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회장이 8일 대한상의에서 열린 토론회에서 인사말 하고 있다. / 사진=이솔 기자
최태원 회장이 8일 대한상의에서 열린 토론회에서 인사말 하고 있다. / 사진=이솔 기자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SK그룹 회장·사진)은 8일 서울 중구 대한상의 회관에서 열린 ‘지속가능한 우리 사회를 위한 새로운 모색’ 주제 토론회에 참석해 “돈을 집어넣어도 해결할 수 없는 사회 문제들이 나타나고 있어 기존의 성공 방정식을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 회장은 “지금의 자본주의 시스템이 사회를 잘 작동시킬지에 대해 의구심이 있다”고도 했다. 이어 “기업들에 ‘돈만 벌면 된다’는 형태로 자본주의 시스템이 디자인되다 보니 다른 사회 가치를 만들 수 있는 효과나 이야기는 등한시됐다. 사회적 가치를 경제 시스템에 내재화시킬 필요가 있다”고 힘줘 말했다.

최근 발생하는 각종 사회 문제들이 복잡다단해짐에 따라 단순히 비용을 투입해 문제를 해결하기 어려워졌다는 시각이다. 따라서 사회적 가치나 외부 효과를 시스템에 내재화하되, 기업을 비롯한 경제 주체들에 인센티브를 부여해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으로 전환하자고 부연했다.

그는 “사회 문제를 좋은 마음만 가지고 해결하라는 것은 해결 속도를 만족시킬 수 없기 때문에, 문제를 풀 수 있는 사람에게 경제적 인센티브 형태를 줘 문제를 해결할 필요성이 있다”고 했다.

실제로 SK그룹은 비영리재단 사회적가치연구원을 설립해 2015년부터 ‘사회성과인센티브(SPC)’ 사업을 운영하고 있다. 사회적 기업이 창출한 사회적 가치를 측정해 상응하는 인센티브를 주는 내용으로, SK는 10년간 이 사업에 참여한 사회적 기업 500여곳에 총 700억원가량을 보상으로 지급했다.

이날 토론회에서 전문가들은 현 상황을 인공지능(AI) 대전환, 저성장, 국제 통상 환경 재편 등에 더해 인구소멸, 지역 불균형, 기후 위기 등 사회 문제까지 심화하는 ‘복합 위기’로 진단하면서 ‘신(新)기업가정신’을 바탕으로 정부와 기업, 사회의 연대가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냈다.

김재구 전 한국경영학회장은 “위기 상황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가 필요하다. 우리 사회 모든 이해관계자가 혁신생태계를 공동 설계하고 참여하며 함께 책임지는 새로운 패러다임으로서 신기업가정신이 역할을 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이정현 명지대 교수도 “(기업은) 제품과 서비스 설계 단계에서부터 사회문제 해결 기능을 내재화할 필요가 있다”며 “수익과 주주가치 중심 전략을 넘어 사회적 가치를 핵심 경영 가치로 내재화해 경제적 가치로 선순환되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날 행사는 대한상의가 2022년 발족시킨 기업 협의체인 신기업가정신협의회(ERT)와 한국사회과학협의회가 공동 주최했다. ERT는 현재 약 1850개 기업이 참여 중이며 기술과 문화를 바탕으로 사회문제를 해결하고 발전을 이끌어나가는 ‘신기업가정신’을 비전으로 제시했다.

김봉구 한경닷컴 기자 kbk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