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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자지구에서 사망한 이스라엘 인질의 주검을 실은 차량 행렬이 주검 신원 확인을 위해 15일 새벽 이스라엘 텔아비브 아부 카비르 포렌식 센터에 도착하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가자지구에서 사망한 이스라엘 인질의 주검을 실은 차량 행렬이 주검 신원 확인을 위해 15일 새벽 이스라엘 텔아비브 아부 카비르 포렌식 센터에 도착하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이스라엘 인질 주검 반환이 늦어지면서, 가자전쟁 휴전협상이 1단계에서부터 난관을 겪고 있다.

이스라엘 매체 ‘타임스 오브 이스라엘’ 보도를 보면, 하마스는 13일 이스라엘 인질 4명의 주검을 인도한 데 이어, 14일 추가로 4구를 이스라엘로 보냈다. 하마스는 다음날인 15일에도 주검 4구를 이스라엘로 이송하겠다고 중재국들에 통보했다. 이로써 이스라엘에 인질의 주검 12구를 보낸 하마스는 나머지 16구를 송환해야 한다. 당초 하마스는 이스라엘과의 휴전 1단계 합의가 발효된 지난 10일 정오부터 72시간 안에 가자에 억류중인 생존 인질 20명을 석방하고 시신 28구를 돌려주기로 했다.

하마스는 주검이 이스라엘군이 폭격한 건물과 터널의 잔해 아래에 있거나, 이스라엘군이 통제하는 지역에 있어 전체 주검을 인도하는데 시간이 더 필요하다고 설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최근 미국 시엔엔(CNN) 보도를 보면 이스라엘 정부 관계자들은 휴전 합의 전부터 7~9구 또는 10~15구의 시신이 수습되지 않을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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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검 인도를 맡은 국제적십자위원회의 크리스티앙 카르동 대변인은 14일 스위스 제네바 유엔본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일반적으로 유해는 잔해 아래에 있을 가능성이 있다”며 “유해를 찾는 것은 살아있는 인질을 석방하는 것보다 엄청나게 어려운 일로, 훨씬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실제로 이날 주검이 돌아온 요시 샤라비(53)는 지난해 1월 이스라엘군의 공습으로 무너진 건물에 깔려 사망한 인질이다. 이집트는 가자지구에서 주검 수습을 지원할 지원 인력과 장비를 보내는 방안을 이스라엘과 논의 중이다.

이스라엘에선 하마스가 합의를 위반했다며 상응하는 조처를 시작했다. 이스라엘 당국은 15일부터 가자지구로 들어가는 구호 트럭을 합의한 수의 절반인 하루 300대로 줄이겠다고 유엔에 통보했다. 또한 인도주의 시설과 관련해 필요한 사항을 제외하고는 어떠한 연료나 가스도 가자에 반입할 수 없다는 내용도 전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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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정했던 가자지구와 이집트 국경의 라파흐 검문소 개방도 연기하기로 했다가, 하마스가 15일 주검 4구를 추가로 돌려보내겠다고 하자 예정대로 개방했다. 앞서 이스라엘은 휴전이 시작되면 라파흐 검문소를 열어 팔레스타인 주민들이 가자지구를 떠나거나 돌아올 수 있도록 하고, 인도적 지원의 통행도 허용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트럼프 대통령도 15일 트루스소셜에 “약속한 사망자들이 아직 돌아오지 않았다. 2단계를 지금 시작하라”고 글을 올리며 주검 반환과 2단계 시작을 압박했다.

2단계 휴전 협상에선 하마스 무장해제와 대신 치안을 담당할 국제안정화군 주둔, 행정을 맡을 팔레스타인 위원회 수립 문제 등이 논의된다. 바드르 압델라티 이집트 외무장관은 임시 행정 조직인 팔레스타인 위원회를 구성할 실무 중심의 팔레스타인 인사 15명을 선발했다며, 모든 팔레스타인 정파들의 승인을 받았다고 13일 에이피(AP)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말했다. 휴전 협상의 난관이 될 것으로 예상되는 하마스 무장해제와 관련해 트럼프 대통령은 14일 백악관에서 기자들에게 “하마스가 무기를 내려놓지 않으면, 우리가 무장 해제시킬 것이다. 그것은 빠르고, 어쩌면 폭력적으로 일어날 수 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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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엔개발계획(UNDP)은 유엔·유럽연합·세계은행의 추산 결과 가자지구 재건에 700억달러(약 100조원)가 필요하고, 잔해는 5500만톤으로 이집트 기자의 대형 피라미드 13개에 맞먹는 규모라고 밝혔다.

극우파 각료인 베잘렐 스모트리치 이스라엘 재무장관은 이날 한 행사에서 “가자지구에 유대인 정착촌이 생길 것”이라며 “정착촌 없이는 안전도 없다”고 도발했다. 이스라엘은 1967년 3차 중동전쟁 때 가자지구를 점령하고 한때 유대인 정착촌까지 건설했다. 하지만 2005년 9월 아리엘 샤론(1928~2014, 집권기간 2001~2006) 당시 총리가 군 병력을 철수하고 정착촌도 완전히 철거한 바 있는데, 스모트리치를 포함한 우파들이 가자지구에 정착촌을 다시 건설하자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김지훈 기자 watchdog@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