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족 최대 명절인 설 연휴가 극장가 성수기였던 시절은 조금 철 지난 얘기다. 온 가족이 차례상 앞에 모여야 했던 전통을 지키는 대신 국내외 여행을 즐기기 시작하면서다. ‘명절 빨간 날엔 온 가족이 극장 간다’가 옛말이 된 것. 반면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는 명절 여행 수요가 늘어날수록 존재감이 남다르다.
중증외상센터
중증외상센터
스마트폰과 태블릿, 여행지 숙소의 텔레비전만 있으면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드라마나 영화를 즐길 수 있기 때문이다. 임시공휴일이 지정되며 최장 9일을 쉴 수 있는 올해 설 연휴에도 국내, 해외 여행객이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명절 기분 전환에 들뜬 이들은 여행 캐리어를 꺼내드는 동시에 OTT 화제작 리스트를 확인하기 마련이다.

다행스럽게도 설 연휴 콘텐츠는 충분하다. 넷플릭스는 주지훈의 ‘중증외상센터’를, 디즈니플러스는 김혜수의 ‘트리거’를 신작으로 꺼내 들었다. ‘오징어게임 시즌2’ 등 진득하게 정주행할 시리즈도 준비돼 있다.

○ 천재 외과전문의 vs 끈질긴 탐사보도 PD vs 입시전쟁 고등학생

트리거
트리거
주요 OTT는 설 연휴를 맞아 신작을 선보인다. 우선 눈에 띄는 건 넷플릭스의 ‘중증외상센터’다. 천재 외과전문의 백강혁(주지훈)이 유명무실한 중증외상팀을 심폐소생하기 위해 부임하며 벌어지는 이야기다. 동명의 인기 웹툰 원작을 바탕으로 제작된 만큼 ‘익숙한 맛’이 강점. 위급한 환자를 살리느라 사투를 벌이는 모습이 나오지만, 전형적인 ‘의학 드라마’는 아니다. 예기치 않은 기발한 상황에서 터져 나오는 웃음이 매력인 코믹 액션 스릴러에 가깝다. 주지훈의 능청스러운 연기는 덤이다. 8부작, 1월 24일 공개.

믿고 보는 명배우 김혜수가 등장하는 디즈니+의 올해 첫 오리지널 시리즈 ‘트리거’는 탄탄한 스토리가 돋보인다. 부조리를 활짝 까발리기 위해 카메라부터 들이대고 보는 지독한 탐사보도 PD들의 이야기를 그렸다. 가장 큰 강점은 명품 배우들과 제작진이 하모니를 이룬 ‘웰메이드 신작’이라는 것. 김혜수와 함께 정성일 주종혁이 합을 맞추고, ‘더 글로리’ ‘부부의 세계’ 등에 참여한 실력파 제작진이 판을 깔았다. 지난 15일 1~2편이 선공개되며 입소문 경쟁에서 우위를 점했다. 12부작, 매주 수요일 공개.

국산 OTT 플랫폼 티빙은 오리지널 시리즈 ‘스터디그룹’을 선보인다. ‘중증외상센터’와 마찬가지로 동명의 인기 웹툰을 원작으로 한 드라마다. 공부를 잘하고 싶지만, 싸움 재능만 넘치는 윤가민(황민현)과 친구들이 스터디그룹을 사수해 나가는 코믹 액션극이다. 황민현을 비롯해 차우민 한지은 등 젊은 배우들의 신선한 연기가 기대를 모은다. 10부작, 1월 23일 공개.

○ ‘오겜2’ ‘쇼군’도 명절에 몰아볼까

지난달 공개된 올해 넷플릭스 최고 화제작 ‘오징어게임2’는 언제나 매력적인 선택지다. 공개된 지 한 달 가까이 지났지만, 여전히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이 본 TV쇼 1위를 지키고 있다. 오는 6월 시즌3가 나오는 만큼 설 연휴기간 시즌1부터 시즌2까지 몰아보기 복습도 가능하다. 총 7부작. 지난해 OTT 최고 명작으로 손꼽히는 ‘쇼군’도 빼놓을 수 없다. 지난 6일 열린 ‘제82회 골든글로브 시상식’에서 ‘오징어게임2’를 제치고 작품상을 거머쥐며 작품성을 인정받았다. 10부작으로 디즈니+에서 스트리밍되고 있다. 디즈니+에는 배우 김희원이 메가폰을 잡아 강풀 작가의 인기 웹툰을 8부작으로 완성한 ‘조명가게’도 있다.

유승목 기자 mo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