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료개념에 머무르고 있는 현재의 약은 밀레니엄시대에는 쾌락추구나 예방
차원의 약으로 바뀐다.

지금의 약들이 전폭기에 의한 무차별폭격이라면 밀레니엄 시대의 약은
크루즈미사일처럼 선별적으로 목표물을 공격하게 된다.

우선 밀레니엄 시대의 약은 인체에 부작용을 주지 않고 원하는 효과만 줄
전망이다.

지금까지는 한두가지 병적 원인에 부합하는 약을 만들었기 때문에 다른
부작용이 생기거나 오래 먹으면 오히려 몸이 축나는 경향이 있었다.

그러나 분자생물학적인 연구의 진전으로 보다 많은 원인물질과 복잡한
체내물질대사과정이 밝혀지게 됐다.

제대로 된 신약이 나오는 토양이 갖춰지는 셈이다.

지금까지는 복잡한 원인을 규명했다해도 이에 맞게 인위적으로 물질을
합성하는 것이 기술적으로 어려웠다.

그러나 화학합성기법이 발달하게 되면 이런 장애를 뛰어넘을수 있다.

웬만한 약은 인공적으로 합성할수 있다는 말이다.

미래에는 병을 고치려 약을 먹는게 아니라 삶을 즐기고 병에 걸리지 않기
위해 약을 먹는 시대가 열린다.

가령 엔돌핀을 합성해 복용하면 늘 즐거운 기분을 유지할수 있게 된다.

비아그라보다 훨씬 우수한 성기능개선제의 개발전망도 밝다.

보다 완벽하고 안전한 백신이 개발되면 감염성 질환에서 해방될수 있다.

의학자들은 오는 21세기에는 화학적으로 합성한 약보다 우리 몸에 있는
물질의 일부를 약으로 이용한 생물학적 제제가 더욱 빛을 발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유전공학을 이용, 대장균이나 세균에 특정유전자를 이식해 해당약물을
대량생산해내는 방법이 예다.

미래의 약은 사용하기 간편한 것으로 바뀌어진다.

하루에 3번 먹는 불편함이 사라진다.

약물을 서서히 방출시키는 기술이 완성되면 모든 약은 하루 한번 복용하면
끝난다.

주사를 맞거나 먹는 것이 귀찮으면 붙이는 패취제를 쓰면 된다.

저장고에 담긴 약물은 피부를 통해 혈관으로 들어간다.

미사일처럼 목표부위에 약물을 싣고 가서 정확히 떨어뜨리는 미사일요법제도
나온다.

생체에 일어난 미세한 병리적 변화를 미사일이 감지해 추적해가는 시스템
이다.

좋은 약이 쓰다는 말은 새 밀레니엄에 맞지 않는다.

약은 오직 편하고 이로울 뿐이다.

< 김태완 기자 twkim@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4월 2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