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로부터 나라의 주권을 되찾은지 올해로 54년.

어느덧 반세기를 훌쩍 넘겼지만 친일파 문제는 아직 마무리되지 못한채
역사의 생채기로 남아있다.

"나는 황국신민이로소이다"(정운현 저, 개마고원, 8천5백원)는 일제에
협력한 37인의 친일 행적을 파헤친 책이다.

친일파를 다룬 저서들은 이미 서점에 여럿 나와 있지만 이 책에는 "친일파
1호" 김인승, 조선인 출신 신직(신사의 제사를 주관하는 사람) 이산연, 만주
특무공작 김창영 등 저자가 처음으로 발굴해낸 친일 인물들의 행적이 새롭게
실려있는 점이 이채롭다.

을사조약 체결에 앞장선 이근택, 대를 이어 친일에 나선 민병석.복기 부자
등 공직자에서부터 문인, 학자, 경제인, 예술가 등 일제 찬양에 가담한
지식인들의 부끄러운 발자취가 담겨 있다.

이항녕 김동환 등 해방후 친일 행위를 솔직히 인정하고 사죄한 사례는
눈길을 끄는 대목이다.

나치협력자를 중벌로 다스린 프랑스, 친일파를 처단한 중국과 대만 등
외국의 사례도 우리의 경우와 비교했다.

저자는 "친일파 문제는 아직 해결되지 않은 미제 사건"이라면서 "지금 이
문제를 제기하는 것은 통일에 대비하고 사회정의를 바로 세워야한다는
측면에서 충분히 당위성을 갖는다"고 주장한다.

< 박해영 기자 bono@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8월 5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