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와 삼성이 이번엔 해외증권발행을 둘러싸고 격전을 벌이고 있다.

문제는 기아자동차와 삼성전자가 1억5천만달러규모의 해외DR(주식예탁증서)
발행을 각각 추진하고 있는데서 발단. 공교롭게도 납입예정일도 두회사 모두
동일한 오는4월1일로 잡고있다.

이는 지난해 삼성측이 승용차사업진출과 맞물려 기아자동차주식을 매집해
파문을 일으킨데 이은 제2라운드의 격돌로 주목된다.

두회사간의 신경전은 최근 증권당국의 해외증권발행 규제완화조치를 계기로
더욱 가열되는 양상이다. 해외전환사채(CB) 신주인수권부사채(BW) DR등 주식
과 연계된 외화증권을 발행할때 증권관리위원회의 사전승인 대신에 업계의
자율조정에 맡기면서 연간발행물량(올해12억~13억달러)을 분기별로 조정키로
한것.

지난18일 증관위에서 (주)대우와 온양팔프의 해외증권발행을 승인함에
따라 이미 7개사(2억7천만달러)가 승인된 상태여서 3억달러선으로 예정된
1.4분기의 대규모발행은 이미 물건너간셈.

결국 2.4분기중 "발행티켓"을 어느 회사가 따내느냐가 초미의 관심사이다.
이들 두회사중 어느 한기업이 해외DR를 발행하게 되면 다른 한기업은 3.4
분기이후로 밀려야할 판국이기 때문이다. 오는4~6월중의 발행한도가 3억~
4억달러로 예상되고 있어 이들 2개사가 모두 발행에 나서기는 현실적으로
어려울 것이라는 점이 발목을 잡고있다. 두회사가 동시에 발행하게 되면
다른 기업들은 팔짱만 끼고 있어야 한다는 얘기다. 분기별 한도가 두회사의
접전을 부채질하고 있는 형국이다.

현재 당국이 내놓은 발행기준은 시설재도입용을 중심으로 주력기업과
우량중소기업을 우대한다는 방침뿐. 물론 이들 2개사는 해당그룹의
주력기업이다.

발행용도를 보더라도 두회사 모두 첨단시설재 도입용이다. 기아측은
아산만및 소하리공장의 공작기계와 관련한 첨단시설재를,삼성측은 반도체와
관련한 첨단시설재를 도입하기 위한 것이라고 각각 제시하고 있다.

기아자동차의 국내주간사를 맡은 대신증권은 지난1월초 증권감독원에
발행의향서를 제출하고 1월중순께 상공부의 자금용도확인을 받았다고
밝힌다. 또 삼성전자의 국내주간사인 쌍용투자증권은 1월말께 상공부
확인을 거쳐 증감원에 의향서를 제출했다는 것이다.

이제 "뜨거운 감자"는 발행기업및 시기를 자율조정할 협의체로 넘어갔다.
앞으로 해외증권 주간사자격이 있는 증권회사로 구성될 협의체를 통해 어떤
식으로 판가름날지 주목된다.

<손희식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