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무총리 세종공관의 낮은 이용률이 꾸준히 문제로 지적되는 가운데 한덕수 전 총리는 1200일이 넘는 재임 기간 중 36일만 세종공관에서 숙박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럼에도 정부가 세종공관을 유지하기 위해 해마다 공공요금 수천만원을 지출하고 있어 ‘세금 낭비’라는 지적이 나온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김승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13일 국무조정실로부터 제출받은 한 전 총리의 공관 사용 내역을 보면, 한 전 총리가 재임 기간 1242일 중 세종시에 위치한 국무총리 공관에 숙박한 일수는 36일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한 전 총리가 서울 삼청동 공관에 숙박한 일수(970일)의 10분의 1도 안 되는 수치다. 국무조정실을 비롯해 행정부처들이 세종시로 이전함에 따라 국무총리의 현안 대응 및 업무 효율을 높이기 위해 316억원의 예산을 들여 만든 거처가 사실상 방치되고 있는 것이다.
특히 한 전 총리의 세종공관 이용일은 △2022년 15일 △2023년 14일 △2024년 7일 등 해가 갈수록 감소했다. 올해는 퇴임 전까지 세종공관을 단 하루도 이용하지 않았는데,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소추에 따른 대통령 권한대행 업무 수행의 영향으로 풀이된다.
2013년부터 사용된 세종공관의 저조한 이용률은 역대 정부 때마다 지적이 나온 사안이다. 하지만 한 전 총리는 재임 기간에 견줘 유독 세종공관 이용률이 저조하다. 실제로 문재인 정부에서 총리를 지낸 정세균(459일 중 51일), 김부겸(363일 중 33일) 전 총리는 한 전 총리에 견줘 재임기간 대비 세종공관을 더 많이 이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2017년 5월 취임해 2020년 1월 퇴임한 이낙연 전 총리의 경우 취임 첫해에만 세종공관을 47일 이용한 것으로 확인됐다.
문제는 세종공관이 사실상 방치되고 있는 상황에서 해마다 수천만원에 달하는 공공요금이 지출되고 있다는 점이다. 총리가 세종공관을 이용하지 않더라도 10여명에 달하는 상시 관리 인력이 머무르며 시설을 유지해야 하는 탓이다. 세종공관의 공공요금(전기·상수도·가스)은 △2022년 5755만원 △2023년 6290만원 △2024년 6000만원이 지출됐다. 삼청동공관에서 해마다 1억원 수준의 공공요금이 지출된다는 점과 세종공관의 저조한 사용률을 고려하면 불필요한 세금이 지출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치권에선 총리의 세종공관 이용률을 높여 세금 낭비를 막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김민석 총리도 지난 7월 취임 뒤 일주일 동안 세종공관에 머물렀지만 이 역시 상시 거주라기보단 상징적인 체류 성격이 강했다.
김승원 의원은 “한 전 총리가 재임 시절 세종공관을 거의 사용하지 않았음에도 막대한 공공요금이 지출된 것은 명백한 세금 낭비”라며 “정부는 세종공관을 국민 혈세 소각장으로 방치할 것이 아니라, 세종시의 행정수도 역할에 부합하도록 효율적인 활용 방안 마련에 적극 나서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심우삼 기자 wu32@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