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한 일본.”
22일 본격 국정운영에 돌입한 강경 보수 성향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가 강조하는 말이다. 그는 취임 첫날인 지난 21일 밤 기자회견에서 “강한 일본 만들기를 절대 포기하지 않겠다”며 핵심 정책 분야의 하나로 외교·안보 분야를 지목했다. 다카이치 총리는 같은 날 열린 첫 각료회의에서 방위비 인상을 위한 ‘국가안전보장 관련 3개 전략문서’(안보 3문서) 개정을 지시했다.
일본은 2차 세계대전 패전 뒤 오랫동안 경무장·경제성장 우선 노선을 걸어왔다. 일본은 1976년 미키 다케오 당시 총리가 일본의 군국주의화를 막기 위해 ‘방위비를 국민총생산(GNP)의 1% 이내로 제한한다’는 내용의 정부 입장을 각의(국무회의)에서 결정한 뒤 대체로 지켜왔다.
변화의 전기는 2022년 2월 말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전면 침공으로 시작된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찾았다. 일본 정부는 ‘방위비 국내총생산(GDP) 1% 이내’라는 규칙을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뒤 변화한 안보 환경 등을 명분으로 완전히 폐기했다. 기시다 후미오 당시 정권은 2022년 12월 작성한 안보 3문서 가운데 최상위 정책 문서인 ‘국가안전보장 전략’에 방위비 국내총생산 대비 2% 증액 목표를 못 박아, 일본 안보 정책의 역사적 대전환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또한 북한 미사일 기지 직접 타격 등을 염두에 둔 ‘적기지 공격 능력’(반격 능력) 보유 내용도 담았다. 이에 따라 일본의 올해 방위 예산은 2022년 국내총생산 대비 1.8% 수준까지 상승했다.
다카이치 정부가 안보 3문서를 조기 개정한다는 의미는 역사적 전환이라는 평가를 받았던 2022년보다 일본의 무장을 더욱 강화하는 내용을 마련하겠다는 뜻이다. 구체적으로는 방위비를 국내총생산 대비 ‘2%’에서 ‘2% 이상’으로 끌어올린다는 내용이 핵심이 될 것으로 보인다.
안보 3문서 개정 착수 지시가 취임 첫날 나온 데는 자민당이 보수 성향 야당인 일본유신회와 연립을 맺은 영향도 있다. 다카이치 총리는 총재 선거 때는 안보 3문서 “재검토에 착수한다”고 말하는 데 그쳤으나, 일본유신회와 연립 성공 뒤 조기 개정 추진으로 나아갔다. 지난 20일 자민당과 일본유신회가 맺은 연립 합의문에는 안보 3문서 조기 개정 외에도 일본 군사력 강화 내용이 다수 들어가 있다. 대표적인 내용이 핵추진 잠수함 도입을 염두에 둔 “차세대 동력” 활용 잠수함 보유 추진이다. 원자로를 동력으로 하는 핵추진 잠수함은 장기간 잠항이 가능해 연료나 산소 보급을 위해 부상할 필요가 획기적으로 준다. 원거리 작전이 가능해 위협적 공격 무기로 꼽힌다. 또한 차세대 동력 잠수함에 미사일 수직 발사장치(VLS) 탑재를 추진한다고 되어 있다. 장거리 미사일을 발사할 수 있는 핵추진 잠수함을 염두에 둔 것이다. 한국 주변에 핵추진 잠수함을 보유한 국가는 중국과 러시아 등 손에 꼽히며, 오스트레일리아가 미국과 영국의 도움으로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다카이치 총리가 방위비 증액을 추진하는 또 다른 배경으로는 동맹국에 국방비 증액 압력을 넣고 있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있다. 일본 정부는 오는 27∼29일 트럼프 대통령이 일본을 방문한다고 22일 밝혔다. 아사히신문은 “다카이치 총리가 트럼프 대통령에게 ‘일본 정부가 주도적으로 방위비를 증액할 뜻이 있다’는 걸 보여주려는 목적”이라고 짚었다.
도쿄/홍석재 특파원 forchis@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