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다카이치 사나에 신임 총리가 21일 향후 한·일 관계에 대해 “한국은 중요한 이웃나라이자 국제사회의 다양한 과제 대응에 필요한 파트너”라며 “미래지향적이고 안정적인 한·일 관계를 희망하며 이재명 대통령과 정상회담도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일본 국회에서 차기 국정 최고책임자로 선출된 다카이치 새 총리는 ‘한국에서 향후 한·일 관계가 악화될 것이란 우려가 있다’는 질문에 “한·일 관계의 중요성은 한층 커지고 있다”며 “한·미·일 3국 관계, 대북 대응, 안보·경제 등 측면에서도 (한·일 관계의 중요성은) 마찬가지이며 전략적 관점에서 확실한 관계를 추진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한국 김을 좋아하고, 한국 화장품을 쓰며, 한국 드라마도 본다”면서 한국에 대한 우호적 태도를 드러내기도 했다.
다카이치 총리는 이 자리에서 차기 정부의 정국 운영 방향도 설명했다. 그는 “오늘 차기 정부의 내각을 구성했고 국가와 국민을 위해 결과를 내겠다”며 경제 분야에서 ‘강한 일본’과 외교·안보 쪽에서 국익을 지키겠다고 말했다. 또 차기 정부 최대 과제로 꼽히는 고물가 대책에 대해서는 “물가 상승 대책을 확실히 마련해 휘발유 잠정 세율을 신속히 폐지하고, 실소득을 늘려 가계 부담을 줄일 수 있도록 (국민민주당이 소득세 부과 기준을 높이도록 제안한) ‘103만엔의 벽’도 높여가겠다”고 약속했다.
다카이치 총리는 역대 자민당 정부로는 전례가 없는 중·참의원 양쪽에서 소수 여당으로 정부를 출범하게 됐다. 하루 전 연립정당을 이룬 일본유신회를 더해도 연립여당 단독으로 사실상 정부 운영이 제대로 이뤄질 수 없는 만큼 야당을 향해서도 몸을 낮췄다. 그는 “정치 안정이라는 뜻을 공유하는 모든 야당에 협력을 호소해 나가겠다”며 “자민당 기본 정책과 모순되지 않은 정책이라면 원칙적으로 받아들이는 방향으로 적극 논의하겠다”고 강조했다.
대외적으로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정부의 관세 정책을 비롯해 대외 정세가 불확실성을 더하고 있다. 다카이치 총리는 “미국 관세에 따른 영향 완화에 만전을 기하겠다”며 “경제·식량·에너지 안보 등 다양한 위험과 과제에 국민 여러분과 손을 잡고 대응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특히 다카이치 총리는 새 정부 출범 직후 굵직한 외교 일정이 기다리고 있다. 취임 일주일이 채 되지 않은 26일부터 말레이시아에서 열리는 아세안(ASEAN·동남아시아국가연합) 정상회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방일, 한국 경주에서 열리는 아펙(APEC·아시아태평양경제협의체) 등에서 국제 외교 무대 데뷔전을 치르게 된다.
그는 이번 외교 일정을 통해 “기본적 가치를 공유하는 동지국과 글로벌사우스와의 연대를 강화하는 기회로 삼으려 한다”며 “특히 트럼프 대통령과 조속히 만나 미·일 관계를 한층 더 높은 차원으로 끌어올리리고 정상간 신뢰 관계를 깊게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도쿄/홍석재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