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변국과 비교해도 한국 기업들의 이익 하락폭이 큰 편이다. 미래에셋대우에 따르면 한국 상장사의 12개월 선행 주당순이익(EPS)은 한 달 새 4.8% 하락했다. 일본은 0.8% 하락에 그쳤고, 중국은 0.1% 상승했다. 이 때문에 한국 증시의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 수준)은 벌써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최고 수준까지 다다랐다.
지난 2년간 전체 상장사 이익의 절반가량을 차지했던 정보기술(IT)주가 올해 이익 전망치 하락을 주도하고 있다. 삼성전자 등 유가증권시장 IT주는 지난해 91조원의 영업이익을 올렸지만 올해는 50조원에 그칠 것으로 전망된다. SK하이닉스는 한 달 새 올해 영업이익 전망치가 28.6% 하락했다. 삼성전자 영업이익 전망치도 한 달 전 36조원에서 30조원으로 14.8% 낮아졌다.
반도체 업황과 수출 경기가 살아나면서 2분기엔 기업 이익 전망치가 반등할 것이라던 기대도 점차 낮아지고 있다. 중국 정부의 경기부양 강도가 예상보다 약할 것으로 전망되고, 반도체 업황 개선에도 좀 더 시간이 걸릴 것이란 관측에 힘이 실리고 있기 때문이다. 김형렬 교보증권 리서치센터장은 “기업 이익 전망치가 지금보다 더 내려갈 여지도 적지 않다”며 “IT를 제외한 나머지 업종이 작년보다 실적이 개선되며 버팀목이 될 것이란 전망이 최근 경기 상황을 보면 실현 가능성이 크지 않아 보인다”고 말했다.
임근호 기자 eig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