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재료가 제때 도착하지 않자 스스로 생 마감한
샹티이 성 수석 셰프 프랑수아 바텔,
프랑스 장인 정신과 미식 문화 보여주는 예
아르 드 라 타블르(Art de la Table)는 요리와 와인에 대한 지식, 파이앙스 접시, 유리와 크리스털 제품, 테이블 장식, 메뉴 구성, 식사 예법, 식탁 세팅 및 손님 배치, 식탁 예절 등 프랑스 식문화를 통틀어 일컫는 식탁의 예술이다.
프랑스 요리는 맛뿐만 아니라 시각적 즐거움도 함께 선사한다. 테이블 중앙의 꽃장식, 아름다운 접시, 샴페인 잔과 와인 잔, 스타터 요리부터 디저트까지 각 코스에 맞춘 포크와 나이프 등 아름다운 상차림만으로도 설렘과 행복을 불러일으킨다.
Yport(노르망디)에서의 결혼식 피로연, 1886, Albert Fourié, Rouen Museum of Fine Arts. / 필자제공바텔이 준비한 루이 14세를 위한 연회
프랑스 전통 요리를 이야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인물이 바로 프랑수아 바텔(François Vatel)이다. 그는 17세기 샹티이 성(Château de Chantilly)의 수석 셰프이자 연회를 총괄하는 메트르 도텔(Maître d’hôtel)로, 1671년 샹티이 성을 방문하는 루이 14세를 위해 성대한 연회를 준비하였다.
사냥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 Grille d'Honneur 쪽에서 바라본 샹티이 성, 장 밥티스트 랄망, Condé Museum, Chantilly. / 필자제공
바텔은 모든 것을 완벽하게 철저히 준비했지만, 주문했던 생선이 제시간에 도착하지 않았다. 프로 정신이 투철했던 그는 이를 감당하지 못하고 결국 스스로 생을 마감하게 된다. 이 이야기로 인해 바텔은 프랑스 역사 속에 전설적인 인물이 되었다.
아이러니하게도 루이 14세는 그 연회에 매우 만족하였다니 늦어진 생선 배달 때문에 그런 비극이 벌어졌다는 게 참 안타까운 일이다. 이 일화는 셰프의 철저한 장인 정신과 프랑스 미식 문화, 즉 프렌치 가스트로노미의 중요성을 잘 보여주는 사례이다.
바텔이 자살하는 모습, Édouard François Zier. / 필자제공프랑스 전통 요리, 프렌치 가스트로미
2024년에 개봉한 영화 '프렌치 수프'는 사람들이 프랑스 전통 요리를 간접적으로 접하는 계기가 되었다. 1987년에 개봉된 덴마크 영화 '바베트의 만찬(Babette's Feast)'은 프랑스 가스트로노미를 감동적으로 다룬 작품이다.
19세기 덴마크의 한 작은 마을을 배경으로, 목사였던 아버지의 엄격한 신앙생활 속에서 마르틴과 필리파 자매는 소박하게 살아간다. 그러던 어느 날, 1887년 프랑스 내전을 피해 도망쳐온 바베트는 두 자매의 하녀가 되어 14년간 묵묵히 헌신하며 살아간다.
그러던 중 바베트는 복권에 당첨되고, 두 자매는 이제 바베트가 프랑스로 돌아갈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그녀는 구하기 어려운 음식 재료를 프랑스에서 공수받아 마을의 지인들을 초대하여 진수성찬을 준비한다. 검소하고 엄격한 종교적 배경 때문에 처음엔 이 호화로운 만찬에 커다란 거부감을 가지지만, 결국 식사는 모두를 감동시킨다.
식사 후 바베트는 자신이 그 당시 파리 최고의 레스토랑 중 하나였던 카페 엉글레즈의 셰프였으며, 이 만찬을 위해 복권 당첨금 전부를 썼다는 사실을 밝힌다. 바베트의 만찬은 그녀가 지난 14년간 마음속 깊이 감추고 있던 요리에 대한 열정과 감사, 그리고 사랑이 담긴 희생의 예술이었다.
서양식 식탁이 낯선 사람이라면 식탁에 놓인 여러 개의 칼과 포크 중 무엇을 먼저 써야 할지, 물 잔과 와인 잔이 헷갈려 당황한 경험이 있을 것이다
서양 테이블 세팅에는 일정한 규칙이 있다. 중앙에는 프레젠테이션 플레이트가 놓이고, 그 위에 1~2개의 접시를 겹쳐 올려놓는다. 식사에 준비된 음료의 종류에 따라 식탁에는 2~4개의 잔이 놓인다. 일반적으로 접시 위 오른쪽에 물(가장 큰 잔), 레드 와인, 화이트 와인, 샴페인 잔 순으로 사선으로 배치된다.
잔을 부딪치며 건배하는 풍습은 중세 시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에는 술잔이 나무로 만들어져 술잔을 세게 부딪쳐도 깨지지 않고 건배하면서 잔 속의 음료가 튀어 섞인다고 믿었다. 건배를 하면서 술이 섞이니 상대방이 술잔에 독을 넣지 못해 안심하고 마실 수 있었다. 건배할 때 서로의 눈을 바라보는 풍습 또한, 상대방의 표정을 관찰하기 위해서였다고 한다.
포크는 접시의 왼쪽, 칼은 오른쪽에 둔다. 르네상스 시대에는 오른손잡이가 왼손잡이보다 우월하다고 여겨졌기 때문에, 힘과 권력을 상징하는 칼을 오른쪽에 놓게 되었다고 한다.
프랑스 전통 상차림은 다른 나라와 달리 포크와 수저를 뒤집어서 놓는 것이 특징이다. 이는 포크와 수저의 등 부분에 가문의 문장이 새겨져 있어 이를 보이기 위함이었다. 칼과 포크는 접시에서 가장 바깥쪽에 놓인 것부터 사용하며, 요리가 바뀔 때마다 차례로 안쪽에 놓인 것을 사용한다. 디저트용 수저는 보통 접시 위쪽에 놓여있거나 디저트가 나올 때 칼과 수저를 함께 가져다주기도 한다.
테이블 세팅 도표. / 사진출처. 위키피디아프랑스의 식탁에서 지켜야 할 매너
1. 음식과 관련된 매너
- 샐러드는 칼로 자르지 않고, 포크와 칼로 샐러드 잎을 접어 먹는다. - 치즈는 포크를 사용하지 않으며, 치즈 칼로 잘라 빵과 함께 먹는다. - 빵을 전달할 때는 빵 바구니째 건네며, 먹을 때는 칼로 자르거나 입으로 물어뜯지 않고 손으로 작게 떼어 먹는다. - 와인을 따를 때는 와인 잔을 들지 않고, 식탁 위에 둔 상태에서 따라야 한다. 또한, 잔은 절반 이상 채우지 않는다. - 고기는 한 번에 모두 자르지 않고, 먹을 만큼씩 잘라 조금씩 먹는다. - 빵과 굴(석화)은 손으로 먹으며, 아티초크와 아스파라거스는 손으로 먹는 것이 허용된다. - 생선용 칼은 생선을 자르는 데 쓰지 않고, 생선 살을 분리하는 데 사용되어 칼날이 없다. - 빈 커피잔이나 찻잔 안에는 숟가락을 넣어두지 않는다.
굴(석화) 점심 만찬, 1735, Jean-François de Troy, Condé Museum, Chantilly. / 필자제공
2. 태도와 자세에 대한 매너
- 식사 전, 테이블에 놓인 냅킨을 반으로 접어 무릎 위에 올려놓는다. 필요시 냅킨으로 입술을 살짝 누르듯이 닦고 식사가 끝나면 접지 말고 둥글게 뭉쳐 접시 오른쪽에 놓는다. - 입에 음식이 가득 찬 상태에서 말하지 않으며, 음식을 씹을 때는 입을 다물고 소리를 내지 않도록 한다. - 식사 중에는 포크와 칼을 접시 위에 팔(八) 자 모양으로 놓는다. - 빈 접시 위에 칼과 포크를 나란히 놓는 것은 식사가 끝났다는 신호가 된다. - 식사 중에는 손을 식탁 아래에 두지 않고 팔꿈치를 테이블 위에 올리지 않는다.
프랑스 사람들이 식탁에서 두세 시간씩 머무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함께 식탁에 앉아 보내는 시간은 음식을 천천히 음미하고, 대화를 통해 서로의 삶을 나누는 하나의 아름다운 의식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