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장사 "기업탐방 와달라" 초대
신사업 설명 받고 추천주 찍어줘
방송 후엔 주가 수백% 뛰기도
'알짜 종목' 발굴 순기능있지만
일부 핀플루언서는 뒷돈 받아
"회사 주식까지 달라" 요구도
◆유튜버가 띄우는 주가
2차전지 사업을 하는 코스닥시장 상장 기업 A사는 주가를 끌어올리기 위해 사방팔방으로 핀플루언서를 찾고 있다. 이들을 회사에 초대해 신사업을 설명하는 탐방 행사부터 유튜브 콘텐츠 제작까지 다양한 이벤트를 기획 중이다. 이 회사 관계자는 “애널리스트의 추천 리포트보다 핀플루언서의 말 한마디가 주가 부양에 더 큰 효과를 발휘한다”고 했다.
금양과 에코프로그룹, 엔켐 등도 핀플루언서의 덕으로 주가가 오른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 금양과 에코프로그룹은 수많은 개미 팬을 거느린 ‘배터리 아저씨’ 박순혁 작가의 영향으로 지난해 주가가 급등했다.
◆회사 언급하고 주식 받기도
핀플루언서는 애널리스트들이 다루지 못하는 숨은 종목을 발굴하는 데 적지 않은 역할을 한다는 평가를 받는다. 개인투자자에게 다양한 투자 기법을 알려주고 유망 종목을 추천해주는 길잡이가 되기도 한다. 하지만 핀플루언서와 상장사 간 밀착 관계가 형성되면서 그 취지가 흐려지는 사례도 적지 않다. 상장사들은 자금 조달 때문에 핀플루언서를 많이 찾는다. 만기를 앞둔 전환사채(CB)의 주식 전환을 유도하거나 높은 주당 가액으로 유상증자하기 위해서다. B사는 지난해 핀플루언서의 영향으로 주가가 급등하자 곧바로 수백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했다. 이 과정에서 일부 핀플루언서는 경제적 대가를 받기도 한다. 한 상장사 관계자는 “기업 주가에 도움을 주는 게시물을 올릴 때마다 편당 500만~2000만원을 지급했다”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최소 수억원이 드는 자사주 매입이나 소각과 비교하면 핀플루언서와의 협력이 비용은 적게 든다”고 했다.지난해 6월 ‘무더기 하한가’ 사태의 배후로 지목돼 구속된 네이버 주식카페 ‘바른투자연구소’ 운영자 강모씨도 핀플루언서로 불렸다. 강씨는 통정매매 등 시세조종 성격의 주문을 반복해 동일산업, 동일금속, 만호제강, 대한방직 등 4개 종목 주가를 띄우고 부당 이득을 올린 혐의를 받고 있다. 기업홍보(IR) 담당자 사이에선 “일부 유명 핀플루언서를 섭외하려면 회사 주식을 줘야 한다”는 얘기도 돈다. 회사를 홍보해 주가를 띄운 뒤 증자하거나 CB 등을 발행할 때 핀플루언서를 주주·채권자 명단에 넣어줘야 한다는 것이다.
‘핀플루언서’의 영향력이 커지는 것과 대조적으로 한때 ‘증권사의 꽃’으로 불린 애널리스트의 입지는 점점 좁아지고 있다. 국내 상위권 주요 증권사 6곳의 애널리스트는 2019년 441명에서 올해 5월 현재 426명으로 감소했다.
류은혁 기자 ehry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