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허위조작정보’(가짜뉴스) 보도로 피해를 입었을 때 그 파급력에 따라 기본 손해액(5천만원 이상)의 최대 15~20배에 이르는 손해배상액을 산정하는 쪽으로 언론중재법 개정 가닥을 잡은 것으로 파악됐다. 이는 민주당이 앞서 밝혔던 ‘시민 피해구제 현실화’라는 언론중재법 개정 취지를 벗어나 실질적으로 ‘언론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를 도입하겠다는 내용이어서 적잖은 논란이 일 것으로 보인다. 특히 징벌적 손해배상 적용 대상엔 기존 언론뿐 아니라 문제의 보도를 인용·매개하는 유튜브와 에스엔에스(SNS)까지도 포함하는 내용을 검토 중이다.
4일 복수의 민주당 언론개혁특별위원회(언개특위) 관계자와 관계 부처의 회람용 문건 등에 대한 취재를 종합하면, 민주당은 오는 25일 본회의 처리를 목표로 언론중재법 개정안 초안을 마련하고 관계 부처 의견을 듣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특히 언개특위는 유튜브 등에 의한 이른바 ‘허위조작정보 보도’ 확산 차단을 위해 언론중재법 적용 대상을 유튜브와 에스엔에스까지 넓히는 방안을 최종 검토하고 있다. 현행법은 ‘언론 등에 의한 사실적 주장의 보도’를 규제 대상으로 하는데, 이를 ‘유튜브 등이 포함된 언론’의 사실 여부에 관한 보도는 물론 인용·매개 행위까지도 넓히겠다는 것이다.
언개특위는 내부 논의 결과 허위조작정보 보도에 대한 배상액을 ‘고의’의 경우 기본 손해액 5천만원 이상의 5배(최소 2억5천만원)로, ‘중과실’의 경우 기본 손해액 3천만원 이상의 3배(최소 9천만원) 수준으로 가닥을 잡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인용·매개에 대해서도 최소 200만~3천만원의 배상액이 검토되고 있다. 이에 더해 보도, 인용, 매개의 파급력에 따라 최대 3배(매체력을 별도의 할증 요소로 분리할 경우 최대 4배)까지 추가 할증이 가능하도록 하는 내용도 더해졌다. 이럴 경우 해당 언론사는 기본 손해액의 최대 15~20배에 이르는 손해배상 책임을 져야 할 수 있다.
앞서 2011년부터 지난 6월까지 국회에 발의된 약 20개의 관련 법안들은 언론 손해배상액의 범위를 손해액의 3~5배로 규정했다는 점에서 최대 15~20배는 시민 피해구제 현실화를 염두에 둔 ‘배액배상제’라기보다 ‘언론 징벌’의 성격이 크게 확대된 안이다. 언개특위에 참여하는 한 인사는 “기존 법안은 단순 참고만 했을 뿐, 그 연장선상에서 논의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하지만 ‘무엇이 허위조작정보 보도냐’를 두고 정파적 공방이 여전한데다 민사와 별도로 사실적시 명예훼손에 대한 형사 처벌 규정(형법 307조)까지 존재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는 ‘언론자유 위축’ ‘언론 탄압’ 논란으로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또 정정보도 관련 표시 의무를 강화하는 내용도 언론계의 반발이 예상된다. 언개특위는 인터넷신문과 네이버·카카오 등 포털사업자는 앞으로 정정보도 청구 사실만이 아니라 ‘청구 요지’와 ‘불확정 결정 또는 하급심 판결’까지 개별 기사에 의무적으로 표시하는 방안을 집중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김동찬 언론개혁시민연대 정책위원장은 “이는 일단 정정보도를 청구하여 ‘보도에 부정적 꼬리표를 다는 수단’으로 악용될 소지가 크고, 특히 하급심 판결 고지를 의무화하는 방안은 문화방송(MBC) ‘바이든-날리면’ 보도에 대한 1심 판결 사례만 보더라도 제도의 위험성과 부작용을 쉽게 예측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 “인용 보도에 엄격한 요건을 적용해 징벌적 손해배상 대상으로 삼게 되면, 당장 ‘김만배-신학림 녹취파일’ 보도나 ‘김건희 명품백 수수 영상’ 보도처럼 원본 자료를 직접 확보하지 못한 언론사가 관련 보도를 포기하게 만드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고도 덧붙였다.
김 위원장은 손해배상액이 최대 15~20배에 이르게 될 수 있다는 점에 대해선 “우리 법체계가 이미 명예훼손을 형사처벌 대상으로 규정하고 있는 현실을 고려할 때, 징벌적 손해배상제 도입 여부는 명예훼손 제도 전반에 대한 선행적 논의와 함께 검토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최성진 기자 csj@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