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현지시간) 캐나다 몬트리올 심포니 홀에서 열린 제21회 몬트리올 국제 음악 콩쿠르(Councours Musucal International De Montreal) 성악 부문 결선에서 한국의 테너 황준호가 2위에 올랐다.
테너 황준호 캐나다 몬트리올 국제 성악 콩쿠르 2위
몬트리올 국제 음악 콩쿠르는 퀘벡주 몬트리올에서 매년 개최되는 국제 음악 경연대회로 피아노, 바이올린, 성악 부문을 3년 주기로 순환 개최한다. 2002년 창설 이후 약 90개국에서 5000명 이상이 지원해왔으며 ‘세계 무대 데뷔를 위한 관문’으로 평가받는다.

대회 총상금이 16만 캐나다달러(약 1억6000만원)인 이 콩쿠르는 1위부터 3위 수상자에게는 우승 상금 이외에도 본 대회를 창설한 캐나다 출신의 베이스 성악가 조셉 룰로(1929 ~ 2019)의 이름을 딴 ‘조셉 룰로 경력 지원금’을 준다. 몬트리올 오페라 아리아상, 청중상, 캐나다 작품 최우수 연주상 등 다양한 특별상도 수여한다.

이번 대회의 심사위원단은 세계 오페라 무대에서 활약 중인 성악가와 기획자들로 구성됐다. 캐나다 출신 소프라노 아드리안느 피에죤카가 심사위원장을 맡았다. 해롤린 블랙웰(미국, 소프라노) 이안 번사이드(영국, 피아니스트), 에티엔 뒤(캐나다, 바리톤), 앤서니 프로이(미국, 시카고 리릭 오페라 총감독), 로베르토 마우로(캐나다, 토론토 오페라 아트디렉터), 크리스티나 셰펠만(독일, 전 시애틀 오페라 총감독), 로레스 지글러(미국, 메조소프라노) 등이 심사에 참여했다.

올해에는 전 세계 43개국 348명의 지원자가 1차, 2차 본선과 준결승(세미파이널)을 거쳤고 단 5명만이 성악 부문 결선에 진출했다. 지난 4일 발표된 결선 진출자 명단에는 한국의 테너 황준호와 소프라노 한예원을 포함해 러시아의 소프라노 줄리아 무지첸코 그린할호, 영국의 바리톤 시어도어 플랫, 호주의 메조소프라노 플뢰란 브록웨이가 이름을 올렸다.
5명의 파이널리스트(시어도어 플랫, 줄리아 무지첸코 그린할호, 플뢰란 브룩웨이, 한예원, 황준호 순) /(c)CMIM 공식 홈페이지 제공
5명의 파이널리스트(시어도어 플랫, 줄리아 무지첸코 그린할호, 플뢰란 브룩웨이, 한예원, 황준호 순) /(c)CMIM 공식 홈페이지 제공
이들은 결선 무대에서 미국 휴스턴 그랜드 오페라의 예술 및 음악 감독인 패트릭 서머스의 지휘로 몬트리올 심포니 오케스트라(MSO)와 함께 3곡의 아리아를 경연했다.

황준호는 마지막 순서로 결선 무대에 올라와 푸치니의 오페라 <라 보엠>의 로돌포 아리아 '그대의 찬손'과 라흐마니노프의 오페라 <알레코>에 나오는 '저 멀리 아치 아래를 보라', 오펜바흐 오페라 <호프만의 이야기> 중 호프만의 아리아 '옛날 옛적 아이제나흐 궁정에서'를 노래했다.
하피스트의 반주에 맞춰 라흐마니노프의 <알레코의 아리아를 부르는 테너 황준호 / (c)CMIM 라이브 스트리밍 화면 ">
하피스트의 반주에 맞춰 라흐마니노프의 <알레코>의 아리아를 부르는 테너 황준호 / (c)CMIM 라이브 스트리밍 화면
황준호는 테너의 음역 중 가장 높은 음인 '높은 도(High C)'를 소화해야 하는 '그대의 찬손'을 부족함 없이 소화했고, 하피스트의 반주에 맞춰 독창하는 '저 멀리 아치 아래를 보라'를 노래할 때는 지휘에 맞춰 서정적인 음색으로 매끄럽게 음악을 소화했다. 3번째 무대에서는 술에 취한 호프만이 아이제나흐 궁정의 난쟁이 클라인작 이야기를 해학적으로 풀어내는 장면에서 연기를 더해 불렀다. 결선 진출자 중 유일한 테너인 황준호가 경연을 마치자 청중들은 큰 함성과 기립 박수로 화답했다.

황준호는 서울대 음악대학을 졸업했고 현재 독일 베를린 한스 아이슬러 음대에서 석사 과정을 밟고 있다. 베를린 슈타츠오퍼 오페라 스튜디오 소속으로 활동중이다. 그는 2024년 핀란드 헬싱키에서 열린 미르얌 헬린 국제 성악 콩쿠르에서 3위, 2023년 우즈베키스탄에서 열린 컴페티션 델 오페라 국제 성악 콩쿠르에서 1위를 수상하는 등 국제 무대에서 꾸준히 두각을 드러내고 있다. 또한 세아이운형문화재단 오페라 인재로 선정돼 지원을 받고 있다.

서울대에서 황준호를 지도한 테너 김래주는 "기본기가 잘 잡혀 있는데도 늘 발성에 대한 고민을 거듭하며 가르침을 거부감 없이 습득하는 학생"으로 그를 기억했다. 김래주는 "몬트리올 콩쿠르 파이널 무대에서 대학 시절 함께 고민했던 테너의 발성적 테크닉보다 더 발전된 표현을 선보였다"며 "황준호가 앞으로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테너로 성장할 것을 확신한다"고 말했다.

황준호는 상금 1만5000 캐나다달러와 조셉 룰로 경력 지원 특별상 1만 캐나다달러를 더해 2만5000 캐나다달러(약 2500만원)를 받는다. 예술요원으로 편입돼 군 복무를 대체할 수 있는 병역 특례 자격도 얻었다. 1위 수상자 플뢰란 브록웨이는 7만5000 캐나다달러를, 3위 시어도어 플랫은 2만 캐나다달러의 상금을 각각 획득했다.
2차 결선에서 노래하는 테너 황준호 / (c)몬트리올국제콩쿠르 홈페이지 스티리밍
2차 결선에서 노래하는 테너 황준호 / (c)몬트리올국제콩쿠르 홈페이지 스티리밍
테너 황준호의 2차 결선 실황 / (c)몬트리올국제콩쿠르 홈페이지 스티리밍
테너 황준호의 2차 결선 실황 / (c)몬트리올국제콩쿠르 홈페이지 스티리밍
조동균 기자 chodog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