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블릿PC 전쟁이 2라운드로 접어들고 있다. 1라운드에서 내로라하는 전자업체들이 아이패드의 아성에 도전했지만 실패했다. 그러나 최근 아마존 등 새로운 경쟁자들이 가세하고 1라운드에서 실패를 맛본 기업들도 신상품을 잇따라 내놓으며 아이패드 영토 잠식에 나서고 있다.

아이패드 시장을 빼앗을 가장 유력한 후보로는 아마존의 킨들파이어가 꼽힌다. 파이낸셜타임스는 "아이패드의 진정한 라이벌이 나타났다"고 평가했다. 가격과 콘텐츠면에서 아이패드와 맞설 만하다는 평가다. 삼성전자 도시바 소니 등 PC시장의 강자들과 레노버 등도 새로운 라인업을 갖추고 공세에 나설 태세다.

◆준비된 강자 아마존

세계 최대 온라인 상거래 업체 아마존의 킨들파이어를 아이패드의 대항마로 꼽는 중요한 이유는 가격이다. 아마존은 예상보다 파격적인 가격인 199달러에 킨들파이어를 출시한다. 아이패드(499달러)의 40% 수준에 불과하다. 태블릿시장에서 가격이 갖는 파괴력은 이미 휴렛팩커드(HP) 사례에서 나타났다. HP가 태블릿 사업을 접기로 하고 대폭 할인판매에 나서자 재고가 동나고 추가 생산까지 해야 할 정도였다. 인터넷 리뷰사이트인 레트로브가 최근 미국에서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태블릿 구매의사가 있는 사람 중 48%가 가격을 가장 중요한 조건으로 꼽았다.

킨들파이어는 콘텐츠에서도 강점을 갖고 있다. 로이터는 "다양한 콘텐츠를 갖고 있는 아마존이야말로 애플에 필적할 수 있는 상대"라고 평가했다. 아마존은 현재 클라우드플레이어를 통해 음악을 서비스하고 있다. 또 동영상은 아마존인스턴트비디오,서적 및 정기간행물은 전자책 서비스인 킨들 플랫폼을 통해 확보하고 있다. 아마존은 또 킨들파이어를 통해 동영상을 제공하기 위해 미국 방송사인 폭스 · CBS · NBC 등과 비디오 스트리밍 계약도 맺었다.

증권사들의 전망도 낙관적이다. 바클레이즈캐피털은 아마존이 올해 4분기에만 킨들파이어를 200만대가량 팔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내년 판매량도 800만대에 육박할 것으로 내다봤다. 아이패드는 지난해 4월 출시 이후 총 2900만대가 팔리며 태블릿PC시장의 60~70%를 장악하고 있다. 킨들파이어의 크기는 아이패드(10인치)보다 작은 7인치이며 운영체제(OS)는 구글의 안드로이드를 탑재했다. 아마존은 내년 1분기에 10인치 크기의 태블릿PC를 출시할 예정이다.

◆반격하는 후발 업체들

삼성전자 소니 도시바 레노버 등 아시아의 후발 주자들도 새로운 모델을 앞세워 시장 공략에 나서고 있다. 삼성전자는 7인치,8.9인치형에 이어 최근 10.1인치짜리를 내놓았다. 한때 애플의 유일한 경쟁자로 평가받았던 삼성전자는 제품뿐 아니라 특허소송을 통해 아이패드와 세계 시장에서 치열한 접전을 펼치고 있다.

PC시장의 강자인 도시바도 지난 2일 10.1인치 태블릿PC 신제품 'AT2000'을 선보이며 시장 공략에 나섰다. 소니도 태블릿P와 태블릿S를 잇따라 출시하고 아이패드와의 승부를 준비 중이다. 소니는 스크린이 앞뒤에 달린 10인치짜리 신상품도 출시할 예정이다. 중국업체 레노버도 LED를 사용한 태블릿PC 등을 내놓는다.

일부 업체들은 기존 제품의 가격을 내리며 존재감을 유지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HP가 499달러짜리 제품을 99달러에 판매한 데 이어 최근 리서치인모션(RIM)도 플레이북 반값 세일에 들어갔다. 총 판매량이 아이패드 3일치 수준인 20만대에 그치자 파격할인이라는 카드를 들고 나온 것이다. 모토로라도 최근 소매업자들을 통해 대폭 할인 판매에 나서고 있다.

이처럼 아마존과 후발 업체들의 반격이 거세질 경우 애플이 아이패드3를 연내에 출시하며 방어에 나설 가능성도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정성택 기자 naiv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