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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일(현지시각) 이스라엘 예루살렘 헤르츨산 국립묘지에서 열린 다니엘 페레즈 이스라엘군 대위의 장례식에서 추모객들이 슬퍼하고 있다. 하마스는 지난 13일 페레즈 대위의 주검을 이스라엘로 인도했다. AP 연합뉴스
15일(현지시각) 이스라엘 예루살렘 헤르츨산 국립묘지에서 열린 다니엘 페레즈 이스라엘군 대위의 장례식에서 추모객들이 슬퍼하고 있다. 하마스는 지난 13일 페레즈 대위의 주검을 이스라엘로 인도했다. AP 연합뉴스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가 현시점에서 인도 가능한 이스라엘 인질 주검을 모두 돌려보냈다고 밝혔다. 이스라엘이 반발하는 가운데, 미국과 아랍국가들은 국제안정화군 주둔 등 휴전 2단계 사안 논의를 진척시키고 있다.

이스라엘 매체 ‘타임스 오브 이스라엘’ 보도를 보면, 하마스는 15일 밤(현지시각) 2구의 이스라엘 인질 주검을 국제적십자위원회를 통해 이스라엘로 돌려보냈다. 하마스의 군사조직 알카삼여단은 이날 성명을 내 “모든 생존 인질과 수습 가능한 주검을 돌려보내 합의를 준수했다”며 “남은 주검을 수습하기 위해선 특별한 노력과 특수 장비가 필요하며, 이 문제를 종결하기 위해 전력을 다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스라엘과 미국 등은 튀르키예가 파견한 수습지원팀과 장비를 가자지구로 들여보내는 문제를 논의 중이다.

하마스는 이날까지 모두 10구의 주검을 돌려보낸 가운데, 이스라엘은 신원 확인 결과 이 중 1구가 이스라엘 인질이 아닌 팔레스타인 사람이라고 밝혔다. 이 주검이 이스라엘 인질이 아니라면, 가자지구에 남은 28구의 인질 주검 중 3분의 1인 9구만 반환된 것이다. ‘타임스 오브 이스라엘’은 이 주검이 전쟁 중 ‘인간방패’로 사용된 서안지구 팔레스타인 출신 칼릴 다와스로 추정된다고 보도했다. 이스라엘군에선 공식적으로 금지되어 있지만, 팔레스타인 수감자들을 끌고 와 건물과 터널을 수색하게 하는 관행이 만연했다고 이 매체는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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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은 주검이 다 돌아오기 전에는 2단계 휴전협상으로 넘어가지 않겠다고 미국에 통보했다고 미국 매체 액시오스는 전했다. 이스라엘 정부 관계자는 “주검 15~20구는 빠르게 반환될 수 있다”며, “하마스가 일부러 주검 반환을 지체한다”고 말했다고 이 매체는 보도했다. 이스라엘 카츠 이스라엘 국방장관은 군에 하마스와 전쟁 재개를 대비한 포괄적 계획을 수립하라고 지시했다.

이스라엘은 인질 주검 송환이 수주에서 수개월 걸릴 수 있고, 일부는 찾을 수 없으리란 현실을 이미 올해 초부터 인지한 상태로 이달 휴전 합의를 맺었다. 이스라엘의 광범위한 무차별 폭격으로 가자지구 내에 억류된 이스라엘 인질이 사망한 면도 부정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트럼프 대통령의 평화구상 20개 항목에는 반환되는 주검의 숫자와 반환 시기를 명시하지 않았다고 알자지라는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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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도 주검 송환에 차질을 빚는 것은 휴전 협정 위반으로 볼 수 없다고 밝혔다. 트럼프 정부 고위 관료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하마스가 이스라엘에 장기적인 위협이 되는 방향으로 재건을 시도한다면 협정 위반이 되겠지만, 아직 협정을 위반했다고 느껴지는 지점에 도달하지는 않았다”라고 말했다.

하마스의 무장조직 알카삼여단 병사들이 15일 가자지구 가자시티에서 이스라엘 인질들의 주검을 인도받기 위해 도착한 국제적십자위원회 차량 주변을 지키고 있다. EPA 연합뉴스
하마스의 무장조직 알카삼여단 병사들이 15일 가자지구 가자시티에서 이스라엘 인질들의 주검을 인도받기 위해 도착한 국제적십자위원회 차량 주변을 지키고 있다. EPA 연합뉴스

미국과 아랍·이슬람국가들은 휴전 2단계 논의를 진척시키는 중이다. 휴전 2단계 협상에선 하마스의 무장해제와 치안을 담당할 국제안정화군 창설·주둔, 행정을 담당할 팔레스타인 위원회 출범 등이 다뤄진다. 두 명의 트럼프 정부 고위 관료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하마스조차 가자지구 내 다른 세력의 보복을 두려워하고 있다. 상황이 복잡하다”며 “모든 사람이 무기를 쉽게 내려놓으리라고 생각하는 건 현실적이지 않다”고 말했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전날 “하마스가 무장해제를 하지 않으면 우리가 하겠다. 그것은 빠르고, 어쩌면 폭력적으로 일어날 수 있다”고 한 발언과 결을 달리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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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은 이스라엘군이 점령 중인 53%의 가자지구 내에 ‘안전지대’를 만들어 팔레스타인 사람들이 피난 올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하마스가 없는 지역부터 재건 비용을 투입하면서 성과를 확대하는 접근법을 취할 것이라는 점도 설명했다. 또한 인도네시아, 이집트, 아제르바이잔 등 5개국이 국제안정화군에 참여하거나 지원할 의사를 밝히고 있다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한 수석 보좌관은 이 자리에서 “국외에 거주하는 성공한 팔레스타인 디아스포라 중에는 동족들의 고통이 끝나길 원하는 이들이 있고, 이들은 팔레스타인 위원회에 참여하기를 바라고 있다”고 말했다.

김지훈 기자 watchdog@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