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사랑의 하츄핑' /사진=이제이 제공
뮤지컬 '사랑의 하츄핑' /사진=이제이 제공
분홍색 양 갈래 머리의 하츄핑이 무대 아래로 내려와 인사하자 객석은 "까르르" 하는 아이들의 웃음소리로 가득 찼다. 아이, 어른 할 것 없이 손잡고 사진을 찍으며 화기애애한 분위기의 커튼콜이 장시간 이어졌다.

지난해 123만명의 관객을 동원하며 역대 한국 애니메이션 박스오피스 2위에 오른 '사랑의 하츄핑'이 뮤지컬로 재탄생했다.

아동극의 특성상 러닝타임이 1시간을 넘기기 어려운데, 영화의 스토리를 그대로 가져온 덕분에 속도감 있는 전개에도 압축된 서사가 부담스럽게 느껴지지 않는다. 이모션 왕국의 공주 로미가 우연히 책에서 본 하츄핑에 이끌려 그를 찾아 나서고, 이후 하츄핑과의 우정과 사랑으로 트러핑의 저주를 풀어나가는 과정을 영화와 동일하게 차근차근 밟아 나간다.

드라마나 영화를 원작으로 하는 뮤지컬의 경우 지나친 기시감이 발목을 붙잡기도 하는데, 애니메이션 원작의 '사랑의 하츄핑'은 오히려 친숙함이 무기가 됐다. 스토리는 물론이고, 대부분의 장면과 대사까지 영화의 소스를 최대한 살렸다. 덕분에 익숙한 배경과 등장인물이 나오면 어린이 관객들은 더 크게 환호했다. "라라핑, 해핑이 나오니까 아이 도파민이 풀 충전됐다"는 관람평은 현장의 반응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뮤지컬 '사랑의 하츄핑' /사진=이제이 제공
뮤지컬 '사랑의 하츄핑' /사진=이제이 제공
뮤지컬 '사랑의 하츄핑' /사진=이제이 제공
뮤지컬 '사랑의 하츄핑' /사진=이제이 제공
여기에 뮤지컬 공연만이 줄 수 있는 무대 예술의 특색을 효과적으로 배치했다. 화려한 영상미의 영화 못지않게 다채로운 연출 기법으로 상상력을 자극했다. 역동적인 영상에 3D 홀로그램을 더해 입체적인 이미지를 완성했다. 리암 왕자가 말을 타고 등장하는 장면은 공연장 전체를 아우르는 영상 및 조명 효과로 감탄을 자아냈다. 로미와 하츄핑이 플라잉 보트 위에서 노래하거나, 극 말미 로미가 하늘로 떠오르는 장면은 환상적인 분위기를 낸다. 로미의 의상이 순식간에 바뀌는 순간도 놓쳐선 안 된다.

굵직한 제작진들이 모여 완성한 결과물이다. 이은결 일루셔니스트가 총연출을 맡아 동화적이고 아름다운 매지컬 아트를 녹였고, '알사탕'·'장수탕 선녀님'·'번개맨' 등을 연출한 가족 뮤지컬의 대가 홍승희, '데스노트'·'알라딘' 등을 연출한 김동연, 인형극 권위자 문재희 감독이 의기투합했다.

'사랑의 하츄핑' 오리지널 IP(지식재산권)인 TV 시리즈 '캐치! 티니핑'은 어린이들 사이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고, 지난해 영화로 제작되며 어른들의 마음마저 사로잡았다. 다섯 번째 시리즈가 나올 정도로 뜨거운 지지를 얻고 있는 이 IP에 힘을 실은 게 영화 '사랑의 하츄핑'이었다. TV 시리즈의 프리퀄(시간상 앞선 이야기) 격으로, 핵심 티니핑인 하츄핑과 로미의 만남을 그리면서 세계관을 한층 견고하게 다졌다는 평가를 받았다.
뮤지컬 '사랑의 하츄핑' /사진=이제이 제공
뮤지컬 '사랑의 하츄핑' /사진=이제이 제공
기세를 이어 뮤지컬도 제작하며 IP 활용 확장에 성공했다. 특히 하나의 IP로 여러 분야에서 동반 이익을 누리고 있다는 점이 눈에 띈다. 뮤지컬 개막 직전 넷플릭스를 통해 '사랑의 하츄핑'을 공개해 시청 순위 1위로 직행했고, 다섯 번째 TV 시리즈 '슈팅스타 캐치! 티니핑' 주제곡은 핑크퐁의 '아기상어'를 누르고 9주째 지니뮤직 동요 차트 1위를 차지하고 있다.

뮤지컬 관객들의 만족도도 높다. '처음 본 순간', '두근두근 내 마음' 등 인기 OST가 나오면 객석에서 이를 흥겹게 따라부른다. 겨울방학 시즌을 노린 데다 아이는 물론 어른들도 같이 보기 좋은 공연으로 입소문을 타며 또 한 번의 흥행을 기대케 한다. 공연은 내달 16일까지 서울 송파구 방이동 우리금융아트홀에서 계속된다.

김수영 한경닷컴 기자 swimming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