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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버스. 서울시 제공
한강버스. 서울시 제공

서울시가 수상 교통안전 관리에 필요한 인력 확보도 제대로 하지 못한 채 한강버스 정식운항을 강행한 사실이 드러난 가운데, 위기 상황에 대비한 승객 대피 훈련도 허술하게 진행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강버스는 최대 199명이 탈 수 있지만, 화재·침수 등 비상 상황이 벌어졌을 때를 대비한 퇴선 훈련과 물에 빠진 인명구조 훈련에서 가정된 승객 수는 10명 안팎에 그쳤다. ‘최악의 상황’을 가정해 대규모 승객을 탈출시키거나 물에 빠진 상황을 훈련한 적은 한 차례도 없다.

23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이해식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서울시로부터 받은 자료를 보면, 한강버스 개통 전 재난·인명사고 발생 대비 훈련은 지난 4월부터 8월까지 모두 7건이다. 그중 승객 대피·구조 상황이 전제된 건 서울시 미래한강본부가 주관한 복합수난사고 민관합동 현장대응훈련(4월23일)과 ㈜한강버스가 주관한 수색·인명구조 훈련, 퇴선 훈련(8월25일) 등 3건뿐이다.

특히 한강버스 개통 한 달 전 ㈜한강버스가 시행한 퇴선 훈련은, 배에 비상 상황이 발생해 선장이 ‘총원 퇴선’ 명령을 하고 직원이 승객들에게 구명조끼를 입도록 안내하고 구명정을 내려 배에서 탈출하는 과정을 점검했다. 서울시 자료에 따르면, 당시 훈련 참여 인원은 15명이다. 선장·기관장·승무원 등의 역할을 제외하면 많아야 승객 12명을 대피시키는 훈련을 한 셈이다. 그러나 훈련 총평은 “다수 승객의 안전장구 착용 등 사전 대응에 침착하게 대피, 관리 양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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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날 진행한 수색·인명구조 훈련은 사진을 찍던 승객 1명이 강에 빠진 상황을 가정했다. ㈜한강버스는 8월25일 세 가지 훈련을 연이어 진행했는데 이는 모두 유선 및 도선 사업법(유도선법) 시행 규칙에 주기적으로 하도록 규정돼 있다.

㈜한강버스가 8월25일 진행한 퇴선 훈련 증빙 사진. 많아야 10여명의 승객이 앉아있다. 훈련 결과보고서 자료 갈무리
㈜한강버스가 8월25일 진행한 퇴선 훈련 증빙 사진. 많아야 10여명의 승객이 앉아있다. 훈련 결과보고서 자료 갈무리

앞서 미래한강본부가 ‘수상인명구조 골든타임 확립 및 수난 사고 대응능력 제고’를 목적으로 한 훈련에는 119수난구조대, 한강경찰대, 영등포소방서 등 여러 기관이 참여했다. 당시 훈련은 한강버스 운항 중 화재 발생·조종 불가, 기관실 폭발로 기름 유출이 된 상황을 가정하고 인명구조를 진행됐는데, 물에 빠진 승객은 8명으로만 설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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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상황에 대해 이해식 의원은 “수상교통은 사고 발생 시 신속한 구조와 대피가 어려워 대형 인명피해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며 “한강버스는 199인승임에도 승객 10명 남짓만 대피시키거나 강에 빠진 상황을 가정한 요식적 훈련을 해왔다. 실제 사고 발생 시 신속한 대처가 가능할지 심히 우려되는 만큼 안전관리 체계를 전면 재점검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박현정 기자 saram@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