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건희 특별검사팀 수사관들이 8일 국회 윤상현 국민의힘 의원실을 압수수색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건희 특별검사팀 수사관들이 8일 국회 윤상현 국민의힘 의원실을 압수수색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전 대통령 부부를 겨냥한 특별검사 수사가 거침없이 진행되고 있다. 김건희 특검팀은 공천개입 의혹과 관련해 윤상현 국민의힘 의원 등 핵심 인물을 상대로 동시다발 압수수색에 나섰고, 해병대원 특검팀은 ‘VIP 격노설’의 중심에 있는 김태효 전 국가안보실 1차장을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한다고 발표했다.

윤 전 대통령의 구속 전 피의자 심문이 열리는 9일 서울중앙지방법원 일대에서 집회 참가자 4000여 명과 경찰 2000명이 대치할 것으로 예상돼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현직 의원 첫 압수수색

김건희 여사 의혹을 수사 중인 민중기 특검팀은 8일 오전부터 윤 의원의 국회 사무실과 자택, 김영선 전 의원의 경남 창원 자택, 김상민 전 검사 자택 등 10여 곳에 수사관을 보내 문서 자료와 PC 파일을 확보했다고 밝혔다.

오정희 특별검사보는 브리핑에서 “특검법은 2021년 재·보궐선거, 2022년 8회 지방선거와 재·보궐선거 등에 부당하게 개입했다는 의혹 등을 수사 대상으로 정했다”며 “압수물 분석과 관련자 소환조사 등을 신속하게 해 실체를 규명해나갈 예정”이라고 강조했다.

2022년 보궐선거 공천 개입 의혹은 윤 전 대통령 부부가 대통령 선거 과정에서 ‘정치 브로커’ 명태균 씨로부터 81차례에 걸쳐 불법 여론조사를 무상으로 제공받은 대가로 김 전 의원 공천을 적극 도왔다는 것이다. 당시 윤 의원은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장을 맡았다. 앞서 공개된 통화록에서 윤 전 대통령은 공천 발표 전날인 2022년 5월 9일 명씨에게 “내가 김영선이 경선 때부터 열심히 뛰었으니까 김영선이를 좀 해줘라 그랬는데, 말이 많네. 당에서”라며 “상현이(윤 의원)한테 내가 한 번 더 이야기할게”라고 말했다.

또 김 여사는 지난해 4·10 총선을 앞두고 창원 의창 지역에 김 전 검사를 출마시키기 위해 김 전 의원에게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특검팀은 이날 ‘건진법사’ 전성배 씨의 명품 수수 의혹을 수사하고 있는 경찰청도 임의제출 방식으로 압수수색에 나섰다. 특검팀은 경찰에서 통일교 지도부의 해외 도박 의혹과 관련한 수사 기록을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VIP 격노설’ 핵심 김태효 소환

해병대원 순직 사건을 수사 중인 이명현 특검팀은 핵심 관계자를 잇달아 소환하며 수사에 속도를 내고 있다. 정민영 특검보는 브리핑에서 “김 전 차장을 11일 오후 3시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세 특검 중 김 전 차장을 피의자 신분으로 공개 소환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는 수사 방해·외압 의혹과 관련해 직권남용 혐의를 받는다.

특검팀은 윤 전 대통령이 해병대 수사단의 초동수사 결과를 보고받은 2023년 7월 31일 외교안보수석비서관회의 직후 사건의 경찰 이첩을 보류했는지를 집중 조사할 방침이다.

◇尹 구속 심사…‘창과 방패’ 대결

특검 수사에 결정적 영향을 미칠 윤 전 대통령의 재구속 여부는 이르면 9일 밤 결정될 전망이다. 남세진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이날 오후 2시15분부터 구속 전 피의자 신문을 한 뒤 같은 날 밤늦게나 10일 새벽께 영장 발부 여부를 결정한다.

특검과 윤 전 대통령 측 간 치열한 법리 공방이 예상된다. 내란 특검팀은 윤 전 대통령이 계엄 문건 사후 작성 및 폐기, 체포영장 집행 방해 등 다섯 가지 혐의에 연루돼 있다고 보고 있다. 윤 전 대통령 측은 혐의가 소명되지 않았고, 도주와 증거인멸 우려도 없다는 입장으로 맞설 전망이다.

윤 전 대통령 지지 단체들은 구속 전 피의자 심문이 열리는 서울중앙지법 인근에서 4000명 규모의 구속 반대 집회를 신고했다.

정희원/황동진/김다빈 기자 toph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