印尼, 美에 시장 열고 관세 깎아
32%서 19%로 대폭 낮춰 타결
농산물·항공기·에너지 등 구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5일(현지시간) 한국이 미국과의 무역 협상에서 시장 개방 의지가 있음을 시사했다고 밝혔다. 오는 8월 1일 상호관세 부과를 앞두고 한국에 농산물 시장 등을 열라고 압박한 것으로 해석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피츠버그에서 열린 행사에 참석하고 워싱턴으로 복귀한 뒤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한국을 포함한 몇몇 국가가 자신의 위협에 무역을 개방할 의지가 있다고 시사했으며 일본은 그렇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3일엔 한국, 일본, 유럽연합(EU) 등의 국가들이 미국이 부과한 관세를 낮추기 위해 자국 시장을 개방하려고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는 당시 “EU는 그들의 나라를 개방하고 싶어 한다. 난 일본이 시장을 개방하는 정도가 훨씬 덜하다고 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하지만 그들 모두 자기의 방식을 매우 매우 빠르게 바꾸고 있으며 한국은 협상을 타결하고 싶어 한다”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앞서 이날 SNS를 통해 인도네시아와 무역협정을 타결했다고 밝혔다. 인도네시아는 미국산 제품에 무관세를 적용하는 등 시장을 개방하는 대신 미국에 수출하는 상품에 대한 관세를 32%에서 19%로 깎았다. 또 미국산 농산물을 45억달러(약 6조2500억원)어치 구매하고, 150억달러(약 20조8000억원) 상당의 미국산 에너지와 보잉 항공기 50대를 도입하기로 했다. 이로써 인도네시아는 영국, 베트남에 이어 미국과 세 번째로 무역 협상을 타결하게 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상호관세를 낮춘 것보다 인도네시아의 시장 개방에 더 큰 의미를 부여했다. 그는 “(이번 협정은) 인도네시아 전체 시장을 역사상 처음으로 미국에 완전히 개방하는 이정표”라며 “우리 농민과 어민이 2억8000만 명 규모의 인도네시아 시장에 총체적으로 접근할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앞서 미국은 영국으로부터 연간 1만3000t의 미국산 소고기를 수입하겠다는 약속을 받아냈다. 베트남과는 29억달러 규모의 농산물 구매 계약을 맺었다. 인도네시아에 이어 인도와도 비슷한 방향의 협상이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한국을 향한 농산물 시장 개방 요구가 거세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인도와도 같은 방식으로 진전 중”이라며 “우리는 관세를 통해 이들 국가에 접근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여한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은 최근 “농산물 분야에서 고통 없는 협상은 없다”며 쌀, 소고기, 사과 등 민감 품목에서 일정 부분 양보가 불가피하다는 점을 시사했다.
에너지 부문에서도 미국의 압박이 본격화할 가능성이 크다. 트럼프 행정부는 영국과의 무역 합의에서 에탄올 14억L 수출을 포함했다. 이에 따라 한국에 알래스카 액화천연가스(LNG) 프로젝트에 참여하라는 압박이 이어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