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낙제점 받은 신제윤의 규제개혁
금융위원회는 지난해 7월 금융규제 개혁방안을 발표하며 구두지도는 원칙적으로 폐지하고, 필요하다면 충분한 의견수렴 과정을 거쳐 공식 지도하겠다고 밝혔다. 일관되지 못한 행정지도와 불합리한 감독관행을 개선하겠다는 의욕도 보였다. 신제윤 금융위원장은 “행정지도와 구두지도를 통해 근거 없는 규제가 다시 양산되지 않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신 위원장의 약속은 얼마나 지켜졌을까.

지난 3일 주요 금융회사 최고경영자(CEO) 등 108명이 모인 가운데 열린 ‘대한민국 금융의 길을 묻다-범금융 대토론회’에서 나온 발언만 놓고 보면 아직 갈 길이 멀다는 지적이다. 참석자들은 금융당국이 아직도 변하지 않았다는 비판을 쏟아냈다. 임종룡 NH농협금융지주 회장은 “금융회사에 가장 아픈 부분이 구두지도”라며 “현장지시와 구두지도를 규정화할 방안을 고민해 달라”고 주문했다. 그는 “금융감독원에서 검사를 나오면 대부분 구두지도를 한다”며 “부서별로 서로 다른 구두지도를 하는 경우까지 있다”고 말했다.

임 회장뿐만이 아니다. 이대진 우리은행 감사실장은 “핵심 금융정책은 동북아 금융허브, 녹색금융, 기술금융 등으로 정부가 교체될 때마다 바뀐다”며 “감독기조도 컨설팅 중심으로 하겠다고 했다가 위규 적발을 강조하더니, 다시 컨설팅 중심으로 돌아왔다”고 꼬집었다. 일관성 없는 감독정책으로 금융회사들만 헷갈린다는 지적이다.

토론회가 끝나자 신 위원장은 “감독의 일관성이 없다는 말이 가장 와닿았다”며 “오늘 나온 이야기를 참고해서 2단계 금융개혁을 통해 개선하겠다”고 또다시 약속했다. 그는 ‘혁신전쟁’이라는 표현까지 써가며 규제개혁 의지를 밝혔다. 지금이 마지막 기회라고도 했다.

하지만 금융권 시선이 호의적이지만은 않다. 대토론회를 놓고 금융권의 ‘관제 궐기대회’라고 혹평하는 사람들도 많다. 지난달 15일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박근혜 대통령이 금융업계의 ‘브레인 스토밍’을 주문하자 급조된 행사라는 이유에서다. 금융위가 이번엔 반드시 약속을 지켜서 보여주기식 행사가 아니었다는 것을 스스로 증명했으면 한다.

박종서 금융부 기자 cosm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