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레를 하는 제 모습이 싫을지언정 발레가 싫었던 적은 단 한 번도 없어요.”지난 21일 서울 노들섬의 연습실에서 만난 발레리나 강효정(40)은 담담한 어조로 발레에 대한 사랑을 고백했다. “지금도 발레를 통해 인생을 배워요. 어렸을 때는 완벽한 테크닉을 구사하는 것에 초점을 뒀다면 이제는 공연을 보러 와주신 분들에게 어떻게 저의 진심을 전할지 고민해요.”독일 드레스덴 젬퍼오퍼 발레단에서 활동 중인 강효정은 오는 30일부터 11월 2일까지 열리는 서울시발레단의 더블빌 공연 ‘한스 판 마넨×허용순’ 무대에 객원 수석무용수 자격으로 오른다. 젬퍼오퍼 발레단에서 마스터로 활약하고 있는 재독 안무가 허용순의 신작 ‘언더 더 트리즈 보이시스(Under the Trees’ Voices)’에 그가 선 것은 그 자체로도 의미가 있다. “허용순 선생님과 알고 지낸 지 오래됐지만 작업을 같이한 건 이번이 처음입니다. 이번 시즌부터 아예 같은 단체에서 일하게 돼 앞으로 더 많은 협업을 할 수 있을 것 같아요.”언더 더 트리즈 보이시스는 이탈리아의 작곡가 겸 지휘자인 에치오 보소의 교향곡 2번을 안무한 서정적인 작품. 2024년 독일 아우크스부르크 발레단에서 초연한 뒤 1년 만에 서울에서 소개된다. 강효정은 “에치오 보소를 상징하는 파트너와 함께 그의 삶에 영향을 준 알바 파리에티 역할을 맡았어요. 컨템퍼러리 발레 전막 작품으로는 국내 관객을 처음 뵙는데, 섬세한 내면 연기를 보여드리고 싶습니다.” 강효정에게 컨템퍼러리 작품은 고전의 해체가 아니라 확장이다. 규율의 예술인 발레에 근거하지만 예술적 표현의 자유가 있기 때문이다.강효정의 여정은 일
"발레하는 제 모습이 싫을 지언정, 발레가 싫었던 적은 단 한 번도 없어요."지난 21일 서울 노들섬의 연습실에서 만난 발레리나 강효정(40)은 담담한 어조로 발레에 대한 사랑을 고백했다. 일곱살에 발레를 시작한 순간부터 지금까지 늘 무대 위에서 자신을 단련했던 무용수는 아직도 발레를 온몸으로 껴안고 있었다. "지금도 발레를 통해 인생을 배워요. 어렸을 때는 완벽한 테크닉을 구사하는 것에 초점을 뒀다면 이제는 공연을 보러 와주신 분들에게 어떻게 저의 진심을 전할지 고민해요."현재 독일 드레스덴 젬퍼오퍼 발레단에서 활동중인 강효정은 오는 30일부터 11월 2일까지 열리는 서울시발레단의 더블빌 공연 <한스 판 마넨X허용순>무대에 객원 수석무용수 자격으로 오른다. 젬퍼오퍼 발레단에서 마스터로 활약하고 있는 재독 안무가 허용순의 신작 <언더 더 트리즈 보이시스(Under the tree's voices)>에 그가 선 것은 그 자체로도 의미가 있다. "허용순 선생님과 알고 지낸 지 오래됐지만 작업을 같이 하게 된 건 이번이 처음입니다. 이번 시즌부터 아예 같은 단체에서 일을 하게 돼서 앞으로 더 많은 협업을 할 수 있을 것 같아요."언더 더 트리즈 보이시스는 이탈리아의 작곡가 겸 지휘자인 에치오 보소의 교향곡 2번을 안무한 서정적인 작품. 2024년 독일 아우쿠스부르크 발레단에서 초연한 뒤 1년만에 서울에서 소개된다. 강효정은 "에치오 보소를 상징하는 파트너와 함께 그의 삶에 영향을 준 알바 파리에티 역할을 맡았어요. 컨템퍼러리 발레 전막 작품으로는 국내 관객을 처음 뵙는데, 섬세한 내면 연기를 보여드리고 싶습니다." 강효정에게 컨템퍼러리 작품은 고전의
1936년 일본 도쿄에서 태어난 하스미 시게히코(사진)는 일본 영화계의 작가주의 비평가로 알려진 인물이다. 프랑스 유학을 마치고 1970년대부터 일본 영화계를 휘어잡으며 명성을 얻었다.도쿄대에 입학한 뒤 불문학을 전공했다. 유학 중 귀스타브 플로베르와 보바리 부인 연구로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일본에 귀국해 도쿄대 교양학부 강사와 릿쿄대 시간 강사를 겸임했다. 릿쿄대에서 ‘영화 표현론’을 가르쳤는데 독특한 방식으로 학생을 지도해 입소문이 났다. 도쿄대 교양학부의 ‘영화론’ 강좌 수강생 중 링 시리즈를 감독한 나카타 히데오가 있었다.일본과 프랑스의 영화 가교 역할을 꾸준히 했다. 프랑스 장뤼크 고다르 감독의 저서를 일본에 번역하고 일본에 촬영하러 온 그의 통역을 담당하며 인터뷰하는 등 다양한 분야를 넘나들었다. 1997년부터 2001년까지 도쿄대 총장을 지낼 때 잠시 활동이 줄었지만 총장직을 내려놓고 은퇴한 이후로는 다시 저술 활동과 강연 등을 이어가고 있다.이해원 기자
유니버설발레단이 지난 18일과 19일 경기도 고양 아람누리 아람극장에서 선보인 '돈키호테'는 3막으로 이뤄진 고전 발레의 정수를 현대적인 활력으로 살려낸 무대였다. 스페인풍의 화려함과 함께 고전 발레의 질서를 내세우면서 유니버설발레단의 장기를 충분히 발휘할 수 있었던 자리였다. 대작의 구조는 드라마의 완결성과 춤, 조형미가 어떻게 결합하는지 보여주는 무대 위 교과서처럼 읽혔다.세르반테스의 소설 <돈키호테>를 원작으로 탄생한 발레지만 극의 중심을 이끌어 가는 건 선술집 딸 키트리와 가난한 이발사 바질의 연애 이야기다. 19일 마지막 공연에는 홍향기(키트리)와 임선우(바질)이 무대에 섰다. 홍향기는 명실상부한 주역으로 자신감과 균형감이 어우러진 키트리를 보여줬다. 활달하고 사교적인 아가씨였던 키트리는 2막에선 돈키호테가 그리는 이상의 여인 '둘시네아'가 된다. 이 상반된 캐릭터를 뚜렷하게 연기한 건 오랜 시간 무대를 지킨 경험 덕분이었을 것이다. 회전에서 한번 실수가 있긴 했지만, 미소를 잃지않고 노련하게 동작을 이어가는 모습에 더 큰 박수가 터져나왔다. 임선우는 이번 공연에서 바질로 데뷔했다. 임선우는 발레단이 지난해부터 꾸준하게 주역으로 캐스팅돼 온 발레리노로 이번 무대에도 구원투수 역할을 했다. 동료 무용수의 부상으로 갑작스럽게 여러 번 바질로 무대에 섰지만 부담을 실력으로 전환시킬 줄 아는 프로였다. 임선우의 바질은 익살과 낭만이 한껏 뿜어나오는 춤의 기세를 음악의 흐름과 조화시켰다. 두 사람의 존재감은 무대 후반으로 갈수록 견고해졌는데 선배 무용수와 파트너링에서 보여준 임선우의 균형 감각은 그가 곧
찬 바람 불어오는 계절. 크리스마스 시즌 대표 공연인 발레 ‘호두까기 인형’이 관객을 맞을 준비를 시작했다.유니버설발레단과 국립발레단은 티켓 예매 일정을 공지했고 다음달 지방 투어를 시작해 12월 서울에서 대미를 장식한다. 호두까기 인형은 호프만의 동화 <호두까기 인형과 생쥐 대왕>(1816)을 원작으로 차이콥스키가 음악을 작곡하고 프티파가 안무한 2막 발레로 보통 48개월 이상 어린이부터 감상할 수 있다.유니버설발레단은 세종문화회관과 함께 5년 연속 호두까기 인형을 대극장 무대에 올린다. 오는 12월 17일부터 28일까지 열리는 공연에서 코리아쿱오케스트라 음악과 리틀엔젤스예술단 합창이 매회 연주된다. 유니버설발레단의 호두까기 인형은 러시아 마린스키발레단의 바실리 바이노넨 버전을 기반으로 한다. 어린 클라라가 꿈속에서 어른이 돼 왕자로 변신한 호두까기 인형을 만나 과자 나라에서 겪는 환상의 여정을 그렸다. 정통 클래식 발레의 정제된 안무, 이해하기 쉬운 마임 요소가 특징이다.국립발레단은 12월 14~25일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호두까기 인형의 여정을 마무리한다. 국립발레단은 볼쇼이발레단 안무가이던 유리 그리고로비치 버전으로 무대를 올린다. 여주인공 이름은 클라라가 아니라 ‘마리’이며 1막부터 2막까지 주역 발레리나가 쭉 마리를 연기한다. 1막에서 소품으로 활용되던 호두까기 인형을 어린이 무용수로 전환한 점도 이 버전의 특징이다. 2막의 춤추는 과자들은 이 버전에서 ‘크리스마스 인형들’이 되고 마리와 호두까기 왕자의 여정에 지속적으로 동참하도록 개연성을 높였다.양대 발레단 외에도 많은 발레단이 호두까기 인형을 준
전통무 8개를 묶은 공연 이름이 '미메시스'다. 고대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의 미학 개념 가운데 예술의 본질을 다루는 낱말이 제목이 된 이유는 무엇일까. 서울시무용단은 20일 서울 세종문화회관 연습실에서 그 비밀을 밝혔다. 서울시무용단의 신작 '미메시스: 자연을 담은 8개의 춤'은 다음달 6일부터 9일까지 사흘간 서울 세종문화회관 M씨어터에서 초연된다. 교방무, 한량무, 장검무, 승무, 태평무, 무당춤, 살풀이춤, 소고춤 등 8가지 전통 무용이 윤혜정 서울시무용단 예술감독의 안무로 새롭게 탄생했다. 윤 감독은 "직업이 귀천이 없는 지금, 과거 속 여러 신분의 사람들이 췄던 춤을 한데 모았다"며 "미메시스는 자연의 현상과 우리 직업군들의 본질을 연결하는 작업이었다"고 설명했다. 이번 무대는 한국 전통춤의 근원적 움직임, 자연의 흐름 사이에서 유사점을 찾으며 구성됐다. 8장마다 자연의 테마를 다룬다. 발디딤이 주가 되는 소고춤에는 땅을, 장검을 휘두르는 장검무는 번개를 연결하는 식이다.이날 연습실에서는 서바이벌 방송 프로그램으로 유명세를 얻은 무용수 기무간이 장검무를 시연했다. 힘과 에너지가 넘치는 춤사위가 돋보였다. 기무간은 "한국무용을 전공했지만 다채로운 움직임을 탐구하다보니 전통 춤과 멀어졌었다"며 "오랜만에 기회가 와서 반가웠고 멋지게 해내겠다"고 말했다.한국 전통 복식도 '미메시스' 공연에서 만나볼 수 있다. 서울시무용단은 의상 디자인뿐 아니라 장신구 디자인도 전문가와 함께하며 '미메시스'의 무대 의상을 제작했다. 전통한복의 아름다움을 살리면서 현대적인 해석이 곁들여졌다는 게 무용단
찬바람 불어오는 계절. 크리스마스 시즌 대표 공연인 발레 '호두까기 인형'이 관객을 맞을 준비를 시작했다. 유니버설발레단과 국립발레단은 티켓 예매 일정을 공지했고 다음달부터 지방 투어를 시작해 12월 서울에서 대미를 장식한다. 호두까기 인형은 겨울의 정서와 어울리는 감성, 크리스마스 선물과 새해에 대한 설렘으로 관객의 마음을 따뜻하게 덥혀주는 스테디 셀러 공연. 호프만의 동화 <호두까기 인형과 생쥐 대왕>(1816)을 원작으로 차이콥스키가 음악을 작곡, 프티파가 안무한 2막 발레다. 보통 48개월 이상 어린이부터 감상할 수 있다.유니버설발레단은 세종문화회관과 함께 5년 연속 '호두까기 인형'을 대극장 무대에 올린다. 오는 12월 17일부터 28일까지 이어지는 공연에서 코리아쿱오케스트라 음악과 리틀엔젤스예술단의 합창이 매회 연주된다. 세종문화회관과 협력한 이래 2021년부터 2024년까지 이 작품으로 발레단의 누적관객 수는 15만명을 돌파했다. 유니버설발레단의 호두까기 인형은 러시아 마린스키발레단의 바실리 바이노넨 버전을 기반으로 한다. 어린 클라라가 꿈 속에서 어른이 되어 왕자로 변신한 호두까기 인형을 만나 과자 나라에서 겪는 환상의 여정을 그렸다. 정통 클래식 발레의 정제된 안무, 이해하기 쉬운 마임 요소가 특징. 이번에도 발레단의 스타들이 주역으로 총출동한다. 총 일곱 커플 가운데 서울 무대에서 새로운 클라라와 호두까기 왕자로 데뷔하는 장지윤, 이승민도 기대를 모은다. 국립발레단은 12월 14일부터 25일까지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호두까기 인형'의 여정을 마무리한다. 국립발레단은 볼쇼이발레단의 안무가였던 유리 그
무용 칼럼니스트 이단비(사진)가 <발레 파드되 클래스>를 펴냈다. 발레의 핵심 형식인 2인무(파드되)를 움직임과 해설 양 측면에서 다룬 전문서로 실기와 이론을 아우르는 구성이다. 저자는 “춤을 쓰는 사람으로서 기록의 책임을 다하고 싶었다”며 “몸으로 전해오던 전통을 글로 이어가기 위한 시도”라고 출간 의의를 전했다. 이처럼 <발레 파드되 클래스>는 그가 몸과 언어 사이의 거리를 좁히며 써 내려간, 예술의 생생한 기록이기도 하다.이단비는 비전공자의 시선으로 오랫동안 무용을 관찰하고 글로 정리해 온 작가다. 예술의 지속성과 시대정신을 탐구하던 그는 전공생 틈에 끼어 발레를 직접 배우고 20여 년간 무용에 대한 탐구를 이어 왔다. 음악이나 미술에 비해 발레를 분석적으로 다룬 국내 저술이 드물었는데 “기다리느니 내가 써야겠다”고 생각한 게 집필의 출발점이었다.책은 국립발레단 출신 무용수 원자승(홍익대 교수)과의 협업으로 완성됐다. 두 사람은 파드되의 호흡, 균형, 감정선 등을 세밀히 분석하며 동작별 연습 방법과 해설을 병기했다. 손과 발의 위치, 시선, 근육 사용 등 세부 포인트를 자세히 수록했고, 완성된 자세는 사진과 함께 구성했다. ‘돈키호테’ ‘잠자는 숲속의 미녀’ ‘호두까기 인형’ 등 고전 발레의 대표 장면을 인용해 작품별 감정 표현 방식도 설명한다.“파드되는 발레에서 가장 어려운 형식이에요. 두 사람이 일정 수준의 기술을 갖춰야 비로소 예술적 호흡이 완성됩니다.” 저자는 실기 교재로서의 실용성과 더불어 예술과 기술의 접점을 기록하려는 의도를 밝혔다. 집필에는 꼬박 2년이 걸렸다.이단비
20년 동안 최고의 미술 입문서로 자리매김한 <나의 친절한 미술책>이 국내에 번역 출간됐다.페런 깁슨, 어맨다 렌쇼, 길다 윌리엄스 등 저자 세 사람은 책을 통해 시대와 정체성, 민족과 지역을 넘어선 목소리와 이야기를 담아 미술 작품이 지닌 예술적 본질을 전한다. 미술사를 대표하는 작가 60명과 이들의 작품 100여 점을 담은 이 책은 중세 미술부터 현대 미술까지 다룬다. 시간은 물론 장르마저 가로지르며 과감하게 주요 작품을 선별해 냈다.책은 작품마다 질문을 건넨다. 루이스 부르주아의 대형 거미 설치물의 사진 밑에 “이 거미는 루이스 부르주아가 너무도 사랑한 사람을 나타낸다. 그는 누구일까?”라고 독자의 호기심을 건드린다. 궁금증에 글을 읽다 보면 거미는 루이스 부르주아의 어머니 형상이라는 걸 알게 된다.또한 책은 작가의 삶과 시대적 배경, 작품의 기법과 상징을 연결해 작품의 탄생과 그 맥락까지 보여준다. 예를 들면 굴곡진 삶을 산 멕시코 화가 프리다 칼로가 반려동물을 가족처럼 돌봤기 때문에 그의 작품에 동물이 반복적으로 드러났다는 것. 이처럼 작품의 요소와 각각의 삶을 엿볼 수 있는 텍스트를 따라가다 보면 미술 감상은 보는 차원을 넘어 작가를 이해하는 방식이라는 것을 깨달을 수 있다.이해원 기자
무용 칼럼니스트 이단비가 신간 <발레 파드되 클래스>를 펴냈다. 첫 저서 <발레, 무도에의 권유>에 이은 두번째 단행본으로 발레의 핵심 형식인 2인무(파드되)를 움직임과 해설 양 측면에서 다룬 전문서다. "춤을 쓰는 사람으로서 기록의 책임을 다하고 싶었다"는 저자의 말처럼 이번 책은 몸으로 전해오던 무용의 전통을 글로 이어가기 위한 시도이자 사라져가는 춤의 기록을 남기려는 실천의 결과물이다.이단비는 어린 시절부터 발레를 가까이하며 비전공자의 시선으로 무용을 관찰해왔다. 그는 "음악이나 미술에 비해 발레를 분석적으로 다룬 책이 국내에는 거의 없었다. 결국 내가 써야겠다고 생각했다"며 첫 저서의 탄생 배경을 전했다. 방송작가로 일하며 예술의 지속성과 시대정신을 고민하던 그는 "불멸하는 것은 결국 예술이었다"며 뒤늦게 전공자들 틈에서 춤을 배우고 20년 넘게 취미 발레를 이어오며 몸의 언어를 글로 옮기려는 작업에 몰두해왔다.첫 번째 책이 발레 감상의 문학적 서문이었다면 <발레 파드되 클래스>는 실기와 이론을 아우르는 2인무의 사전이라 할 만하다. 국립발레단 무용수 출신 원자승(홍익대학교 교수) 씨와 협업해 발레 2인무의 호흡, 균형, 동선, 감정선 등을 세밀하게 분석했다. "발레는 일상과 전혀 다른 움직임을 쓰지만 반복 훈련을 통해 비일상적인 동작이 오히려 자연스러워지는 과정이 있습니다. 그 변화 속에서 감정과 사고, 철학이 어떻게 달라지는지를 몸소 체험했고, 그 경험이 집필에 큰 도움이 됐어요."이번 책은 전공자를 위한 실기 교재에 가깝다. "파드되는 발레에서 가장 어려운 형식이에요. 두 사람이 일정 수준
“발레에는 치유의 힘이 있습니다. 몸과 마음을 단련하는 과정에서 사람은 온화해지고 세상은 좀 더 아름다워집니다.”서울 중림동 한국경제신문사에서 지난 15일 열린 문화예술 강연 프로그램 ‘아르떼 살롱-아티스트 토크’의 네 번째 시간. 연사로 나선 문훈숙 유니버설발레단장(62·사진)은 발레의 철학을 공유하며 강연을 시작했다. 문 단장은 1984년 창설된 유니버설발레단에서 무용수로 활약했고 은퇴 후 지금까지 단장으로서 발레단을 이끌고 있다.이날 강연에서 그는 발레라는 예술의 의미와 역사, 감상법을 두루 소개했다. 그는 재치 있게 여러 일화를 소개하고 시범을 보이며 좌중의 웃음을 이끌어냈고 여러 번 박수를 받았다.문 단장은 발레가 무대 예술을 넘어 ‘삶을 변화시키는 예술’임을 강조했다. 혹독한 발레 훈련 과정에 대해서는 이렇게 설명했다. “발레는 중노동이에요. 전·후반전을 모두 뛰는 축구 선수와 동일한 에너지를 쓰면서도 찡그리는 표정 없이 미소 지어야 합니다. 무용수들은 아름다움이 세상을 구한다는 마음으로 자신을 갈고닦습니다.”39세에 무용수 커리어를 접으면서 처음으로 느낀 ‘멈춤의 충격’도 전했다. “발레를 안 하는 사람들은 이렇게 (몸이) 편하게 사는구나 싶었어요. 그만큼 무용수의 삶은 훈련과 헌신으로 이뤄져 있단 걸 깨달았죠.” 문 단장은 저명한 현대무용가 마사 그레이엄이 남긴 “무용수는 두 번 죽는다”는 말을 인용했다. 이 말은 무용수의 삶과 은퇴 후의 삶이 완전히 다른 것임을 시사한다. 그러면서 그레이엄의 말에 자신의 해석을 덧붙이며 울림을 전했다. “무용수는 인생을 두 번 산
"발레에는 치유의 힘이 있습니다. 몸과 마음을 단련하는 과정에서 사람은 온화해지고 세상은 좀 더 아름다워집니다." 지난 15일 서울 중림동 한국경제신문 사옥에서 열린 문화예술 강연 프로그램 <아르떼 살롱> 네번째 시간. 연사로 나선 문훈숙 유니버설발레단장(62)은 발레의 철학을 공유하며 강연을 시작했다. 문훈숙 단장은 1984년 창설된 유니버설발레단에서 무용수로 활약했고 은퇴 후 지금까지 단장으로서 발레단을 이끌고 있다. 이날 강연에서 그는 발레라는 예술의 의미와 역사, 감상법을 두루 소개했다. 강연장은 높은 집중도와 훈훈한 열기로 가득찼다. 문 단장은 재치있는 일화와 시범으로 좌중의 웃음을 이끌어내 여러 번 박수를 받았다. 머리를 틀어올린 발레 전공생부터 나이 지긋한 신사까지 다양한 인물들이 객석을 지켰다.문 단장은 발레가 무대 예술을 넘어 '삶을 변화시키는 예술'임을 강조하면서도 발레의 훈련이 얼마나 혹독한 지 솔직히 털어놨다. "발레는 중노동이에요. 전후반전을 모두 뛰는 축구 선수와 동일한 에너지를 쓰면서도 찡그리는 표정없이 미소지어야 합니다. 무용수들은 아름다움이 세상을 구한다는 마음으로 자신을 갈고 닦습니다. 그 꾸준함 속에서 구도자의 마음을 배우게 됩니다."39세에 무용수 커리어를 접으면서 처음으로 느꼈던 '멈춤의 충격'도 전했다. "발레를 안 하는 사람들은 이렇게 (몸이) 편하게 사는구나 싶었어요. 그만큼 무용수의 삶은 훈련과 헌신으로 이뤄져 있단걸 깨달았죠." 문 단장은 저명한 현대무용가 마사 그레이엄이 남긴 "무용수는 두 번 죽는다"는 말을 언급하며 무용수의 삶과 은퇴 후의
가을에 만나는 서정적 발레로 서울시발레단이 올해 시즌 마지막 작품을 준비중이다. 서울시발레단은 오는 30일부터 네덜란드 컨템퍼러리 발레 안무가 한스 판 마넨의 '캄머발레'와 재독 안무가 허용순의 '언더 더 트리즈 보이시스(Under The Tree' Voices)'를 더블 빌로 공연한다. 올해 시즌의 대미를 장식할 이번 공연은 색채와 서정적인 클래식 선율을 사용하는 두 작품으로 꾸렸다.한스 판 마넨의 '캄머발레'는 지난해 10월 서울시발레단에서 아시아 초연으로 선보인 발레단의 첫 해외 라이선스 작품이다. 춤의 몬드리안으로 불리는 한스 판 마넨의 대표작으로 음악성과 세련미가 두드러진 무대가 특징. 올해에는 한층 더 깊이 있는 해석으로 완성도를 높여 서울시발레단 대표 레퍼토리로 자리매김할 계획이다. 네덜란드국립발레단 수석무용수로 활동했던 김지영(현 경희대 무용학과 교수)이 지난해 특별 출연에 이어, 올해는 지도자이자 출연자로 참여해 세계적인 작품의 라이선스 제작에 한국 무용가가 참여하는 사례로 기록될 전망이다.허용순의 '언더 더 트리즈 보이시스'는 독일을 기점으로 세계 무대에서 활동 중인 안무가 허용순의 최근작이다. 2024년 독일 아우크스부르크 발레단에서 초연한 후, 1년 만에 국내 무대에 소개된다. 이탈리아의 작곡가이자 지휘자인 에지오 보쏘(Ezio Bosso) 교향곡 2번을 안무한 서정적인 작품이다. 속도감 있으면서도 감각적인 움직임으로 보쏘의 음악을 시각적으로 형상화했다. 독일 슈투트가르트 발레단, 빈 국립 발레단 수석을 거쳐 이번 시즌부터 드레스덴 젬퍼오퍼 발레단 수석 무용수로 활동하는 강효정 무용수가 서울시발레단 객원 수석 무용수
국립발레단 '해적'이 국내 지방 투어를 거쳐 독일 무대에 오른다. 국립발레단은 오는 18일과 19일 독일 루트비히스부르크 포럼 암 슐로스파크에서 공연한다고 14일 발표했다. 이번 공연은 독일 현지 극장의 초청으로 기획됐다. 포럼 암 슐로스파크 극장은 지난 2023년 한독 수교 140주년을 기념해 독일 비스바덴 헤센 주립극장에서 국립극장의 해적을 올린 뒤 2년만에 발레단을 다시 초청했다.국립발레단의 해적은 마리우스 프티파의 원작을 국립발레단의 무용수이자 안무가인 송정빈이 재안무해 2020년 초연한 버전이다. 정의로운 해적 콘라드와 소녀 메도라의 사랑과 모험을 그린 내용으로 원작의 3막을 2막으로 압축했다. 2021년과 2022년 연달아 국내 무대에 올랐던 해적은 2023년 스위스 로잔 볼리외 극장과 독일 비스바덴 헤센 주립극장에서 공연돼 유럽 관객들을 만난 바 있다. 안무가 송정빈이 시대의 흐름을 반영해 인물을 좀 더 입체적으로 설정했다는게 발레단의 설명. 18일 공연에는 조연재와 이재우가, 19일 공연에는 안수연과 하지석이 무대에 오른다. 국립발레단은 "한국 문화에 대한 국제적인 관심과 위상이 높은 지금, 국립발레단이 다시 한번 한국 클래식 발레의 예술성과 경쟁력을 세계 무대에 알릴 기회가 될 것"이라고 기대감을 말했다.이해원 기자
알렉산데르 에크만(사진)은 스웨덴의 발레 무용수 겸 안무가다. 발레로 커리어를 시작했으나 현대무용에 한 획을 그은 인물로 평가받는다. 에크만이 만든 작품은 파리 오페라발레단, 몬테카를로 발레단, 보스턴발레단, 네덜란드댄스시어터, 노르웨이 국립발레단, 스웨덴 왕립발레단 등 다양한 무용단에서 공연하고 있다. 발레단의 고유 DNA를 확장하는 것이 사명이라고 생각해 고전 발레를 비틀거나 아예 현대무용의 움직임을 넣은 작품을 헌정하는 편이다. 안무를 창작하는 것 외에도 무대 연출에서 감각을 발휘하며, 의상을 디자인하고 음악을 작곡하는 등 종합 예술가로서 면모를 보여주고 있다. 열여섯 살 때 프로무용수가 된 그는 스웨덴과 네덜란드 등지를 넘나들었다. 5년 정도 무용수로 활동한 그는 스물한 살 때 안무가로 커리어를 전환했다. 지금까지 세계 각지의 무용단을 위해 50개 작품을 만들었다. 10여 년 전부터는 자신의 대표작으로 불릴 만한 대작들을 집중적으로 발표했다. 오는 11월 에크만이 스웨덴의 대표 무용단 예테보리오페라댄스컴퍼니와 함께 한국을 찾는다. 2022년 스웨덴에서 초연한 최신작 ‘해머’를 서울에서 만나볼 기회다.이해원 기자
“2년 전 지젤 공연 때는 다리 상태가 좋지 않았어요. 스트레스성 골절로 지방 투어도 함께하지 못했죠. 그래서 이번 무대는 ‘다시 선다’는 의미 그 이상이에요. 그동안 제 안에 쌓여온 질문들, 무용이란 무엇인가, 진짜 감정이란 무엇인가…. 그걸 알브레히트로 풀어내고 싶어요.”오랜만의 주연 복귀작 ‘지젤’로 무대에 오르는 국립발레단 수석무용수 김기완(36). 수석무용수로서 수많은 클래식 작품을 거쳐왔지만 이번 지젤 무대는 단순한 배역의 복귀가 아니다. 지난해 말 다리 부상 이후 6개월간의 공백을 마치고 다시금 예술가로서 자신에게 근원적 질문을 던지는 자리이기 때문이다. 최근 서울 서초동 국립발레단 연습실에서 김기완을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지젤은 그가 클래식 발레 중에서 가장 사랑하는 작품이다. 시골 처녀 지젤이 정혼자가 있는 사실을 숨긴 귀족 알브레히트와 만나 사랑에 빠지고, 알브레히트의 배신에 충격을 받아 세상을 떠난 뒤 처녀 귀신이 되지만 결국 그를 용서한다는 내용. 스토리는 단순하지만 감정의 결이 매우 섬세해 무용수들에게는 ‘어려운 발레’로 꼽힌다.“1막에서 알브레히트가 지젤을 속이는 장면은 단순한 연기가 아니라 클래식 특유의 ‘무대적 정직함’을 요구해요. 필름 연기처럼 감정에 몰입하는 게 아니라 무용수의 몸과 리듬으로 감정을 드러내야 하죠.” 그래서 그는 일상에서도 끊임없이 생각한다. ‘이 장면에서 알브레히트는 어떤 사람일까.’ ‘내 감정의 방향이 맞는가.’ 그 사유가 쌓일수록 춤의 질감도 깊어진다고.이번 무대의 또 다른 축은 파리오페라발레단 에투알(수석무용수) 박세은
"2막은 음악도 무겁고 분위기도 극적이지만, 진짜 어려운건 1막이에요."오랜만의 주연 복귀작으로 '지젤'을 선택한 국립발레단 수석무용수 김기완(36)의 말에는 단단한 사유의 결이 묻어났다. 수석무용수로서 수많은 클래식 작품을 거쳐왔지만 이번 지젤 무대는 단순한 배역의 복귀가 아니다. 지난해 연말 다리 부상 이후 6개월간의 공백 그리고 다시금 예술가로서 자신에게 던지는 근원적 질문의 자리이기 때문. 지난 2일 서초동 국립발레단 연습실에서 김기완을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2년 전 지젤 공연 때는 다리 상태가 좋지 않았어요. 스트레스성 골절로 지방 투어도 함께하지 못했죠. 그래서 이번 무대는 '다시 선다'는 의미 그 이상이에요. 그동안 제 안에 쌓여온 질문들, 무용이란 무엇인가, 진짜 감정이란 무엇인가…. 그걸 알브레히트로서 풀어내고 싶어요." 그에게 지젤이라는 작품은 클래식 발레 중에서도 가장 사랑하는 작품이다. 시골 처녀 지젤이 정혼자가 있는 사실을 숨긴 귀족 알브레히트와 만나 사랑에 빠지고, 알브레히트의 배신에 충격을 받아 세상을 떠난 뒤 처녀 귀신이 되지만 결국 그를 용서한다는 내용. 스토리는 단순하지만 감정의 결이 매우 섬세해 무용수들에게는 '어려운 발레'로 꼽힌다.“1막에서 알브레히트가 지젤을 속이는 장면은 단순한 연기가 아니라, 클래식 특유의 '무대적인 정직함'을 요구해요. 필름 연기처럼 감정에 몰입하는 게 아니라 무용수의 몸과 리듬으로 감정을 드러내야 하죠.” 그래서 그는 일상에서도 끊임없이 생각한다. ‘이 장면에서 알브레히트는 어떤 사람일까?’, ‘내 감정의 방향이 맞는
서울 삼청동의 고즈넉한 골목을 따라 걷다 보면 기와지붕과 마루, 창호지로 이뤄진 한옥 전시관 선혜원이 모습을 드러낸다. SK 창업주 최종건 회장의 옛집을 전시장으로 재탄생시킨 이곳은 전통 건축 양식에 현대 예술의 울림을 담아낸 공간이다. 세계적인 설치 미술가 김수자는 지난 5월 개장한 이 공간의 1호 작가로 ‘호흡-선혜원’ 전시를 열고 있다. 그는 한옥과 현대 예술이 서로를 비추고 겹치는 순간을 빚어냈다.전각 경흥각의 마루와 바닥은 이번 전시의 중심이 되는 거울로 채워져 있다. 발을 디디는 순간 관람객은 현실과 허상이 겹친 또 다른 세계로 들어간다. 관객은 발걸음을 뗄 때마다 물체에 꽂힌 하나의 바늘처럼 실재와 반사된 자신을 마주한다. 걷고, 호흡하고, 바라보는 모든 행위가 작품 속으로 스며드는 경험이다. 오랜 시간 접힘과 매듭을 통해 예술관을 보여준 김수자 작가의 보자기 작업처럼 경흥각은 관람객을 부드럽게 감싸 안는다. 이 ‘보자기적 사고’는 거울 설치를 넘어 전시 전반에 스며들어 관람객이 자연스럽게 그의 작품과 호흡하도록 안내한다.김수자는 “경흥각의 문을 열자마자 거울바닥 작업의 영감이 떠올랐다”고 했다. 고요한 건축과 반짝이는 거울이 만나 시간과 기억, 존재와 정체성을 은은히 반추하는 장면을 만들고자 한 것이다.이번 전시에는 김수자의 대표 연작도 함께 소개됐다. ‘보따리’(2022)는 헌 옷과 헌 이불 같은 일상적 직물을 이용해 물건을 싸고 묶는 행위를 조형 언어로 승화한 작품이다. 반복되는 싸고 묶는 동작은 단순한 행위를 넘어 내부와 외부, 나와 타인, 국가와 민족을 잇는 상징적 의미를 품는다. ‘연역적 오브
한국을 대표하는 두 현대무용 단체가 오는 11월 서울 국립극장에서 나란히 대작을 올린다. 고정된 서사가 없고 움직임 자체로 이야기를 만드는 공연이기에 관객은 더욱 순수하게 ‘춤’ 자체를 느낄 수 있다. 국립현대무용단은 8일과 9일 국립극장에서 ‘더블 빌: 김성용&윌리엄 포사이스’(더블 빌)를, 앰비규어스댄스컴퍼니는 6일부터 9일까지 ‘더 벨트’를 한국 초연으로 선보인다.더블 빌은 김성용 예술감독의 신작 ‘크롤’과 영국의 저명한 안무가 윌리엄 포사이스의 대표작 ‘하나의 편평한 것, 복제된’을 한 무대에서 감상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다. 크롤은 안무가의 움직임 방법론인 ‘프로세스 인잇’을 바탕으로 구성된다. 춤의 본질에 다가가고자 했다는 게 김 감독의 설명이다. 이 작품에서 관객은 생존을 위한 치열한 노력, 버티고 나아가는 힘, 그 속에서 수많은 감정을 은유한 동작을 마주하게 된다.하나의 편평한 것, 복제된은 포사이스 대표작으로, 네덜란드 댄스 시어터, 퍼시픽 노스웨스트 발레단, 슈타츠발레 베를린 등에서 레퍼토리화된 작품이다. 한국에서는 이번이 첫 무대다. 무용수들은 수십 개 금속 테이블 사이를 쉼 없이 가로지르며, 격렬하고 위태로운 움직임 속에서 ‘대위법적 구조’를 탐구하는 포사이스의 안무법을 소개한다. 무용수들 동선은 테이블 때문에 제한되지만 이런 제약이 공간 위·아래·사이를 나누는 새로운 움직임을 만들어낸다고 무용단 측은 설명했다.안무가 김보람이 이끄는 앰비규어스댄스컴퍼니의 신작 더 벨트는 다음달 6일부터 국내 초연 무대를 연다. 지난해 영국 런던 코로넷 극장 초연 당시 다
서울 삼청동의 고즈넉한 골목을 따라 걷다 보면, 기와지붕과 마루, 창호지로 이루어진 한옥 전시관 ‘선혜원’이 모습을 드러낸다. SK창업주 최종건 회장의 옛집을 전시장으로 재탄생시킨 이곳은, 전통 건축 양식에 현대 예술의 울림을 담아낸 공간이다. 세계적인 설치 미술가 김수자는 지난 5월 개장한 이 공간의 1호 작가로 <호흡-선혜원> 전시를 열었다. 그는 한옥과 현대 예술이 서로를 비추고 겹쳐지는 순간을 빚어냈다.전각 ‘경흥각’의 마루와 바닥은 이번 전시의 중심이 되는 거울로 채워져 있다. 발을 디디는 순간, 관람객은 현실과 허상이 겹쳐진 또 다른 세계 속으로 들어간다. 관객은 발걸음을 뗄 때마다 물체에 꽂힌 하나의 바늘처럼 실재와 반사된 자신을 마주하게 된다. 걷고, 호흡하고, 바라보는 모든 행위가 작품 속으로 스며드는 경험이다. 오랜 시간 접힘과 매듭을 통해 예술관을 보여준 김수자 작가의 보따리 작업처럼, 경흥각은 관람객을 부드럽게 감싸 안는다. 이 ‘보따리적 사고’는 거울 설치를 넘어 전시 전반에 스며들면서 관람객이 자연스럽게 그의 작품과 호흡하도록 안내한다.김수자는 “경흥각의 문을 열자마자 거울바닥 작업의 영감이 떠올랐다”고 했다. 고요한 건축과 반짝이는 거울이 만나, 시간과 기억, 존재와 정체성을 은은히 반추하는 장면을 만들고자 한 것이다.이번 전시에는 김수자의 대표 연작도 함께 소개됐다. <보따리>(2022)는 헌옷과 헌 이불 같은 일상적 직물을 이용해 물건을 싸고 묶는 행위를 조형 언어로 승화한 작품이다. 반복되는 싸고 묶는 동작은 단순한 행위를 넘어 내부와 외부, 나와 타인, 국가와 민족을 잇는 상징적
한국을 대표하는 두 현대무용 단체가 오는 11월 서울 국립극장에서 나란히 대작을 올린다. 고정된 서사가 없고 움직임 자체로 이야기를 만드는 공연이기에 더욱 순수하게 춤을 느낄 수 있는 공연들이다. 국립현대무용단은 오는 8일과 9일, 국립극장에서 <더블 빌: 김성용&윌리엄 포사이스>(이하 더블 빌)를, 앰비규어스컴퍼니는 이에 앞선 6일부터 9일까지 <더 벨트>를 한국 초연으로 공연한다. 더블 빌은 김성용 예술감독의 신작 '크롤'과 영국의 저명한 안무가 윌리엄 포사이스의 '하나의 편평한 것, 복제된'의 무대가 한꺼번에 오르는 형식을 취한다. 크롤은 안무가의 움직임 방법론인 '프로세스 인잇'을 바탕으로 구성될 예정. 춤의 본질에 다가가고자 했다는 게 김 감독의 생각이다. 이 작품 속에서 관객들은 생존을 위한 치열한 노력, 버티고 나아가는 힘, 그 속에서 마주하는 수많은 감정을 은유한 동작을 마주하게 된다.'하나의 편평한 것, 복제된'은 윌리엄 포사이스의 대표작이자 네덜란드 댄스 시어터, 퍼시픽 노스웨스트 발레단, 슈타츠발레 베를린 등에서 레퍼토리화한 공연이다. 한국에서는 처음 무대에 오르는 작품이다. 무용수들은 수십개의 금속 테이블 사이를 쉼없이 가로지르며 격렬하고 위태로운 움직임 속 '대위법적 구조'를 탐구하는 포사이스의 안무법을 보여줄 예정이라고. 작품은 개별 무용수 고유의 움직임, 무용수간의 직관적이고 섬세한 소통 주고받기, 복잡하게 얽힌 움직임을 배열하기 등 세가지 시스템을 기반한다. 무용수들의 동선은 테이블 때문에 제한되지만 이러한 제약이 공간 위, 아래, 사이로 나뉘어지는 움직임을 만들어낸다
인상파 거장 클로드 모네, 오귀스트 르누아르부터 현대미술의 상징 앤디 워홀과 마르셀 뒤샹, 그리고 동시대를 대표하는 아이웨이웨이까지…. 국립현대미술관 과천이 2일부터 해외 명작전 ‘수련과 샹들리에’를 열고 100년 미술사의 흐름을 한자리에서 선보인다.이번 전시를 위해 국립현대미술관이 소장한 국제 미술품 1045점 중 44점을 엄선했다. 수십억원을 호가하는 작품들이다. 44점 가운데 16점은 고(故) 이건희 삼성 회장이 남긴 미술품을 유족이 기증한 ‘이건희 컬렉션’ 소장품이다. 상속세를 미술품으로 납부하는 ‘미술품 물납제’ 제도를 통해 처음으로 국가 소장품이 된 4점도 전시한다.전시는 미국 개념미술가 바버라 크루거의 사진 작품 ‘모욕하라, 비난하라’(2010)를 첫머리에 내세웠다. 확대된 동공과 바늘이 대비를 이루는 시각적 충격은 전시장을 찾는 이들의 통각을 깨운다. 이 작품을 시작으로 관람객은 원형 전시장 구조를 따라 이동하며 다양한 시대·장르의 대표작들을 만날 수 있다. 전시 공간은 작품 간 흐름보다는 ‘한 점, 한 점’의 집중에 무게를 둔 구성이다.이번 전시의 중심축은 모네의 회화 ‘수련이 있는 연못’(1917~1920)과 아이웨이웨이의 설치작 ‘검은 샹들리에’(2017~2021) 두 작품에 있다. 전시를 기획한 김유진 학예연구사는 “‘수련’과 ‘샹들리에’라는 이질적인 소재를 이어 붙인 제목(수련과 샹들리에)은 자연과 인공, 시간의 간극을 잇는 상상적 연결을 뜻한다”고 설명했다.모네의 ‘수련이 있는 연못’은 그의 말년 작품 중 하나로 수련, 연못, 반영, 하늘 등이 뒤섞인 풍경을 보여준다.
멀리 나가지 않아도 OTT 한 편이면 거실이 극장이 되고, 대화의 장이 된다. OTT 시청이 세대를 잇는 명절 풍속도로 자리잡은 지 오래니까. 여러 OTT 플랫폼들이 다양한 장르의 콘텐츠를 내놓고 있어 골라보는 재미는 더 쏠쏠하다. 가족과 함께 웃을 수 있는 작품, 연인과 공유하기 좋은 로맨스, 혼자서도 몰입할 수 있는 스릴러 3가지 키워드로 프로그램을 추려봤다.가족끼리 시청한다면 디즈니플러스의 <인사이드 아웃 2>가 단연 눈길을 끈다. 극장 개봉 당시에도 큰 사랑을 받았던 애니메이션. 사춘기에 접어든 라일리의 머릿속에 ‘불안’, ‘질투’ 같은 새로운 감정이 등장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렸다. 부모 세대는 공감할 수 있고, 자녀 세대는 귀여운 캐릭터와 유쾌한 전개에 끌려 온 가족이 함께 웃을 수 있다. 역시 디즈니플러스와 넷플릭스에서 볼 수 있는 드라마 <굿보이>는 각 종목의 국가대표였던 메달리스트들이 경찰로 특채돼 비양심이 판치는 세상에 맞서 싸우는 코믹 액션 수사극이다. 배우 박보검, 김소현, 이상이 등이 출연했다. 넷플릭스와 티빙에서 볼 수 있는 <언젠가는 슬기로울 전공의 생활>도 가족 단위 시청자에게 추천할 만하다. 의료 현장이 배경이지만 이야기의 중심은 따뜻한 인간관계와 삶을 그려 가족이 함께라면 감동은 두배가 된다. 대한민국을 울고 울렸던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폭삭 속았수다>는 어린시절부터 이어진 사랑과 일상, 상처와 치유를 담은 드라마로 가족과 정주행하기 좋다. 9월 26일 디즈니플러스에서 공개된 <탁류>도 좋은 선택이다. 디즈니플러스가 첫선을 보이는 오리지널 사극으로 조선의 모든 돈과 물자가 모이는 경강
인상파 거장 클로드 모네, 오귀스트 르누아르부터 현대미술의 상징 앤디 워홀과 마르셀 뒤샹, 그리고 동시대를 대표하는 아이 웨이웨이까지…. 국립현대미술관 과천이 2일부터 해외 명작전 <수련과 샹들리에>를 열고 100년 미술사의 흐름을 한 자리에 선보인다. 이번 전시를 통해 국립현대미술관이 소장한 국제 미술 소장품 1045점 중 44점을 엄선했다. 수십억원을 호가하는 작품들이다. 44점 가운데 16점은 고(故) 이건희 삼성 회장이 남긴 미술품을 유족이 기증한 ‘이건희 컬렉션’ 소장품이다. 상속세를 미술품으로 납부하는 ‘미술품 물납제’ 제도를 통해 처음으로 국가 소장품이 된 4점도 전시한다.전시는 미국 개념미술가 바버라 크루거의 사진 작품 ‘모욕하라, 비난하라’(2010)를 첫머리에 내세웠다. 확대된 동공과 바늘이 대비를 이루는 시각적 충격은 전시장을 찾는 이들의 통각을 깨운다. 이 작품을 시작으로 관람객은 원형 전시장 구조를 따라 이동하며 다양한 시대·장르의 대표작들을 만날 수 있다. 전시 공간은 작품 간 흐름보다는 ‘한 점, 한 점’의 집중에 무게를 둔 구성이다.이번 전시의 중
금색의 용과 붉은빛으로 치장한 레스토랑 화원해선방. 홍콩 고급 식당을 오마주한 무대에서 붉은 치파오를 입은 여성들과 검정 턱시도 차림 남성들이 파티를 시작하자 프로코피예프의 웅장한 음악이 울려 퍼졌다. 셰익스피어가 남긴 고전 ‘로미오와 줄리엣’을 위해 작곡가 프로코피예프가 작곡한 발레 음악이 번영을 누리던 홍콩의 상류층을 위해 만들어진 것처럼 느껴질 정도였다.지난 27일 서울 국립극장에서 막을 내린 홍콩발레단의 ‘로미오+줄리엣’은 수백 년 전 베로나의 감성을 20세기 중반 홍콩으로 옮겨 와 큰 호응을 얻었다. ‘로미오+줄리엣’의 배경은 유명 영화 ‘화양연화’가 그리는 1960년대 홍콩. 로미오는 홍콩의 뼈대 있는 가문 아들이고 줄리엣은 상하이 출신 홍콩 재벌가 딸로 나온다. 당시 홍콩 재벌들이 백인 투자자와의 결혼으로 동맹을 맺으려던 시대상을 반영해 줄리엣의 정혼자 파리스는 서양 부자로 그려진다.홍콩발레단의 ‘로미오+줄리엣’은 설정부터 무대 연출, 색다른 안무까지 익숙한 비극 고전을 새로운 이야기처럼 풀어냈다. 형형색색의 네온사인, 광둥어 한자와 영어로 쓰인 어지러운 영화 포스터가 즐비한 거리의 풍경, 고급 식당가와 마작 게임장 등 배경이 다양하게 전환됐다. 서양 문물이 쏟아지던 홍콩의 모습을 다국적 발레단이 풀어낸 점도 눈여겨볼 만했다.셉팀 웨버 감독은 셰익스피어의 원전 장면과 꽉 짜인 프로코피예프의 음악 속에서도 안무가의 장기를 드러낼 기회를 200% 활용했다. 다른 버전에서는 광대의 춤 등이 나오던 만돌린 연주 구간을 웨버 감독은 영화 촬영 현장의 왁자지껄한 모습으로 그려냈다. 이는 당시 폭발
금색의 용과 붉은 빛으로 치장한 레스토랑 '화원해선방(yuen floating restaurant)'. 홍콩의 고급 식당을 오마주한 무대에서 붉은 치파오의 여성들과 검정 턱시도 차림 남성들이 파티를 시작하자 프로코피예프의 웅장한 음악이 울려펴졌다. 셰익스피어가 남긴 고전 <로미오와 줄리엣>을 위해 작곡가 프로코피예프가 작곡한 이 발레음악은 1960년대 번영을 누리던 홍콩의 상류층을 위해 만들어진 것처럼 느껴질 정도였다.지난 27일 서울 국립극장에서 막을 내린 홍콩발레단의 '로미오+줄리엣'은 수백년전 베로나의 감성을 20세기 중반의 홍콩으로 옮겨 와 큰 호응을 얻었다. 동양문화권에 속하는데다 옛 홍콩 문화에 향수를 간직한 한국 관객들이 즐기기에 적합한 선택지였다. 로미오+줄리엣의 배경은 한국 관객에게 유명한 영화 <화양연화>가 그리고 있는 1960년대 홍콩이다. 로미오는 홍콩의 뼈대있는 가문의 아들이고 줄리엣은 상하이 출신의 홍콩 재벌가 딸로 나온다. 당시 홍콩 재벌들이 백인 투자자와 결혼으로 동맹을 맺으려던 시대상을 반영해 줄리엣의 정혼자 파리스는 서양의 부자로 그려진다.홍콩발레단의 '로미오+줄리엣'은 설정부터 무대 연출, 색다른 안무까지 이미 익숙한 비극 고전을 새로운 이야기처럼 풀어냈다. 형형색색의 네온 사인, 광둥어 한자와 영어로 쓰인 어지러운 영화 포스터가 즐비한 거리의 풍경, 고급 식당가와 마작 게임장 등 배경이 다양하게 전환됐다. 서양문물이 쏟아지던 홍콩의 모습을 다국적 발레단이 풀어낸 점도 눈여겨 볼만 했다. 발레 로미오와 줄리엣에 대해 잠시 얘기하자면 저명한 안무가들의 작품(레오니드 라브로프스키, 케네스 맥밀
홍콩발레단 솔리스트 김은실(29)이 단원들과 함께 한국 무대를 찾았다. 갈라 공연으로는 여러 차례 국내 무대에 올랐지만, 자신이 소속된 발레단과 전막 작품을 올리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팬데믹으로 한차례 무산됐던 공연이라 그의 마음은 한층 들떠 있다. 홍콩발레단은 26~27일 서울 국립극장에서 셰익스피어 고전을 재해석한 무대 '로미오+줄리엣'을 선보인다. 공연에 앞서 지난 24일, 그와 이야기를 나눴다.김은실이 홍콩발레단과 처음 인연을 맺은 건 학창 시절이다. 선화예고 3학년 재학중 홍콩에서 열린 국제 콩쿠르에 참가했는데, 당시 단장이 그를 눈여겨보며 “당장 계약하자”는 제안을 했다고 한다. 그러나 그는 콩쿠르에서 장학금을 받아 독일 존크랑코 스쿨로 유학을 떠났고, 졸업 뒤에는 우루과이 국립발레단에서 2년간 활동했다. 그렇게 유럽과 중남미를 거쳐 다시 아시아로 돌아온 그는 첫 인연이던 홍콩발레단에 2019년 입단해 날갯짓을 이어가고 있다.입단 후 금세 솔리스트로 승급한 그는 '잠자는 숲속의 미녀'에서 주역 오로라로 데뷔했다. 우루과이 시절에도 같은 배역을 맡았지만, 당시에는 벅차고 힘든 기억뿐이었다. 그러나 홍콩 무대에서 다시 도전한 오로라는 달랐다. “마치 트라우마를 극복한 느낌이었어요. 같은 작품이지만 전혀 새로운 의미로 다가왔습니다.” 같은 배역을 다른 시선으로 마주하는 경험은 무용수로서 큰 성장의 계기가 됐다.현재 그가 활동하는 홍콩발레단은 국제적 색채가 뚜렷하다. 다양한 국적의 단원들이 모여 있으며, 아시아적 정서를 담은 창작 발레를 꾸준히 시도한다. 중국 고전 <양산백과 축영대>를 재해석한 '버터플라이
가을이 깊어가는 10월 서울 장충동 국립극장에서 발레계 대모 두 사람이 기획한 특별 공연이 각각 무대에 오른다. 대학에서 후학을 양성하며 안무 지도를 해온 김선희 한국예술종합학교 무용원 명예교수(66)와 장선희 세종대 무용과 명예교수(65). 두 사람은 올해 전임교수직에서 은퇴하며 명예교수가 됐고 인생 2막을 준비하는 길목에 섰다. 그리고 국립극장에서 자신의 이름을 내건 공연을 준비했다. ◇김선희 교수의 ‘인어공주’“인어공주는 저와 제자들에게 아주 소중한 작품입니다. 이번 무대를 장식할 제자들 역시 국제 콩쿠르에서 이미 두각을 나타낸 미래에 더 빛날 영재들이지요.”(김선희 교수)김 명예교수는 2001년 세상에 첫선을 보인 K아츠발레단의 ‘인어공주’를 올해 대폭 개정해 관객을 맞는다. 오는 10월 10일부터 12일까지 사흘 동안 총 네 번의 공연이 예정돼 있다. 인어공주 창작 25주년을 맞아 김 교수는 올해 공연의 음악과 무대, 의상, 안무를 재편해 새로운 작품으로 재탄생시켰다.최근 서초동 한예종 연구실에서 만난 그는 “전막 서사의 창작 발레가 한국 발레계에 꼭 필요하다”며 “한예종 출신으로 유명 발레단에서 활약하는 이들이 이 무대를 했어서 의미가 남다르다”고 말했다.올해 공연을 위해 한예종 출신 안무가 겸 교수인 유회웅이 안무를 다시 짰고, 김현웅 무용원 교수도 창작에 힘을 적극 보탰다. 무용 오디션 프로그램으로 인기몰이 중인 강경호 발레리노는 ‘마법 문어’로 함께하며 ‘신스틸러’가 될 전망이다. 무대 연출은 공연예술계에서 이름을 날리는 신재희가 맡았다.김 교수는 “러시아의 유명한 작곡가 안톱 룹
19일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 따스한 색채로 가벼워 보이는 그림과 꽉 짜여진 구조로 긴장감이 느껴지는 그림이 동시에 시선을 붙든다. 붓질은 부드럽지만 빛의 떨림까지 포착한 르누아르, 색을 단단하게 쌓아올려 선을 살려낸 세잔. 서로 다른 결을 지닌 두 거장의 작품이 나란히 걸린 '오랑주리-오르세 미술관 특별전 : 세잔, 르누아르'(이하 특별전)는 마치 19세기 파리 살롱전과 같은 긴장과 조화가 공존했다.이번 전시는 한불 수교 140주년을 기념해 기획됐다. 프랑스 파리 오르세 미술관과 오랑주리 미술관이 협력해 엄선한 50여 점이 홍콩과 도쿄를 거쳐 서울에 왔다. 오랑주리 미술관 소장품이 한국을 찾은 건 이번이 처음이다. 국보급에 해당하는 작품을 손상없이 운반하기 위해 미술관 측은 특별한 케이스와 완충제를 제작했고 비행기 4대가 동원됐다. 모네의 수련으로 유명한 오랑주리 미술관의 소장품 가운데 세잔과 르누아르의 작품이 한국에 왔단 점도 눈여겨 볼만 하다. 개막 전날인 19일 둘러본 전시는 총 6개 섹션으로 이뤄졌다. 초입에는 두 사람이 남긴 야외 풍경화가 주축을 이룬다. 르누아르는 햇살 속 따뜻한 공기와 흔들리는 바람의 결을, 세잔은 산맥과 나무의 구조적인 상을 화면에 담아냈다. 야외 풍경화에서 느껴지는 두 사람의 전혀 다른 화법을 느끼며 발걸음을 옮기면 보다 비교가 확연한 정물 코너가 등장한다. 르누아르가 색채의 조화로 정물에 생기를 불어넣었다면 세잔은 원근법을 해체하며 사과와 병을 기하학적으로 배치한 점이 특징. 인물화에서 조차 두 사람의 붓은 완전히 다른 결과물을 내놨다. 인물화에선 르누아르는 인물들에 대한 자신의 친밀감
지난 4일부터 60일간의 대장정을 시작한 2025 청주공예비엔날레. 올해로 14회째를 맞은 이번 행사는 메인 전시장인 문화제조창 본관(충북 청주시 청원구 내덕동)을 비롯해 다양한 곳에서 부대 전시가 열리고 있다. 72개국 1300여 명의 작가 작품 2만5000점이 나온 역대급 규모 전시다.올해 비엔날레의 특징은 ‘공예’의 범위가 무한히 확장됐다는 점이다. 강재영 예술감독은 “나라마다 생각하는 공예의 범위가 다른데, 한국은 근대 이후에 만들어진 공예에 갇혀 있는 것 같았다”며 “이번 비엔날레를 통해 공예의 확장성을 추구했다”고 설명했다. ◇72개국 1300여 명 작가 참여‘세상 짓기’라는 테마 아래 열린 이번 메인 전시에서는 16개국 140명의 작품 300여 점이 소개됐다. 이 공간은 총 4개 섹션으로 구성됐는데 동선에 따라 공예가 수공예에서 설치미술 영역까지 확장하는 양상을 띤다. 보편 문명으로의 공예, 탐미주의자를 위한 공예, 모든 존재자를 위한 공예, 그리고 지속 가능한 미래를 위한 공예라는 하부 주제를 지닌 공간을 지나면 아주 작은 오브제부터 대형 설치물까지 볼 수 있다.다만 메인 전시장에 너무도 다양한 의미를 축적한 작품이 전시된 건 장점이자 단점이기도 했다. 인류 문명의 모태인 공예에서 건축, 회화, 디자인까지 발전한 경로를 보여줬다고 하지만 산발적인 느낌은 지우기 어려웠다.메인 전시장 옆에서는 초대국가전이 열렸다. 올해에는 태국을 주빈국으로 맞이해 나라의 역사와 함께 발전해 온 독특한 공예문화를 만날 수 있다. ‘유연한 시간’이라는 주제로 태국 공예의 뿌리부터 현대 공예까지 작은 규모지만 비교적 알차게 꾸려졌다. 라탄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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