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서 다카이치 사나에(64) 총리가 여성으로는 처음 국정 최고지도자에 오르면서 역대 첫 ‘퍼스트 젠틀맨’이 된 남편 야마모토 다쿠(73) 전 중의원 의원에도 관심이 쏠린다.
야마모토 전 의원은 1990년 중의원 의원에 처음 당선돼 8선을 지낸 중견 정치인이다. 아베 신조 1차 내각 당시 농림수산 부대신과 자민당에서 부간사장 등을 지낼 만큼 능력을 인정받기도 했다.
9살 연하인 다카이치 총리와는 20여년 전인 2003년 처음 교류가 시작된 것으로 알려졌다. 다카이치 총리가 당시 중의원 선거에서 낙선하자 비서를 맡던 동생이 다른 일자리를 찾는 과정에 야마모토 당시 의원 사무실로 자리를 옮긴 게 인연이 됐다. 1년여 만에 야마모토 의원이 다카이치 총리에 전화로 프러포즈를 한 게 결혼으로 이어졌다고 한다. 다카이치 총리는 과거 자신의 소셜미디어(SNS)에 야먀모토 전 의원에 대해 “꽤 무뚝뚝한 사람으로 좀 별로인 사람”이었다면서도 “신기한 건 혼인신고를 한 뒤 정신적으로 굉장히 편안해졌다는 것”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이들은 13년간 결혼 생활 끝에 2017년 한차례 이혼을 했다가, 4년 뒤 다시 재혼한 특이한 결혼 이력이 있다. 다카이치 총리는 당시 이혼 사유에 대해 “서로 정치적 입장차가 크고, 각자 신념을 관철하며 정책 활동에 몰두하고 싶다”라고 밝힌 바 있다. 또 재혼 당시에 일본에서 결혼 때 남편 성을 따르는 일반적 관례 대신 야마모토 전 의원이 호적상 이름을 ‘다카이치 다쿠’로 바꿔 아내 성을 따랐다. 야마토모 전 의원은 지난해 중의원 선거에 무소속으로 출마했지만 낙선했다. 올해 뇌경색으로 쓰러진 뒤에는 다카이치 총리가 정치활동을 하면서 그를 돌보는 것으로 알려졌다.
아내가 일본 역대 첫 여성 총리에 오른 21일 야마모토 전 의원은 일본 언론들과 전화 인터뷰에서 “다카이치씨가 오늘 국회에서 총리에 지명된 데 우선 안도하고 있다”며 “경제 대책 등 국민적 관심사에 구체적 정책으로 결과를 내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일본 첫 ‘퍼스트 젠틀맨’이 된 데 대해서는 “특별한 감상은 없다”면서도 “일본 첫 여성 총리가 된 아내에게 남편의 존재가 장애물이 되지 않도록 (사람들의 시선을 끌지 않는) ‘스텔스 남편’으로서 든든히 지원하고 싶다”고 말했다고 아사히신문은 전했다.
도쿄/홍석재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