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나 믿고 투자해봐"…캄보디아 거점 '로맨스 스캠' 일당 검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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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배자 2명 등 한국인 9명 검거
경찰청 "두달 내 국내송환 추진"
현금 입금 요청하던 과거와 달리
가짜 가상자산에 투자 권유 '갈취'
경찰청 "두달 내 국내송환 추진"
현금 입금 요청하던 과거와 달리
가짜 가상자산에 투자 권유 '갈취'
11일 경찰청에 따르면 지난 3일 캄보디아 포이펫에 있는 한 범죄단지에서 한국인 9명이 현지 경찰에 체포됐다. 조직의 총책은 강모씨(31)와 안모씨(28)다. 이들은 인터폴 적색수배 대상자로, 울산경찰청 반부패경제범죄수사대가 추적해왔다.
이들 조직은 지난해 12월 범죄단지 내에 대포폰과 컴퓨터를 갖춘 불법 콜센터를 차리고, 지난달부터 로맨스 스캠(연애 빙자 사기)을 벌여온 것으로 확인됐다. 가짜 프로필을 만들어 데이팅 앱에 가입한 후 피해자들과 매일 대화를 나누며 친밀감을 형성한 뒤 이들을 가짜 코인 투자 웹사이트로 유인했다. 이런 방식으로 한 달 만에 수천만원을 챙긴 것으로 파악됐다. 기존의 로맨스 스캠은 생활비나 택배비, 항공료 등을 요청하는 수준에 그쳤지만, 최근엔 암호화폐·주식 투자 사기로 진화하고 있는 것으로 경찰은 보고 있다.
백원진 주캄보디아대한민국대사관 영사는 “통상 한국인이 체포되면 1~2개월간 유치장에서 조사받은 뒤 추방된다”고 설명했다. 캄보디아 경찰은 압수한 컴퓨터 9대와 휴대폰을 분석하며 구체적인 범행 방식을 조사하고 있다. 경찰청 인터폴공조계 관계자는 “현지 조사가 마무리된 후 국내 송환 절차를 밟을 예정”이라고 밝혔다.
경찰청은 캄보디아가 사기꾼들의 새로운 거점이 된 것으로 보고 주의해야 할 국가로 지목하고 있다. 인터넷상 허위 구인 글을 본 한국인이 캄보디아 범죄단지로 취업했다가 감금된 상태로 일하는 피해 사례가 잇따라 발생하고 있어서다. 포이펫 범죄단지에서 일하던 20대 남성 A씨는 “텔레그램에서 알게 된 지인이 ‘코인 관련 업무로 월 1000만원 이상 벌 수 있다’고 속였다”며 “불법이 아니라고 설명했지만 알고 보니 모두 거짓말이었다”고 말했다.
경찰 관계자는 “이번에 체포된 사기 일당도 취업 사기를 통해 직원을 뽑은 것으로 보인다”며 “구직자의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다빈 기자 davinc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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