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일본 집권 자민당과 공명당 연립이 26년만에 막을 내림에 따라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새 자민당 총재의 총리 취임에도 일정한 어려움이 예상된다. 경우에 따라서는 국회 총리 선거에서 다카이치 총재가 패해, 총리에 오르지 못할 가능성마저 있다고 일본 언론들은 전했다.
의원내각제를 택한 일본에서는 보통 집권당 총재가 국회 총리 선거를 거쳐 총리에 오른다. 자민·공명 연립 정권이 국회 과반을 확보했던 과거에는 총리 지명 선거는 요식 행위에 불과했다. 그러나 현재 자민당이 소수 여당에 불과한데다가 공명당이 연립에서 이탈하면서 결과를 장담하기 어렵게 됐다.
이달 열릴 것으로 보이는 국회 총리 선거는 구체적으로 중·참 양원 본회의에서 총 투표의 과반수를 얻은 의원이 총리에 선출되게 규정되어 있다. 이때 과반 득표자가 없으면 1위와 2위 득표자가 결선 투표를 벌여 다수표를 얻은 이가 총리가 된다. 중의원과 참의원 결과가 일치하지 않으면 중의원 투표 결과를 따른다. 실제로 이시바 시게루 총리가 지난해 11월 30년 만의 결선투표를 거치고 나서야 총리에 오를 수 있었다.
10일 연립 종료를 선언한 사이토 데쓰오 공명당 대표는 “(정치) 개혁이 실현 불가능하다면 도저히 총리 선거에서 다카이치 사나에라고 (투표 용지에) 쓸 수 없다”며, 공명당이 총리 선거 때 다카이치 자민당 총재에 투표하지 않을 의사를 분명히 했다.
최종 열쇠를 쥔 중의원 의석수를 보면 자민당이 196석으로 과반인 233석에 한참 미달한다. 제1야당인 입헌민주당이 148석 그리고 보수 성향 국민민주당이 27석 역시 보수 성향인 일본유신회가 35석이다. 공명당은 25석이다. 입헌민주당이 국민민주당과 일본유신회와 손을 잡는다면 210석으로 자민당 의석수를 넘기 때문에 숫자상으로 보면 정권 교체도 가능하다. 여기에 공명당까지 가세하면 야당이 과반도 가능하다.
정권 교체를 목표로 하는 입헌민주당의 아즈미 준 간사장은 최근 국회 총리 선거를 염두에 두고 “다마키 유이치로 (국민민주당) 대표로 (총리 후보가) 정리되면 우리도 유력 후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국민민주당 대표를 총리로 밀 수도 있다는 뜻이다.
그러나 이런 야당의 연합으로 정권이 바뀔 가능성은 아직은 높지 않다. 아사히신문은 아즈미 입헌민주당 간사장의 이런 발언에 대해 국민민주당은 다른 의도가 있다고 보고 불쾌감을 나타내고 있다고 보도했다. 또한, 입헌민주당은 리버럴 성향이고 국민민주당은 보수적 성향이다. 일본유신회는 보수적 성향이 더 짙다. 다카이치 자민당 총재가 총재 당선 다음날인 지난 5일 연립 파트너인 공명당보다 먼저 국민민주당 다마키 대표를 극비리에 만난 배경이다.
결국 국회 총리 선거에서 야당이 자신의 당 대표에게 투표하면 196석으로 제1당인 자민당의 다카이치 총재가 총리에 오를 수 있으며, 현재는 이 가능성이 비교적 높다. 다카이치 총재가 이런 경로로 총리에 오르면 보수 성향 야당과 정책 협조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홍석재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