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과 이탈리아의 국채 금리가 2일(현지시간) 사상 최고로 올라갔다. 미국 뉴욕증시의 다우존스지수는 8일 연속 하락세를 이어가며 2.19% 추락했다. 독일 DAX 30지수 등 주요 국가의 증시는 폭락세를 보였다. 반면 금과 스위스프랑 등 소위 안전자산 가격은 연일 사상 최고가를 경신 중이다. 경기 부양을 위한 마땅한 수단이 보이지 않는 미국의 상황과 스페인 이탈리아 등으로 유럽연합(EU)의 재정위기가 번질지 모른다는 우려로 세계 금융시장이 요동치고 있는 것이다.

미국의 부채 한도 협상이 마무리되면서 시장의 관심은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 3위와 4위 경제국인 이탈리아와 스페인에 집중되고 있다. 스페인 국채 10년물 금리는 이날 연 6.46%,이탈리아 국채 금리는 연 6.25%로 모두 유로존 출범 후 사상 최고를 기록했다. 국채 금리가 높다는 것은 해당 국가의 부도 위험성이 증가했음을 의미한다.

안전자산으로 분류되는 독일 국채(분트)와 스페인 국채의 금리 차이(스프레드)는 4.05%포인트로 벌어졌다. 분트와 이탈리아 국채 간 스프레드는 3.84%포인트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스페인과 이탈리아의 스프레드가 그리스 아일랜드 포르투갈이 구제금융을 받았을 때의 스프레드에 가까워졌다"고 설명했다. 이날 이탈리아 증시의 FTSE MIB지수는 전날보다 2.53% 급락한 17,272.79로 2년래 최저치를 기록했다. 스페인 증시도 1.2% 하락했다.

스페인과 이탈리아 정부는 국채 금리가 폭등하고 증시가 하락하자 대책 마련에 들어갔다. 호세 루이스 로드리게스 사파테로 스페인 총리는 이날부터 예정됐던 여름휴가를 미루고 관계 부처로부터 경제 상황 및 금융시장 동향에 대한 보고를 받았다. 줄리오 트레몬티 이탈리아 재무장관은 중앙은행과 금융감독당국 관계자들로 구성된 금융안정위원회(FSB)를 긴급 소집했다.

그러나 시장에선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로랑 프랑솔레 바클레이즈캐피털 애널리스트는 "시장 분위기를 바꿀 뾰족한 대책이 없다"고 말했다.

유로존 정상들은 지난달 유로존재정안정기금(EFSF)으로 시장에서 직접 국채를 매입할 수 있게 했다. 하지만 EFSF의 규모가 4400억유로에 불과해 경제 규모가 큰 스페인과 이탈리아를 돕기에는 무리가 있다고 FT는 지적했다. 유로존 정상들은 EFSF 규모를 확대하겠다고 밝혔지만 이를 위해서는 17개국 의회 비준을 거쳐야 하기 때문에 시간이 오래 걸릴 확률이 높다.

미국도 부채 한도 협상 타결로 급한 불을 끄긴 했지만 시장의 반응은 여전히 차갑다. 국제신용평가사인 무디스와 피치는 이날 미국이 재정을 과감하게 감축하지 않으면 등급을 강등시킬 수 있다는 뜻을 다시 한번 내비쳤다. 피치 역시 "미국의 신용 전망은 '부정적 관찰 대상'으로 향후 등급 강등이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중국 신용평가사 다궁은 미국의 신용등급을 A+에서 A로 하향 조정했다. 신용 전망도 부정적 관찰 대상으로 유지했다. 다궁은 지난해 11월 미국이 2차 양적완화 조치를 취한 것을 계기로 미 국채 등급을 AA에서 A+로 낮춘 후 신용 전망을 추가 하향이 가능한 부정적 관찰 대상으로 유지해왔다.


◆ 스프레드

spread.채권이나 대출 금리를 정할 때 신용도에 따라 기준금리에 덧붙이는 가산금리.유럽 국채의 경우 독일 국채(분트)와 해당 국채의 금리 차이를 스프레드라고 부른다. 일종의 벌칙성 금리이므로 신용도가 떨어질수록 스프레드가 커진다. 최근 재정위기를 겪고 있는 일부 유럽 국가의 국채 스프레드가 가파르게 오르고 있다.

이태훈 기자 bej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