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아이치현 도요타시에 있는 도요타자동차의 모토마치(元町) 공장.1959년부터 가동한 이 공장은 도요타의 첫 조립 공장으로 '칸반(看板)'방식을 처음 도입해 도요타가 품질경영을 선도한 상징적인 곳이다.

최근 한국 기자들에게 공개된 이 공장에서는 각 생산라인마다 숙련된 근로자들이 부품을 조립하느라 분주했다. 공장 관계자는 "주문이 밀려 매일 2교대로 공장을 풀가동하고 있다"며 "지난해 전 세계에서 1000만대를 리콜하고 올해에도 약 150만대를 회수하는 등 시련을 겪은 게 오히려 보약이 됐다"고 말했다.

지난해 9월 급가속 문제로 인한 대량 리콜로 회사 이미지가 추락하고 자존심에 상처도 입은 도요타자동차가 엔화 강세 속에서도 빠른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이 회사의 올 회계연도 2분기(7~9월) 글로벌 판매량은 179만대.리콜사태 직전인 2008년 4분기의 184만대에 근접했다. 상반기엔 전년 동기 대비 16% 증가한 9조6784억엔(132조5800억원)의 매출과 2891억엔(3조9600억원)의 순익을 올렸다.

고객 신뢰도도 회복세를 타고 있다. 미국 시장조사전문지 컨슈머 리포트가 지난달 발표한 자동차 메이커 신뢰도 조사에 따르면 도요타는 혼다자동차와 함께 주요 5개 부문에서 1위를 각각 차지했다.


◆"품질로 돌아가겠다"

모토마치 공장의 생산라인에 있는 직원들의 옆에 있는 부품통을 자세히 보니 '칸반'이라고 쓴 흰 종이가 눈에 띄었다. 필요한 부품을 필요한 양만큼 곧장 쓸 수 있도록 납품일자,수량 등을 기록한 것이다. 이를 통해 필요한 부품을 즉시 조달하고 보충해 재고가 생기지 않는다고 회사 관계자가 설명했다.

모토마치 공장은 자동차 생산에 들어가는 3000여개의 부품을 140여개 협력업체로부터 매일 납품받는다. 한 라인에서 조업이 끝나면 무인 견인차가 자동차를 다른 라인으로 옮긴다. 이 견인차는 좁은 반경에서 회전할 수 있도록 설계돼 이동시간을 줄이고 생산효율을 높여준다. 기노시타 야오이 공장 홍보담당자는 "조립직원들의 움직임 하나하나까지 매뉴얼화한 것이 도요타 공장의 특징"이라며 "적시에 필요한 양을 생산하는 방식인 '저스트 인 타임(Just In Time)'방식으로 빠른 납기와 균일한 품질을 가능케 한다"고 설명했다.

도요타의 품질관리는 연구개발 단계에서부터 시작된다. 도요타 본사 연구소에서는 차량 운행시 마주칠 수 있는 모든 악조건을 가정한 테스트를 실시한다. 연구소에는 바퀴 높이의 3분의 2 정도의 수심을 오가면서 엔진룸 침수여부를 확인하는 침수주행로,다양한 전파에 노출됐을 때 전자장치가 문제를 일으키지 않는가를 점검하는 전파시험실 등을 갖췄다.

차량안전을 가장 확실하게 가늠할 수 있는 충돌실험도 강화했다. 도요타는 리콜사태 이후 연간 충돌실험 횟수를 1600회가량으로 이전보다 약 10% 정도 늘렸다. 이날 히가시의 후지연구소에서는 더미(dummy · 탑승자 모델)를 태운 4000㏄급 크라운 마제스타와 1000㏄급 비츠를 시속 55㎞로 충돌시키는 실험을 공개했다. 두 대의 차량이 정면 충돌한 뒤 소형차는 전면 후드가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을 정도였지만 내부는 거의 원형 그대로였다. 문이 한 손으로 가볍게 열릴 정도였다.

간노 요시히사 차량기술개발 매니저는 "차량 앞부분이 완전히 찌그러지면서 충격이 흡수됐다"며 "실제 사고에서도 탑승자는 경상에 그쳤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충돌 당시를 분석하기 위해 총 6대의 고속촬영 카메라를 가동하고 있다. 실험 차량의 부품을 모두 분해해 설계대로 작동했는지도 정밀 분석한다.

◆사전 · 사후 대응체계 구축

요코야마 히로유키 도요타자동차 품질담당상무는 "2002년부터 생산량이 20% 이상 급증하면서 고객이 원하는 품질수준을 확보하는데 소홀했다"며 "설계부터 판매 이후까지 소비자 요구사항을 적극 반영하는 시스템을 강화했다"고 말했다. 급가속 문제와 대규모 리콜사태도 생산량 급증에 따른 품질관리 미흡에서 유발된 것이라는 설명이다.

도요타는 그러나 품질문제 외에도 초기 대응 미숙이 사태를 확산시킨 요인으로 분석,고객이 불만을 제기하기 전에 문제를 해결하는 시스템 구축에도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지난 3월 사장을 위원장으로 하는 '글로벌 품질특별위원회'를 발족했다. 이 위원회는 100% 소비자의 관점에서 모든 생산 및 판매 과정을 검토,품질 보증을 강화하는 것이 목적이다. 도요타는 세계 지역법인별로 품질 관리 최고책임자(CQO) 제도를 신설했다. 독립 부서인 품질감사실도 설치했다.

이와 함께 다양한 실험을 통해 품질 이상 여부를 고객의 불만제기 이전에 미리 발견해 조치하는 '문제 조기발견(EDER)시스템'도 지난 8월부터 가동했다. EDER시스템을 통해 지난 10월 브레이크액 누출 현상이 나타날 가능성이 있는 153만대를 자발적으로 회수하기도 했다.

리콜사태 이후 현장 직원들의 문제제기 및 소비자 불만을 적극 접수하고 인터넷에 올라온 제품 평가도 수집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품질 관리에 반영할 제품 관련 정보량이 기존보다 네 배 이상 늘어나게 됐다. 올해 품질 관련 부서에 1000명을 추가 투입한 것도 이런 이유다.

도요타는 내년 렉서스 차량에 적용할 레이더와 카메라로 장애물을 인식하는 '사고 전 안전 확보(PCS)시스템'을 이번에 처음으로 공개했다. 운전 중 부주의에 의해 발생할 수 있는 사고를 막는 장치다. 도로 실험에서 PCS가 장착된 차량은 시속 50㎞로 달리다가도 도로에 놓인 마네킹이나 장애물이 나타나자 자동으로 주행을 멈췄다.

요코야마 상무는 "앞으로는 제품 개발이 다소 늦더라도 확실한 제품만 내놓겠다"며 "품질이 기본이라는 초심을 다시 찾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아이치(일본)=임기훈 기자 shagg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