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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일 일본 도쿄 국회에서 다카이치 사나에 자민당 총재(오른쪽)와 노다 요시히코 입헌민주당 대표가 만나고 있다. UPI 연합뉴스
15일 일본 도쿄 국회에서 다카이치 사나에 자민당 총재(오른쪽)와 노다 요시히코 입헌민주당 대표가 만나고 있다. UPI 연합뉴스

일본 집권 자민당과 보수 성향 야당인 일본유신회가 연립 정부를 구성하는 협상이 급물살을 타고 있다. 입헌민주당이 강한 의욕을 보여온 ‘야 3당 총리 후보 단일화'는 정당 간 성향 차를 드러내며 전망이 어두워지고 있다.

자민당은 16일 일본유신회와 새 연립정부 구성을 위한 본격 정책 협의에 착수하기로 했다. 자민당은 지난 10일 공명당의 연립 이탈 뒤, 국회에서 30석 안팎을 확보한 야당 가운데 새 연정 파트너를 물색해왔다. ‘1순위 협상 대상'이던 다마키 유이치로 국민민주당 대표가 사실상 거부 뜻을 밝힌 뒤, 일본유신회가 후보로 급부상하고 있다.

이날 요시무라 히로후미 일본유신회 대표(오사카부 지사)는 다카이치 사나에 자민당 총재와 회담을 한 뒤 기자들에게 “일본의 본질적 구조 개혁 실행을 진심으로 해 나가겠다”며 “위험을 감수하더라도, 기회가 있다면 일본을 위해 도전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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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유신회는 오사카를 제2의 수도로 정하는 방안을 염두에 둔 ‘부수도 구상’과 사회보험료 인하를 연립의 ‘절대 조건'으로 내걸고 협상에 나섰다. 소수 정당이 여당과 연립할 경우, 당 정체성을 잃어버릴 수 있다는 우려에 대해서도 ‘위험을 감수하겠다’는 말로 적극 협상 뜻을 에둘러 드러냈다. 자민당이 난색을 표하고 있는 기업·단체의 정치자금 규제 강화에 대해서도 “광범위한 사안을 협의 대상으로 하고 있으며 최종적으로는 종합적 판단을 내리고 싶다”며 기존 입장을 일부 수정할 수 있다는 뜻을 내비쳤다.

일본유신회는 보수 성향 야당으로 헌법 개정이나 외교·안보 분야 등에서 자민당과 색채가 크게 다르지 않다. 다만 일본유신회의 정치적 기반인 오사카 지역에서 자민당과 경쟁 체제였다는 점 등 과제들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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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원내각제인 일본에선 사실상 중의원(하원·전체 465석) 선거를 통해 새 총리를 뽑는다. 1차 선거에서 과반을 넘는 후보가 없으면 상위 1∼2위가 결선에서 다득표로 신임 총리를 선출한다. 현재 196석인 자민당이 일본유신회(35석)와 손잡으면 과반(233석)에 2석 차까지 접근할 수 있다. 야당 전체가 단일화를 하지 않는 이상 다카이치 자민당 총재가 새 총리에 임명될 가능성이 크다. 보수 성향의 무소속 후보 일부를 자민당으로 영입해 과반을 확보하는 방안도 있다.

자민당이 돌파구를 찾은 것과 달리 제 1야당인 입헌민주당은 ‘야 3당 총리 후보 단일화’를 통한 정권 교체 계획에 차질을 빚고 있다. 협상 테이블에 있던 일본유신회가 자민당 쪽으로 의자를 바꿔 앉은 데다, 또다른 축으로 여기던 국민민주당마저 미지근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노다 요시히코 입헌민주당 대표는 “(자민당이 일본유신회를) 빼앗아갔는지는 아직 모르며 앞으로 며칠 사이 여러 일이 일어날 것”이라면서도 “비장의 카드는 없고, 이제 정공법뿐이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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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여·야 정치권이 합종연횡을 거듭하면서 이시바 시게루 총리의 후임 선출 일정도 혼선을 거듭하고 있다. 이시바 정부는 차기 총리 선출을 염두에 두고 21일 임시국회 소집을 각 정당에 전달했지만 야당 쪽에서 이에 응하지 않고 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자민당은 임시국회에서 총리 지명선거 실시를 제안했지만 야당에선 정당 간 (총리 후보 관련) 협상이 계속되고 있는 만큼 선거 일정을 확정하지 않고 일단 협의를 계속한다는 입장”이라고 전했다.

도쿄/홍석재 특파원

forchis@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