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기획위원회가 이재명 정부 공약인 ‘재외국민 우편투표제 도입’을 국정과제로 넣는 방안을 추진한다. 10%대에 그치는 재외국민 투표율을 끌어올려 실질적인 참정권을 보장하겠다는 취지다. 하지만 우편투표제를 도입하면 관리 부실 논란이 일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국정委 '재외국인 우편투표' 국정과제 가닥…관리부실 우려도
16일 여권에 따르면 국정기획위는 외교부와 재외동포청이 최근 제안한 재외국민 우편투표제 도입을 국정과제로 채택하기로 가닥을 잡았다. 국정기획위는 지난 15일 주관 부처인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위원들과 재외국민 우편투표제 도입에 관한 의견을 주고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국정기획위 핵심 관계자는 “우편투표제 도입은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지난 국회에서도 수많은 논의가 있었던 만큼 긍정적으로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현행법상 해외 거주 중인 국민은 각국의 영사관이나 대사관 등 공관에서 투표해야 한다. 공관이 있는 도시가 제한적이다 보니 투표를 하고 싶어도 못 하는 재외국민이 많다는 지적이 잇따랐다. 선관위에 따르면 이번 대선에서 재외선거권자 투표율은 10.4%에 그쳤다. 선관위가 추산한 재외선거권자는 총 197만4375명이었지만 투표하겠다고 기한 내 신청한 인원(재외선거인)은 25만8254명, 실제 투표자는 20만5268명에 불과했다. 한 외교관은 “국내 선거는 동마다 여러 개의 투표소가 설치되지만 해외 상황은 완전히 다르다”며 “미국은 넓은 영토에 비해 투표소가 차려지는 공관 수가 한정돼 집에서 투표소까지 갈 엄두를 못 내는 재외국민이 많다”고 설명했다. 국정기획위는 투표용지를 재외선거인에게 발송하고 이를 재외선거인이 받아 기표한 뒤 회송용 봉투에 넣어 재외선관위에 우편으로 다시 발송해 투표하는 방식 등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정치권에선 재외국민 우편투표제가 현 여권에 유리한 제도라는 분석도 나온다. 선관위에 따르면 2012년 이후 치러진 여덟 차례 재외선거에서 범진보계열 정당이 일곱 차례 승리했다. 보수 정당이 이긴 선거는 재외국민 투표가 처음 시행된 19대 총선이 유일했다. 한 야권 관계자는 “재외국민의 주요 정치 세력을 보면 진보 정당에 유리한 것은 사실”이라며 “국민의힘이 반발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선관위 내부에서도 우편투표제를 도입할 경우 관리 부실 우려가 도마에 오를 수 있다는 분위기다. 국정기획위는 전날 선관위에 “우편투표제 도입이 재외국민의 투표율을 높일 방안인 만큼 단계적 시행 방안이라도 긍정적으로 검토해줄 것”을 요청했지만 김용빈 선관위 사무총장은 “엄격한 투개표 관리의 필요성, 대리투표 논란 차단 등을 감안해 신중한 판단이 요구된다”고 답했다. 21대 국회 때도 재외국민 우편투표제 도입을 골자로 한 공직선거법 개정안을 심의하는 과정에서 “대리투표나 허위 신고, 국가별 우편시스템 불안정성에 따른 분실이나 배달 지연 문제가 없는지 등을 검토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배성수/하지은/남정민 기자 baeba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