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업체의 잇따른 부도는 예상됐던 일이다. 시간만이 문제였다.

정부는 투기억제에 정권의 모든 것을 걸은 듯 건설업계의 사정은 돌보지 않고 숨통을 옥죄 온 결과였다.

먼저 미분양 물량이 눈덩이처럼 쌓여갔다.

지난 6월말 현재 9만가구에 달했다.

외환위기 이후 사상 최고치로 공급물량(50만가구)의 20% 수준에 다가섰다.

주택을 지어 놨는데도 팔리지 않으니 쓰러지는 주택업체가 잇따르는 것은 당연 한 일이다.

지난 6월 중젼건설사인 신일이 무너진데 이어 세종건설도 9월4일자로 최종 부도처리됐다.

업계에서는 주택전문업체 가운데 1~2곳이 올해를 넘기지 못할 것이라는 얘기마저 나돈다.

이처럼 상황이 급속히 악화되고 있음에도 정부는 `강 건너 불 구경`이다.

7월초 지방투기과열지구 몇 곳을 해제했지만 `사후약방문`이었다.

이용섭 건설교통부 장관은 며칠 전 주택업계 관계자들과 만나 이달 중에 투기과열지구를 추가 해제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그 것만으로는 싸늘한 주택시장을 살릴 수 없다는 주장이다.

분양권 전매제한을 1년에서 6개월(상한제 주택)로 줄이는 것만으로는 효과를 기대할 수 없다는 것이다.

주택투기지역을 해제하고 총부채상환비율(DTI), 담보인정비율(LTV)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

그 이유는 최근 부도를 낸 신일과 세종건설 모두 대구 등 지방 미분양과 저조한 입주에 따른 유동성 위기가 직접적인 부도의 원인이 됐다는 점에서 그렇다.

이미 주택공급 과잉지역인 대구와 부산의 경우, 초기 분양률이 10%에도 못미치는 사업장이 속출하고 있다.

일부 업체는 아예 분양 계약금을 되돌려주고 사업 자체를 포기하는 경우도 발생하고 있다.

부산지역의 경우 공사가 끝난 새 아파트의 입주율이 30%에도 못미치는 곳이 허다하다.

이번에 부도를 낸 세종건설 역시 지난해 준공된 부산 문현동과 여수 문수동 아파트의 분양 및 입주 실적이 저조해 유동성 위기를 맞은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정부는 이 문제에 대해서는 아주 엄격하다.

투기자금은 집중성과 이동성, 전염성이 강한데 DTI, LTV 규제를 풀 경우 풍부한 유동성이 투기자본으로 집중될 우려가 있다며 규제 완화조치로 검토할 만한 사항이 아니다고 선을 긋고있다.

더욱 큰 문제는 분양가 상한제 시행을 앞두고 있다는 점이다.

업계의 우려는 이미 남양주 진접지구 동시분양에서 나타났다.

모델하우스 공개 당시 수만명이 몰렸지만 청약 결과는 막상 3순위에서도 미달됐다.

상한제 대상인 중소형의 경우 10년씩이나 전매가 제한되다보니 투자수요는 물론 실수요자들 마저 외면한 것이다.

업계 일각에서는 상한제 대상 아파트의 전매제한을 일률적으로 묶을 것이 아니라 지역단위로 자치단체가 판단해 탄력적으로 운영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10년씩이나 전매를 제한하는 것은 지나친 재산권 침해"라며 "과열은 커녕 분양 자체가 걱정인 곳은 전매제한을 없애거나 줄여야 한다"는 소리도 높다.

미분양 대책으로 지방에 대한 규제를 완화하는 한편 정부가 매입하는 방법도 검토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정부는 현재 주택공사를 통해 수도권 미분양아파트를 매입해 비축용 임대주택으로 활용하는 사업을 추진 중이다.

지방의 미분양 중소형 주택을 매입해 국민임대주택으로 활용하면 민간업체도 살리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란다.

한경닷컴 뉴스팀 newsinf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