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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 김대중
일러스트 김대중

“선생님, 제 다리 길이가 다른 것 같아요.”

진료실에서 흔히 듣는 말이다. 실제로 검사해보면 많은 경우 정상 범위 안에 있다. 반대로, 우연히 하지부동(leg length discrepancy)이 관찰돼 “불편하지 않으세요?” 하고 물으면, “글쎄요, 그런가요?”라며 전혀 자각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몸의 비대칭에 대한 감각은 사람마다 이렇게 다르다.

하지부동은 말 그대로 두 다리의 길이가 다른 상태를 뜻한다. 그러나 완벽히 같은 길이의 다리를 가진 사람은 거의 없다. 얼굴이 완벽한 대칭이 아니듯 다리도 좌우 몇 밀리미터 차이는 인체의 자연스러운 특성이다. 실제로 다리 길이에 약간 차이가 있어도 골반과 척추, 근육이 스스로 보상해 균형을 유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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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어느 정도 차이부터 문제가 될까. 과거에는 2㎝ 이하 차이는 큰 의미가 없다고 여겨졌다. 하지만 그 기준은 1950년대 군 신체검사나 참전용사 데이터를 바탕으로 한 것으로, 당시 검사 장비로 얻은 결과였다. 오늘날의 정밀한 영상기기와 환경을 고려하면 그대로 적용하기 어렵다. 최근에는 1㎝ 이하를 정상, 1.5㎝ 이상이면 교정이 필요한 수준으로 보는 견해가 많다. 다만 이 기준은 아직 더 많은 연구를 통해 보완돼야 한다. 결국 핵심은 다리 길이의 숫자 그 자체보다 그 차이로 인해 몸이 얼마나 불편을 겪느냐다.

진료실에서는 이런 경우도 자주 만난다. “다리 길이가 다르다”며 깔창을 권유받고 온 환자를 검사해보면 많은 경우 정상 범위 안에 있다. 그래서 “깔창은 필요 없습니다. 다리 길이에 대한 생각은 잊으시고 그냥 편하게 지내세요”라고 말하면 안도한 표정으로 웃으며 진료실을 나선다. 사실 몸은 생각보다 훨씬 유연하고 약간의 차이쯤은 스스로 조율할 줄 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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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부동이 문제를 일으키는 이유는 균형의 무너짐 때문이다. 두 다리의 길이가 다르면 골반이 한쪽으로 기울고 척추는 이를 보상하려 반대 방향으로 휘게 된다. 이런 체형의 비틀림이 오래 지속되면 허리 통증, 무릎이나 고관절 통증, 어깨나 목의 불편감으로 이어진다. 오랫동안 원인을 찾지 못하다가 하지부동이 확인돼 비로소 이유를 알게 되는 경우도 있다.

소아의 하지부동은 특히 주의가 필요하다. 선천적 성장판 이상이나 외상 후 성장판 손상이 원인일 수 있고, 성장하면서 차이가 점점 벌어지기도 한다. 이 경우 성장 예측을 바탕으로 장기적이면서도 전략적인 치료 계획을 세워야 한다. 때로는 ‘성장판 유합술’(다리 길이 차이나 휜 다리 변형이 있을 때 성장판의 한쪽 성장 속도를 인위적으로 늦추거나 멈추게 해 반대쪽 성장과 균형을 맞추는 수술)로 긴 다리의 성장을 멈추거나, 반대로 사지연장술을 통해 짧은 다리를 천천히 늘여 균형을 맞추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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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인의 경우도 불편을 유발하는 하지부동은 수술적 교정이 필요할 수 있다. 외고정기(일리자로프)나 골수강 내 연장정(프리사이스, 핏본 등)을 이용해 천천히 길이를 늘이거나, 반대로 긴 다리를 단축하는 골단축술을 시행한다. 그러나 수술이 전부는 아니다. 연장 과정에서의 재활과 근육 회복이 치료 성공의 상당 부분을 차지한다.

정확한 진단을 위해서는 엑스레이 촬영 방식이 중요하다. 촬영 자세나 각도, 세부 설정에 따라 길이 차이가 다르게 나타날 수 있다. 그러나 영상의 숫자만으로 길이를 맞추려 하면 오히려 불편을 초래할 수도 있다. 하지부동의 본질은 수치의 일치가 아니라 몸이 실제로 느끼는 균형에 있다.

이동훈연세정형외과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