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를 읽어드립니다
0:00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신임 총리가 21일 총리관저에 도착하고 있다. 도쿄/AP 연합뉴스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신임 총리가 21일 총리관저에 도착하고 있다. 도쿄/AP 연합뉴스

‘강경 보수’ 성향으로 알려진 다카이치 사나에 자민당 총재가 21일 일본 새 총리로 선출되면서, 이재명 대통령의 한·일 협력외교 기조가 시험대에 올랐다.

다카이치 신임 총리는 이날 오후 임시국회 중의원(하원) 본회의에서 진행된 총리 지명선거 1차 투표에서 465표 중 과반(233표)을 웃돈 237표를 얻어 일본 제104대 총리이자 첫 여성 총리가 됐다. ‘온건파’로 꼽히는 이시바 시게루 전 일본 총리와 셔틀외교를 복원하는 등 한·일 협력 기조를 다져온 이 대통령으로서는 ‘강경 보수’ 성향의 다카이치 총리를 맞아 대일 외교기조를 새롭게 다져나가야 할 가능성이 커졌다.

다카이치 총리는 과거 역사·영토 문제에서 강경한 ‘매파성’ 발언을 해왔고, 태평양전쟁 에이(A)급 전범이 합사된 야스쿠니 신사도 정기적으로 참배해 왔다. 일본 총리에 오른 그가 어느 정도 수위의 행보를 할지에 따라 한국 정부의 대응 수위도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광고

다카이치 총리가 집권 초에는 내치에 치중하고 신중한 외교 행보를 걸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자민당과 유신회의 연립이 의회 과반을 차지하지 못하는 등 정치적 불안정이 존재하고, 이달 말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일본 방문과 경주 아시아태평양 경제협력체(아펙) 정상회의 등 대형 외교 행사가 여럿 잡혀 있기 때문이다.

이수훈 전 주일대사는 “우선은 다카이치 총리의 연정이 불안정하기 때문에 초기에는 한일 관계에 대해서도 조심하면서 보수 성향을 강하게 드러내지 않고 한일관계를 안정적으로 유지하려고 할 것”이라며 “다카이치 정부가 어느 정도 안정화된다면 내년 초 춘계예대제에 야스쿠니 신사에 참배하거나 ‘다케시마의 날’에 장관급 인사를 보내면서 한일 관계가 시험대에 오를 우려가 있다”고 전망했다.

광고
광고

이 대통령으로서는 올해 예정된 한일 외교 일정을 통해 관계를 안정화하려는 시도가 중요할 것으로 보인다. 다카이치 총리 취임 직후부터 한일 사이에는 외교 일정이 이어진다. 오는 26~27일 아세안(ASEAN·동남아시아국가연합)+3(한·미·일) 정상회의에서 이재명 대통령과 다카이치 총리의 첫 상견례가 있다.

곧이어 다카이치 총리가 경주 아펙 정상회의에 참여하는 계기에 이재명 대통령과 한일 정상회담도 할 예정이다. 이 전 대사는 “지금까지 한일 관계에 공을 들여온 이 대통령은 올해 열리는 여러 외교 행사에서 다카이치 정부와도 한일 관계를 큰 잡음 없는 안정적 협력 관계로 다져가는 것이 중요하다”며 “다카이치 총리가 이후에 영토·역사 문제에서 선을 넘게 된다면 투트랙 외교에 따라 우리 원칙대로 대응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광고

이재웅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일본 새 내각과 긴밀하게 소통하며 한일 관계의 긍정적 흐름을 이어가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며 “지정학적 환경과 무역 질서 급변 속에서 한일 양국이 글로벌 협력 파트너로서 함께 노력하길 기대할 것”이라는 입장을 냈다.

박민희 선임기자 minggu@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