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8일 마이크로소프트(MS) 미국 본사에서 낯선 광경이 펼쳐졌다.

수십명의 대학생들이 빌 게이츠 MS 회장을 둘러싸고 자신들의 발명품을 앞다퉈 소개했던 것.

브라질 대학생인 이반 코르데이로 카딤은 게이츠 회장의 손목에 난데없이 팔찌를 채웠다.

자신의 동료들과 8개월 동안 공들여 개발한 이 팔찌는 다름 아닌 '시각장애인을 위한 길잡이'.

카딤은 시각장애인인 할아버지를 지켜보며 앞을 볼 수 없는 사람들이 처음 가는 곳에서도 쉽게 길을 찾을 수 있게 돕고 싶다는 생각으로 이 팔찌를 개발했다.

GPS(위성항법장치)와 무선으로 연결된 이 팔찌는 이용자가 미리 입력해둔 장소를 찾아가는 동안 방향을 틀어야 할 때마다 양 손목의 팔찌가 번갈아가며 진동해 길을 알려준다.

게이츠 회장은 "이런 기능을 가진 팔찌를 어떻게 소형으로 만들 수 있었느냐"며 대견해했다.

카딤과 동료들은 MS가 매년 개최하는 세계 대학생 소프트웨어 경진대회인 '이매진 컵(Imagine Cup)'의 출전선수들이다.

올해로 4회째를 맞은 이 대회에는 100여개 국가에서 6만5000명이 참가했다.

엄격한 심사를 거쳐 가려진 300명의 학생이 오는 8월 인도 뉴델리에서 열리는 결선에 진출했고 MS는 결선 진출자 가운데 일부를 본사로 초청,게이츠 회장과의 만남 자리를 마련했다.

이 행사에는 한국인 학생들도 참가했다.

'스위트 드림팀'으로 이매진 컵에 출전한 이해리(국민대) 박완상(한성대) 정혜화(동국대)씨 등이 그 주인공.이들은 운동하는 사람의 동작을 감지해 동작의 정확성을 분석해주는 소프트웨어를 개발했다.

이 밖에 의료사고를 줄이기 위한 의료정보 관리 소프트웨어를 개발한 일본 학생들도 게이츠 회장의 주목을 받았다.

이처럼 출전 학생들은 올해 대회의 테마인 '건강'과 관련한 발명품을 선보였다.

이들이 지켜야 하는 조건은 어떤 식으로든지 MS의 기술을 활용해 소프트웨어를 개발해야 한다는 것이다.

브라질의 카딤도 MS 윈도의 음성인식 프로그래밍 인터페이스와 지도정보 서비스인 맵포인트 등을 이용했다.

시각장애인이 몸에 지니는 휴대폰이나 포켓 PC와 팔찌를 연결하는 데는 블루투스 기술을 사용했다.

MS는 이매진 컵 우승자들에게 총 12만5000달러의 상금을 수여한다.

하지만 대부분의 출전 학생들은 상금을 타기 위해서보다는 자신들이 개발한 소프트웨어가 상용화돼 많은 사람들에게 혜택을 줄 수 있기를 바란다는 게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결선에서 뽑힌 1∼6위 팀들은 영국 브리티시 텔레콤(BT)이 영국으로 초청,이들이 개발한 소프트웨어를 사업화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지난해 대회에서 2위를 차지한 그리스 학생들은 사업화를 위해 그리스 정부와 개인 투자자들로부터 60만유로를 투자받기도 했다.

내년 이매진 컵 대회는 서울에서 열릴 예정이다.

장경영 기자 longr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