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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군 장교 출신 군사 분석가 스테판 오드랑. 본인 제공
프랑스군 장교 출신 군사 분석가 스테판 오드랑. 본인 제공

“러시아 권력은 2030년 이전에도 (군사 행동) 기회가 오면 그 기회를 잡을 수 있도록 준비할 것이다. 유럽의 정치적 위기가 계기가 될 수 있다.”

프랑스군 해군 장교 출신 군사 분석가 스테판 오드랑(사진)은 20일 한겨레와의 서면 인터뷰에서 러시아가 ‘하이브리드 도발’에 이어 향후 ‘유럽 침공’을 감행할 가능성에 대해 이렇게 짚었다. 서방 일각에서 제기되는 ‘2030년 침공설’처럼 러시아가 공격 시기를 미리 못박아두진 않더라도, 2030년 이전에도 기회가 보이면 공격할 수 있도록 준비 중이라는 것이다.

오드랑은 “러시아 권력은 근본적으로 유럽 사회를 ‘위협’으로 간주한다. 러시아 국민 눈에 유럽은 (러시아 체제에 대한) 대안이 될 수 있기 때문”이라며 “민주주의 체제인 유럽의 단순한 존재가 그들에게는 ‘공격적’이므로, 러시아 권력은 수단이 있는 한 (유럽에) 계속 적대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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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유럽연합·나토(NATO)를 주도하는 서유럽 강대국의 정치적 격변기를 러시아가 파고들 수 있다고 봤다.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장기 집권 중인 러시아와 달리 선거 등을 통한 정치 권력 이양이 잦은 민주주의 체제의 ‘약점’을 포착한다는 얘기다. 오드랑은 “핵보유국인 프랑스의 대선이 있는 2027년부터” 그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특히 나토에 대한 전면 침공보다는 취약한 한두개 나라를 대상으로 공격이 이뤄질 가능성을 그는 예상했다. 옛 소련 구성 공화국이었으며 러시아 접경이고 러시아계 주민이 많은 조지아, 발트 3국(라트비아·리투아니아·에스토니아) 등이 대표적이다. 현재는 러시아 우방이지만, 독재자 알렉산드르 루카셴코의 건강 이상설이 제기되는 벨라루스도 충돌의 ‘단층선’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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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드랑은 “만약 민스크(벨라루스 수도)에서 변화가 생길 경우 러시아는 영향력을 굳히려 할 것이다. 만약 그곳에서 우크라이나의 유로마이단과 유사한 (친서방) 혁명이 일어난다면 러시아는 군사 개입을 원할 수 있으며, 유럽 국가들이 반대파를 지지하면 그로 인한 (군사 충돌) 위험이 수반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그는 유럽연합(EU)이 추진하는 ‘드론 장벽’처럼 러시아와의 국경 전체를 ‘봉쇄’하는 방식의 대비는 비효율적이라고 봤다. 오드랑은 “수kg 화물을 싣고 수십km 정도만 비행하는 소형 드론에 대해선 ‘장벽’이 불가능하다. (국경을 날아서 통과하지 않고) 유럽 영공으로 밀수되거나 공해상 선박에서 발사하는 게 언제나 가능하기 때문”이라며 “장벽은 항상 우회되거나 돌파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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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보다는 유럽이 러시아 도발에 상응하는 ‘비용(대가)’를 치르게 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해야 한다고 오드랑은 주장했다. 예컨대 드론 공격에는 발사 플랫폼과 지휘 벙커 파괴, 생산공장 파괴 등의 순으로 대응하겠다고 명확히 선을 그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러시아에 그들의 행동이 비용을 초래할 것임을 약속해야 한다”며 “공격받으면 대응하되, (상대의) 전략적 전력을 위협하지 않는 방식으로 보복함으로써, 전쟁 의지가 없음을 분명히 하면서도 상대 공격을 중단시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천호성 기자 rieux@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