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는 미래의 성장잠재력을 확충시키는 경제행위로 긍정적인 '외부효과'를 낳지만 한편으론 '미래에 대한' 자원배분 행위이기 때문에 일정 부분 불확실성을 부담해야 한다. 우리나라는 투자를 촉진하기 위해 1982년부터 임시투자세액공제 제도를 운영해 왔다.

최근 임시투자세액공제 제도 폐지를 둘러싸고 뜨거운 논쟁이 일고 있다. 정부가 세제개편을 통해 2011년부터 이 제도의 폐지 의사를 밝혔기 때문이다. 폐지의 가장 중요한 논거는 경기조절을 위한 한시적 제도임에도 연장이 일상화돼 제도 자체가 '타성화'됐다는 것이다. 그리고 혜택의 80%가 대기업에 귀속되는 데다,가장 중요한 정책 고려 요인인 제도와 투자 진작 간의 관계가 불투명하며 외국에 비슷한 사례가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정부의 이 같은 폐지 주장은 그리 설득적이지 않다. '한시적 제도'가 꾸준히 연장된 이유는 무엇인가. 칼자루를 쥔 정책당국이 제도의 유용성을 인정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기업이 투자세액 공제를 전제로 투자계획을 짜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이를 '타성화'로 몰아붙일 일은 아니다. 그리고 정책효과가 '고체 역학'에서처럼 즉각적일 수는 없다. 정책효과가 가시적이지 않은 것과 존재하지 않는 것은 별개의 문제다. 대기업의 혜택이 두드러지게 보이는 것은 대기업의 투자가 크기 때문이다. 나라마다 조세지원제도가 같지 않은 만큼 다른 나라에 없는 지원제도도 우리나라에선 얼마든지 존재할 수 있다.

정부가 임투세액공제에 유난히 각(角)을 세우는 것은 새로이 도입될 고용창출투자세액공제 제도의 타당성을 부각시키기 위함이다. 여기에 '불편한 진실'이 숨어 있다. 정부는 임투세 폐지에 따른 기업의 세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신(新)성장동력 연구개발(R&D) 투자'에 대해 최대 30%까지 세액공제를 확대하겠다고 한다.

그렇지만 정부의 개선 노력은 의도와 달리 오히려 사태를 개악시킬 수 있다. 우선 고용창출투자세액공제가 제대로 작동할 것으로 판단되지 않는다. 기업들이,특히 중소기업들이 고용창출투자세액공제 혜택을 받기 위해 인건비 부담을 늘리는 분야로 투자를 확대할지 의문이다. 설령 작동한다손 치더라도 문제는 여전히 남는다. 고용창출투자세액공제 제도의 성공은 자동화 설비 투자의 위축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신성장동력 세액공제가 임투세액공제 폐지를 메우는 정책수단이 될 수는 없다. 모든 기업이 신성장동력에 투자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그리고 '단순 일반투자'와 '신성장동력'을 정부가 인위적으로 구분하는 것은 대단히 위험한 발상이다. 어떤 분야에 투자할 것인가는 '현장지식'에 밝은 기업의 몫이다.

원죄(原罪)는 법인세 인하가 유보된 상황에서 고용창출투자세액공제로 임투세 폐지를 강행하려 한 정부에 있다. 투자를 촉진하기 위한 세금우대 원칙 그 자체가 '임시'일 수 없다면,투자세액공제에 '임시'를 붙인 것 자체가 잘못된 것일 수 있다. 투자촉진이 목적이라면 법인세를 낮추는 것보다 임시투자세액공제를 활성화시키는 것이 더 합리적인 정책선택이다. 차제에 발상을 전환해 '임시'라는 주홍글씨를 떼어내는 것도 한 방법이다.
우리나라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에 비해 명목 법인세율은 높지 않지만 총세입 중 법인세 비중은 상당한 정도로 높다. 2007년 현재 우리나라와 OECD의 총세입 중 법인세 비중은 각각 15.1%,10.8%이다. 이는 법인세 납부와 관련해 비과세 · 감면 · 공제제도가 남용되고 있지 않다는 반증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투자세액공제 제도는 충분히 운신의 폭을 가질 수 있다.

임투세 폐지가 정당화될 수 있는 다른 길은 임투세 폐지를 법인세 인하에 연계시키는 것이다. 법인세 인하 유보기간만큼 임투세를 유지해야 한다.

조동근 < 명지대 교수·경제학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