션’ 설명회에서 안전과 편의 기능을 대폭 강화한 디지털키 신제품을 시연하고 있다.  /LG이노텍 제공
LG이노텍 연구원들이 지난 15일 서울 마곡 본사에서 열린 ‘차세대 디지털키 솔루션’ 설명회에서 안전과 편의 기능을 대폭 강화한 디지털키 신제품을 시연하고 있다. /LG이노텍 제공
예민한 센서가 미세 호흡을 감지해 아이가 차량 뒷자리에 홀로 있다는 알림을 스마트폰으로 보낸다. 누군가 자동차 문을 열려고 하자 경고 알림이 스마트폰을 가득 채운다. 운전자가 차량 앞쪽으로 가면 운전석 문이 열리고, 뒤쪽으로 가면 뒷좌석 문만 열린다. LG이노텍이 16일 선보인 차세대 디지털키의 주요 기능이다. LG이노텍은 이 같은 기술력을 앞세워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을 공략해 2030년 3조3000억원 규모로 확대될 글로벌 스마트키 시장에서 1위가 되겠다고 선언했다.

◇ 차세대 차량용 키 ‘선점’

LG이노텍 '만능 디지털키'로 3조원 황금시장 잡는다
LG이노텍은 전날 서울 마곡동 본사에서 ‘차세대 디지털키 솔루션’을 주제로 기자간담회를 열고 이같이 밝혔다. 디지털키는 차에 설치된 각종 센서를 스마트폰 앱으로 구동·제어하는 시스템이다. 센서에서 읽은 정보를 스마트폰에 보내고, 반대로 스마트폰으로 차 문을 개폐하거나 시동을 걸 수 있다.

편의성과 안전성을 무기로 디지털키 시장은 쑥쑥 크고 있다. 실물 키를 들고 다닐 필요가 없는 데다 차량 도난 위험도 줄일 수 있어서다. 디지털키가 적용된 차량은 연결된 스마트폰이 있어야 시동을 걸 수 있다. 업계에선 이런 이유로 올해 6000억원 정도인 글로벌 디지털키 시장이 2030년 3조3000억원 규모로 다섯 배 이상으로 커질 것으로 예상한다.

LG이노텍은 이런 ‘황금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2017년 디지털키 개발에 뛰어들었고, 2019년 첫 제품을 출시해 국내외 14개 차종에 공급하기로 계약했다. 이날 공개한 3세대 버전은 이르면 2028년 양산에 들어간다. 유병국 전장부품사업부장(전무)은 “글로벌 넘버원을 목표로 속도를 낼 것”이라며 “국내뿐 아니라 유럽 완성차 업체와도 납품을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 “위치 정확도 업계 최고”

이번에 선보인 3세대 디지털키의 최대 강점은 위치 탐지 범위를 업계 최고 수준인 10㎝ 이내로 줄인 것이다. 탐지 범위가 20~30㎝나 됐던 탓에 앞문에 접근했는데 뒷문이 열리는 등 차량 개폐 오작동 문제를 해결했다.

LG이노텍은 위치 정확도를 높이기 위해 블루투스뿐 아니라 광대역폭 주파수를 활용하는 초광대역(UWB) 기술과 3D(3차원) 좌표를 학습하는 인공지능(AI) 알고리즘을 적용했다. 차량용 3D AI 알고리즘을 자체 개발한 업체는 LG이노텍을 포함해 전 세계 2~3곳에 불과하다.

각종 안전 기능도 넣었다. 아동 감지(CPD) 기능이 대표적이다. 어린아이를 차에 남긴 채 문을 잠그면 레이더가 아동의 미세 호흡을 감지해 운전자 스마트폰으로 알람을 보낸다. LG이노텍은 “미국에서만 매년 수십 명의 아동이 차 안에 방치돼 사망한다”며 “미국과 유럽에서는 차량 내 CPD 적용을 의무화하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문을 강제로 열려고 시도할 때 즉각 경고 알림을 보내는 기능도 절도가 많은 국가에서 필수 옵션으로 주목받고 있다.

LG이노텍은 디지털키를 포함한 전장(자동차 전자장치) 사업을 강화해 스마트폰 카메라 위주의 사업 구조를 다각화한다는 방침이다. LG이노텍은 디지털키 외에 차량용 카메라 모듈, 첨단운전자보조시스템(ADAS)용 센싱 부품, 통신·조명 모듈 등 다양한 전장 사업을 벌이고 있다.

LG이노텍 전장부품사업부는 지난해 영업이익 386억원을 냈다. 수주가 늘어나고 있는 만큼 내년 영업이익이 1000억원에 육박할 것으로 업계는 예상했다. 문혁수 LG이노텍 최고경영자(CEO)는 “5년 내 전장부품 매출을 5조원까지 끌어올릴 계획”이라고 말했다.

박의명 기자 uimy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