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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가 총리에 당선된 뒤 도쿄 총리 관저에 도착하고 있다. AP 연합뉴스
21일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가 총리에 당선된 뒤 도쿄 총리 관저에 도착하고 있다. AP 연합뉴스

다카이치 사나에 새 일본 총리가 21일 일본 정부 방향키를 잡게 됐지만 시작부터 가시밭길이 예고됐다.

집권 자민당이 국회 양원(참·중의원)에서 소수 여당으로 몰락한 전례 없는 상황에서 총리에 올랐기 때문에 출발부터 기반이 취약하다. 과거 요식 행위로 치부됐던 국회 총리 지명 선거에서 승리를 장담할 수 없어, 야당 여러 곳에 지지를 읍소했던 게 이런 처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일본유신회와 연립 여당을 꾸린 과정에서 짊어진 과제도 그의 어깨를 짓누른다. 일본유신회는 연립 조건으로 자민당에 국회의원 정원 10% 감축, 사회보험료 인하, 재해 등 국가 위기 때 오사카로 수도 기능을 분산하는 제 2의 수도 추진 등을 ‘절대 요구’로 제시했다. 그러나, 국회의원 정원 감축은 자민당 내부에서조차 반대가 심하다. 또한, 자민-유신 의석을 합해도 국회 과반이 안된다. 일본 티비에스(TBS) 방송은 이날 “국회의원 정원 축소만 해도 국회 기반을 흔드는 것인데 (자민당이 연립 조건으로 받은 것은) ‘성급하고 무모하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며 “이를 보류하면 일본유신회 연립을 이탈이 예상돼 다카이치 총리의 역량이 시험대에 오르게 됐다”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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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민당 파벌 의원 불법 비자금 사건 탓에 자민당에 대한 국민들의 싸늘한 시선은 여전하다. 전임 이시바 시게루 총리는 이 문제 때문에 총리에 오를 수 있었지만 이 문제에 발목이 잡혀 조기 하차한 측면이 있다.

더구나, 자민당 최대 파벌이었으며 비자금 문제에 깊숙이 연루된 구 아베파의 지지를 바탕으로 자민당 총재에 오른 그는 이 문제 해결에 소극적이다. 이시바 전 정부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관세 협상을 끝냈지만, 5500억달러(783조원) 규모 ‘투자 청구서’도 해결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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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국회의원 선거에서 치명적 패배 가능성이 거론된다. 김경주 일본 도카이대 교수(국제학)는 한겨레와 통화에서 “자민당과 연립에 합의한 일본유신회조차 다카이치 총리의 불안한 상황을 우려해 각료 파견을 보류하며 일단 상황을 지켜보는 것 같다”고 짚었다.

도쿄/홍석재 특파원

forchis@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