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위기 이후 10년 만에 금융계에서 리딩컴퍼니 쟁탈전이 벌어지고 있다.국민은행이 주춤하는 사이 신한은행이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하고 인수.합병(M&A)을 통한 덩치 키우기에 성공,국민은행에 강력한 도전장을 내밀고 있다.급기야 최근엔 주식시장에서 신한지주의 시가총액이 국민은행을 앞질러 '이제 리딩뱅크는 신한'이라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하지만 국민은행도 1등을 지키기 위한 혼신의 노력을 다하고 있다.한누리투자증권 인수에 이어 올 9월께는 지주회사 체제로 바꾸고 해외 은행 인수도 추진 중이다.이 같은 점이 반영되면 시가총액 1위 자리도 조만간 되찾을 것이라고 자신하고 있다.전문가들은 이러한 리딩뱅크 경쟁이 올 한 해 금융계를 뜨겁게 달굴 것이라고 보고 있다.


◆증시에선 신한이 1등



신한은행은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한 2001년 3월 시가총액 측면에서 통합 국민은행(현 국민은행)의 절반에도 못 미쳤다.자산 규모나 이익의 질 등 모든 측면에서 국민은행의 상대가 되지 못했다.하지만 2002년 굿모닝증권을 사들이고 다음 해 조흥은행마저 인수하면서 국민은행을 추격하기 시작했다.

2006년 말엔 LG카드 인수를 계기로 시가총액을 18조원으로 키워 25조원의 국민은행에 7조원 차로 따라붙었다.지난해 말엔 2조원 차로 차이를 줄이더니 설연휴가 지나서는 1위를 차지했다.27일 현재 신한지주의 시가총액은 20조7212억원으로 국민은행을 간발의 차로 누르고 금융업종 시가총액 1위를 기록했다.

한 증권사 은행 애널리스트는 "국민은행이 외환은행 인수에 실패한 반면 신한이 조흥은행과 LG카드를 잇따라 인수한 게 결정타였다"며 "신한지주가 이익의 34%를 비은행에서 창출하는 등 다각화에 성공함으로써 이제 금융업계 1위 회사로 평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반격 준비하는 국민은행

국민은행은 지난해 10월 강정원 행장의 연임을 계기로 리딩뱅크 수성작업에 돌입했다.

강 행장 연임 직후 한누리투자증권 인수를 확정지었으며 올 상반기 중 가칭 'KB투자증권'으로 개편,은행과 증권을 연계한 새 수익원 확보에 시동을 걸 계획이다.카자흐스탄 등 해외에서 현지 은행 인수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으며 올 9월 지주회사로의 전환이 마무리되면 손해보험사 M&A 등 다각화에 본격 뛰어들 예정이다.2010년 말엔 총자산을 280조원 이상으로 불리고 수익성을 높여 국내에선 경쟁상대가 없도록 하겠다는 전략이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최근 증시에서 신한지주에 뒤진 것은 외국인이 국민은행을 집중 매도한 데 따른 일시적 현상"이라며 "핵심인 은행의 자산규모,순이자마진,총자산이익률(ROA) 등의 측면에서 신한과는 격차가 꽤 있는 만큼 조만간 제대로 평가받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앞으로 2∼3년이 향후 10년 좌우

라응찬 신한지주 회장은 최근 "내실을 기하는 동시에 향후 우리금융 산업은행 기업은행 등의 민영화가 진행되면 은행업이 어떻게 될지 알 수 없는 만큼 만일의 경우에 충분히 대비하라"는 지시를 내렸다고 회사 관계자는 전했다.

앞으로 전개될 M&A 대전에서 밀려선 안 된다는 주문이다.국민은행 역시 외환은행 인수를 계속 추진하고 있으며 우리 산업 기업은행의 매각에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은행 서열은 1990년대 '조-상-제-한-서'로 매겨졌으며 2000년대엔 '국-신-우-하'로 재편됐다.전문가들은 이명박 정부 시대 민영화의 전개 양상과 해외 진출 성공 여부가 2010년대 은행산업 역학구도를 결정지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박준동 기자 jdpow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