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형배 전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은 “국민들이 법원에 대한 신뢰를 회복하려면 신뢰성 있는 조처가 필요하다”며 “국민이 재판을 불신하는 상황에서 재판의 독립만을 주장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말했다.
23일 제16회 아시아미래포럼에 두번째 기조강연에 나선 문 전 권한대행은 “법원이 정치적으로 오해받을 결정을 하고 있다”며 이렇게 말했다. 이번 포럼은 한겨레 주최로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 국제회의장에서 열렸다.
내란 사건을 맡은 재판부(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재판장 지귀연)에 그는 ‘쓴소리’를 쏟아냈다. 지난 3월 재판부가 윤석열 전 대통령 구속 취소 결정을 내린 것에 대해 “그게 어떻게 구속 취소가 되느냐. 여태까지 계속 (구속 기간을) 날짜로 계산했는데 왜 그 사건만 시간으로 계산하는가”라며 “누가 봐도 의심을 할 수밖에 없는 사건”이라고 말했다.
또한 문 전 권한대행은 내란 재판부가 일반 형사사건을 함께 맡고 있는 점도 문제 삼았다. 그는 “내란, 옛날 말로 역모다. 역모 재판을 무슨 일반 재판하고 같이 하느냐”고 말했다. 중차대한 사건을 맡은 만큼 내란 재판에만 집중해 “일주일에 몇번씩 신속하게 재판해야 한다”는 것이다. 법원이 반대해 온 ‘내란 재판 중계 의무화’에 대해서도 쿠데타는 비밀이 아니라며, “신뢰성 있는 조처를 해야 국민들이 법원에 대한 신뢰를 회복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문 전 권한대행은 “국민이 (사법부에 대해) 의심을 제기했는데, ‘재판의 독립’을 말한다”며 앞뒤가 맞지 않는다고도 지적했다. 12·3 내란 사건과 관련해 법원이 국민이 신뢰할 수 없는 결정을 스스로 해 왔으면서 ‘사법부 독립’을 주장하는 게 적절하지 않다는 것이다. 그는 “‘신뢰’에는 ‘신뢰’로 답해야 한다. ‘독립’을 얘기하는 것은 맥락이 다르다”며 “의심을 해소할 책임은 법원에 있다”고 말했다.
문 전 권한대행은 정치권에도 쓴소리를 했다. 그는 “(윤석열) 당시 대통령은 ‘정치’에 실패해 ‘법률’을 꺼냈다. 그러므로 탄핵 뒤 들어선 새 정부가 제일 먼저 꺼내 들어야 할 것은 법률이 아닌 정치다. 정치인은 정치를 하고, 법률가는 법적으로 처리하라”고 했다.
김채운 기자 cwk@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