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일 도쿄 시나노마찌역. 시내 중심부 신주꾸역에서 JR선으로 불과 6분 거리에 위치한 이 역사 3층이 다이토분카(大東文化)대 로스쿨 캠퍼스다.

전철에서 역사 1층 로비로 걸어나오면 오른쪽에 캠퍼스로 이어지는 엘리베이터가 기다리고 있다.

모의법정과 도서관 등 로스쿨 이곳저곳을 안내해준 고상룡 교수(67·비교법).이 학교의 유일한 한국인 교수인 그의 말투에는 자신감이 잔뜩 묻어났다.

지난해 구사법시험에서 합격자를 한 명도 못낸 학교가 올해 처음 실시한 신 사법시험에서 4명이나 합격자를 냈기 때문이다.

일본 정부는 2004년 미국식 로스쿨(법학전문대학원)을 도입하면서 내건 '다양한 경력의 법조인 양성'이라는 취지에 맞게 입학 정원의 30% 이상은 반드시 법학을 전공하지 않은 사람들 중에서 뽑도록 했다.

이에 따라 비법대생 출신,특히 우수한 사회인(직장인) 유치가 높은 합격률 못지않게 로스쿨 성패를 가름짓는 관건이 되고 있다.

고 교수도 "로스쿨을 도시 외곽지역에 떨어져 있는 본교와 달리 시내 한복판에 둔 것도 직장인을 유치하기 위한 전략적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이 학교는 아울러 의료 관련 법률을 다루는 의사법(醫事法) 등 다양한 커리큘럼도 짜놓았으며,저녁 6시15분부터 시작하는 야간 수업과 토요일 수업도 마련해놓고 있다.

그 덕분인지 이번에 합격한 4명 중 3명이 직장인 출신이다. 게이오대 부속병원 의사,2급자격의 건축사,소방청직원 등 다방면의 직장인들이 이 학교를 다니고 있으며,2007학년도 신입생 45명 중 절반이 넘는 26명이 직장인으로 메워졌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우리가 어떻게 감히 로스쿨을…"이라며 자괴하던 다이토분카대가 로스쿨 출범을 계기로 나름의 생존력을 키워 신흥 명문으로 발돋움할 기회를 잡은 셈이다.

131명을 합격시켜 합격자수에서 1위를 차지한 주오(中央)대 역시 우수직장인 유치에 목을 매기는 마찬가지."법대는 도쿄(東京)대 다음"이라던 주오대가 몇 년 전 캠퍼스를 도쿄 외곽으로 옮기면서 학생들의 질과 합격률이 현저히 떨어졌다는 자성의 목소리가 쏟아졌다.

이에 따라 로스쿨을 도쿄 시내에 설치해 직장인 유치에 팔을 걷어붙이고 나선 것.

이와 함께 국립대와의 연간 학비차액 80만엔을 로스쿨 학생 전원에게 장학금으로 지원하는 등 눈물겨운 노력을 기울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럼에도 합격률은 55%에 그치자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난리다.

로스쿨들의 피나는 생존경쟁은 이뿐만 아니다.

"이제는 학부가 아니라 로스쿨로 평가받게 될 것"이라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합격률을 높이려는 대학들의 고민은 이만저만한 것이 아니다.

명실상부한 일본 최고 대학으로 이번 시험에서도 71%(170명 응시 120명 합격)라는 높은 합격률을 낸 도쿄대마저 "합격률에 신경 좀 써달라"는 학생들의 불만이 터져나오고 있는 게 현실이다.

구사법시험에 이어 신사법시험에서도 합격자수 3위를 차지한 게이오(京都)대학은 헌법 민법 형법 등 2학점짜리 기본과목 강의를 통상의 90분이 아니라 180분씩 하고 있다.

시라카모메(白鷗)대학은 장학금 지원은 기본에다 매주 토요일 오전과 오후 각 2시간씩 보충학습을 해왔다.

문부과학성으로부터 과다지원에 따른 지적을 당하기도 했지만 어쨌든 단답형 시험에서는 응시생 6명이 전원 합격했으며, 최종 논술시험에서도 절반이 합격하는 성과를 거둬 명문 로스쿨로 도약하는 발판을 마련했다는 평가를 듣고 있다.

도쿄=김병일 기자 kb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