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법원이 베를린 평화의 소녀상을 철거하라는 행정당국 명령이 정당하다고 판결했다. 소녀상을 세운 재독 시민단체 코리아협의회는 항고할 계획이다.
베를린 언론 타게슈피겔 보도를 보면, 14일(현지시각) 베를린 행정법원은 베를린 미테구청의 소녀상 철거명령 효력을 정지해달라는 코리아협의회의 가처분 신청을 일부 기각했다. 법원은 “(구청은) 다른 예술가들도 공공 도로를 적절히 이용할 기회를 보장하기 위해 설치 기간을 최장 2년으로 제한했다. 따라서 동상 철거 명령은 정당하다”며 “코리아협의회는 공공 도로 땅에서 동상의 존치를 요구할 법적 권리가 있음을 입증하지 못했다”고 판시했다.
다만 재판부는 코리아협의회가 소녀상을 자진 철거하지 않으면 과태료 3000유로(495만원) 부과하겠다는 구청 통보는 부당하다고 판결했다.
베를린 소녀상은 지난 2020년 9월 처음 설치됐다. 코리아협의회는 지난해 8월 영구 설치를 신청했지만 구청은 이를 기각했고, 지난해 10월 소녀상 철거를 명령했다. 이에 코리아협의회가 신청한 효력 정지 가처분 신청을 법원이 수용하면서 올해 9월28일까지 존치가 결정된 바 있다.
그러나 구청이 지난 7월 소녀상을 기존 위치에서 100여m 떨어진 티어가르텐 세입자 협동조합(MUT) 소유 사유지로 이전하겠다고 발표하면서, 코리아협의회는 이 명령에 대한 효력 정지를 재차 법원에 신청했다. 구청은 임시 예술작품의 최장 설치 기간이 2년이라고 주장한 반면, 코리아협의회는 다른 예술작품에는 예외가 적용되기도 했다며 맞섰다. 또 대로변에 놓여 행인들이 쉽게 볼 수 있는 기존 위치와 다르게, 구청이 지정한 사유지는 외부 노출이 잘 되지 않아 교육 효과 등이 적다며 존치를 요구했다.
코리아협의회는 이날 법원 판결에 대해 베를린 브란덴부르크 고등행정법원에 항고하겠다고 밝혔다.
천호성 기자 rieux@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