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수영, 평생 취미 덕분에 '대박'…은퇴 세대에 '인기 폭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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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스트셀러 요리책 낸 류수영
"장가 가는 아들에게 선물하는 책이길"
<류수영의 평생 레시피>
출간 직후 베스트셀러에 올라
"장가 가는 아들에게 선물하는 책이길"
<류수영의 평생 레시피>
출간 직후 베스트셀러에 올라
류씨는 8일 <류수영의 평생 레시피> 출간 기념 기자 간담회에서 "출간 첫날부터 생각보다 반응이 좋아 몸둘 바를 모르겠다"며 웃었다.
그는 TV 요리 예능 프로그램 '편스토랑'에서 요리 실력을 뽐내 '어남선생(본명 어남선+선생님)'이라는 별명을 얻었다. 책은 그간 그가 방송에서 소개했던 300여 개 요리법 중 79가지를 추려 사진과 함께 자세히 설명한다.
"저도 요리책으로 요리를 배웠기 때문에 감히 제가 요리책을 낸다는 게 가당치 않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많은 분들이 '영상을 찾아보기 힘들다, 정리해서 책으로 내줬으면 좋겠다'고 하셔서 용기를 냈습니다."
그는 "누구에게나 만만한 요리책이 되기를 바라면서 썼다"고 했다. "장가 가는 아들에게 챙겨주는 책이면 좋겠어요. '매일 배달시켜먹을 수는 없으니까 이 책 보고 주말에 두 끼는 요리해 먹어.' 이렇게 건넬 수 있는 책이요. 고급요리는 없어요. 장보기 전에 펼쳐볼 책, 책장에 고추장도 묻고 너덜너덜해지도록 보는 책이 되기를 바라면서 썼어요."
온라인에 요리법이 많은데 왜 요리책이 필요할까. 그는 요리책의 강점으로 '상상력'을 꼽았다. "네비게이션만 보고 따라가는 길은 혼자 다시 가지 못해요. 요리도 마찬가지예요. 유튜브를 틀어놓고 요리를 하면 한 번은 하는데 영상 없이 다시는 못 하죠. 책은 스스로 이해하고 시뮬레이션해보는 과정이 있으니까 한 번만 해봐도 60~70%는 머릿속에 남아있어요. 또 알고리즘의 지배를 받는 영상과 달리 책은 목차를 보고 나름의 우선순위를 정하는 '뇌고리즘'이 생겨요."
그가 좋아하는 요리책 역시 파이돈 프레스의 <실버스푼>이나 줄리아 차일드의 <프랑스 요리의 기술>처럼 사진보다 글이 많은 요리책이다. 이번 책을 민음사의 브랜드 '세미콜론'에서 내게 된 것도 <실버스푼> 한국판이 이곳에서 번역·출간됐기 때문이다.
책 제목을 '평생 레시피'로 지은 이유에 대해서는 "자취를 시작하거나 결혼을 하면서 요리책을 처음 사는 세대에게 제 책이 평생 레시피가 됐으면 좋겠다"고 답했다. "음악은 25살에 듣는 걸 죽을 때까지 듣는대요. 그래서 듣는 음악이 다르면 세대가 다른 거라고 하더라고요. 음식도 그런 것 같아요. 집밥이 평생 입맛을 지배해요." 책의 부제는 "죽을 때까지 나를 먹여 살릴 '어남선생'의 쉽고 맛있는 집밥"이다.
요리는 류씨의 평생 취미였다. 그는 "요리는 제가 가장 좋아하는 취미였는데 이제 제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일이 됐다"고 말했다. 이어 "요리를 하고 요리법을 전하는 건 제가 인간으로서 배우보다 더 쓸모 있는 일을 하고 있단 생각을 들게 한다"며 "연기를 하면 주목받고 뜨거운 사람이 되지만, 요리를 하면 따뜻한 사람이 돼서 주변에 사람들이 다가온다"고 덧붙였다.
그는 최근 각종 요리 프로그램을 통해 해외에 한식을 알리는 역할을 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미국 스탠퍼드대에서 열린 K-푸드 학회 행사에서 특별 연사로 강단에 서기도 했다. 류씨는 앞으로의 목표가 "한식을 (새로운 곳에) 많이 던져보는 것"이라며 "섞이지 않는 음식은 사멸하고, 한국 음식도 해외 문화와 더 많이 만나야 발전할 것"이라고 했다.
두 번째 요리책도 예고했다. 류씨는 "전기밥솥에 늘 밥이 있어야 하는 세대를 위해 한끼를 쉽게 구성할 수 있는 '반찬'에 대한 책을 내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이날 기자 간담회 등 일정이 몰려 '일복 터진 날'이라며 너스레를 떨었다. 고된 하루를 마친 오늘 저녁 '어남선생'의 밥상에는 어떤 요리가 오를까. 오래 집을 비울 때면 아이를 위해 갈비를 재워놓는다는 그는 "돼지갈비 재워놓은 게 세 조각 정도 남았으니 전분을 살짝 묻혀 튀기듯이 익힌 뒤 고추장비빔면과 곁들여 먹을 것"이라며 웃었다.
구은서 기자 ko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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