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안팎의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는 가운데 제19차 남북장관급회담이 11일 3박4일간에 걸친 일정에 들어갔다.

권호웅 내각 책임참사가 이끄는 북측 대표단 29명은 이날 오후 2시 고려항공 전세기편으로 평양 순안공항을 이륙,동해 직항로를 거쳐 오후 4시께 김해공항에 도착했다.

정부의 쌀과 비료 지원 유보 결정에 대해 반발할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북측 대표단은 "회담의 성과적 보장을 위해 모든 성의와 노력을 다하겠다"고 밝히는 등 회담에 진지하게 임하려는 태도를 보였다.

환담 도중 이종석 통일부 장관이 "어제 태풍이 지나갔고 장마전선이 북상했다"며 날씨를 화제로 꺼내자 권 단장은 "태풍이라는 것이 북이나 남만 피해 주는 게 아니라 북이 피해를 보면 남도 피해를 본다.

우리가 잘해서 외부에서 온 재앙을 대처할 필요가 있다"고 응답하며 우리 정부에 협조를 구하려는 제스처도 보냈다.

권 단장은 환영만찬장에서도 "북남 쌍방은 정세가 어떻게 변하건 이 궤도에서 절대로 탈선하지 말고 6·15의 길을 끝까지 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장관은 만찬사에서 "최근 조성된 상황으로 인해 지역정세가 불안정해지고 있으며 남북관계도 영향을 받고 있다"며 "어려운 상황일수록 진지한 대화를 통해 타개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부는 이번 회담에서 6자회담 복귀 외에는 활로가 없음을 설득할 예정이다.

일단 중국이 선양에서 갖자고 제안한 비공식 6자회담에 참석할 것을 촉구할 것으로 보인다.

정부 고위 당국자는 그러나 회담 전망에 대해서는 "타협이 이뤄질 것으로 크게 기대하지 않는다"며 기대치를 낮추려는 모습이었다.

이번 회담은 복잡한 상황 속에서 열리게 된 만큼 일정이 가변적이다.

일단 12일 전체회의와 13일 오후 종결회의만 확정돼 있으며 나머지 일정은 회담 상황에 따라 수시로 바뀔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회담분위기를 반영한 듯 회담장 표정은 시종일관무거웠다.

남북 대표단 모두 북의 미사일 발사에 따른 복잡한 국제정세와 낙관할 수 없는 회담 전망을 의식한 듯 표정을 풀지 않았다.

지금까지의 장관급 회담에서 상황에 관계없이 미소를 잃지 않고 언변 좋게 말을 이어가던 권호웅 북측 단장도 이전 회담과는 다른 모습이었다.

당초 예정보다 30분 정도 늦은 오후 7시30분께 시작된 만찬도 한결 간소하게 치러졌다.

통상 환영만찬은 국무총리가 주재해 왔지만 이번에는 장관이 대신했고 장관의 의사를 반영해 외빈 초청도 크게 줄여 만찬 참석 인원은 과거에 비해 절반 수준인 60여명에 불과했다. 양측의 만찬사도 미사여구없이 간결했고 길이도 평소의 절반이 안 될 정도로 짧았다.

회담장에는 지난해 남북회담장에 '데뷔'했던 원형 회담테이블이 사라지고 과거 남북회담의 상징처럼 여겨졌던 4각 테이블이 다시 등장,긴장감이 높아진 회담의 분위기를 그대로 반영한 게 아니냐는 관측을 부추겼다.

부산=정지영 기자 c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