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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 서울 중구 간호인력취업교육센터에서 간호사 심리상담 전문가 출범 기자회견이 열리고 있다. 대한간호협회 제공
21일 서울 중구 간호인력취업교육센터에서 간호사 심리상담 전문가 출범 기자회견이 열리고 있다. 대한간호협회 제공

“수술 중에 XX이라는 말을 수도 없이 들었다.”, “얼굴에 대고 악을 지르거나 대꾸 못하게 ‘미친거지’, ‘머리가 있냐 없냐’라고 윽박을 지른다.”, “‘우리집 개도 너보다 말을 잘 듣는다’는 둥 폭언을 계속 한다.”, “의사가 (자신의) 기분에 따라 간호사를 감정적으로 대하고 개인 심부름을 시킨다.”

대한간호협회가 21일 밝힌 ‘간호사 인권침해 실태조사’에서 나온 괴롭힘 내용이다. 대한간호협회는 지난달 22일부터 28일까지 온라인 설문(이메일)을 통해 간호사를 대상으로 인권 침해 경험과 대응 방법 등을 물었는데, 응답자 788명 가운데 66.3%가 “최근 1년 동안 3회 이상 인권침해를 경험했다”라고 답했다. 주요 가해자(복수 응답)는 선임 간호사(53.3%), 의사(52.8%), 환자 및 보호자(43%) 순이다. 응답자 10명 중 8명(복수 응답)은 “의료기관 내 환자, 보호자 등 타인과 함께 있는 공간에서 인권침해를 당했다고 답했다.

폭언·갑질 등을 겪고도 간호사들은 대부분 (80.5%, 복수 응답) 부서 내 상급자에게만 보고했을 뿐 별다를 조처를 취하지 않았다.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방법을 모른다”는 이유였다. 설령 대응을 해도 “기관 내 아무 변화가 없었다”는 응답이 69%에 이르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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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인권침해 행위로 인해 간호사들은 분노, 자존감 저하, 우울·좌절감 등을 느꼈다고 답했는데 특히 ‘자살충동을 느꼈다’고 답한 경우도 17.5%(복수 응답)나 됐다.

협회는 이같은 현실을 개선하기 위해 이날 ‘간호사 심리상담 전문가단’을 공식 출범하고 심리상담을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신경림 간호협회 회장은 “수많은 간호사들이 고통을 견디지 못해 떠나고 있는데 이는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생명을 지키는 현장 인력이 무너지고 있다는 경고”라며 “절박한 현실을 외면하지 않고 간호사들이 다시 일어설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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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따라 전국 10개 권역에서 총 24명의 전문 상담가가 간호사들 상대로 상담을 진행하게 된다. 김숙자 정신간호사회 회장은 “정신전문간호사와 정신건강전문요원 1급을 중심으로 심리상담 전문가단을 구성했다”라고 밝혔다. 협회는 “향후 내담자 수가 늘어나면 상담가 수도 늘릴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날 회견에 참여한 김희숙 경북대 명예교수는 “간호사 처우 개선은 방대한 작업이지만 우선 (심리상담을 통해) 간호사들이 힘을 얻으면 조직문화를 변화시켜나가는 시발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다해 기자 doall@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