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를 읽어드립니다
0:00
최민희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이 지난 20일 국회에서 열린 국정감사에서 박정훈 국민의힘 의원을 바라보며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최민희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이 지난 20일 국회에서 열린 국정감사에서 박정훈 국민의힘 의원을 바라보며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최민희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장이 문화방송(MBC) 업무보고에서, 자신이 등장한 보도를 문제 삼으면서 보도본부장을 회의장에서 퇴장시켰다. 다른 이도 아닌, 언론자유 운동에 헌신해온 최 위원장이 정반대에 가까운 행동을 했다니 놀라움을 금할 수 없다.

최 위원장은 지난 20일 문화방송 업무보고를 받는 과방위 회의에서, 그 전날 보도된 이 방송사의 ‘고성·막말에 파행만…막장 치닫는 국감’ 보도를 재생했다. 법제사법위와 과방위의 국정감사 파행 상황을 비판적으로 전달한 리포트로, 다른 매체들의 보도와 다를 바 없다. 여기에는 지난 16일 과방위에서 박정훈 국민의힘 의원과 김우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욕설 문자 공방이 길어지는 가운데 최 위원장이 기자들에게 퇴장을 요청하는 장면이 포함됐다. 최 위원장은 박장호 보도본부장에게 이 대목을 문제 삼으며 ‘이게 중립적이냐’고 따졌고, 박 본부장이 ‘개별 보도 사안에 대한 질의는 부적절하다’고 답하자 질책하면서 “나가라”고 했다.

누구라도 언론 보도에 문제 제기하고 정정·반론 등을 요청할 수 있다. 그러나 최 위원장의 행동은 대상, 방식 모두 부적절했다. 과방위는 방송 관련 법을 관장하며, 문화방송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를 피감기관으로 두고 있다. 공영방송 구성·운영에 상당한 영향력을 미칠 수 있는 상임위원장이, 자신과 관련된 특정 보도를 상임위 회의에서 문제 삼으면서 보도본부장을 퇴장까지 시킨 것은 언론자유 위협이라 할 수 있다. 또 임원인 보도본부장은 편집권 독립 원칙상 개별 보도에 관여할 수 없다는 점을 최 위원장이 모르지 않을 것이다. 그런데도 최 위원장은 퇴장시키면서 “(그냥) 넘어가지 않겠다”는 말도 했다고 한다. 최 위원장은 문화방송 구성원들이 반발 성명을 내자 22일에는 문화방송 보도를 “친국민의힘 편파 보도”라고 비난하면서 압박을 이어갔다. 이런 태도가 더 납득하기 힘들다. 최 위원장은 민주당 언론개혁특별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다. 이런 식으로 언론을 겁박하려는 태도는 민주당이 추진하는 언론개혁이 더 많은 국민들의 지지를 받는 데에도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다. 최 위원장은 사과하기 바란다.

최 위원장은 전두환 정권 시절 해직 언론인들이 만든 진보적 시사잡지 ‘말’ 기자 출신으로, 민주언론시민연합 사무총장, 상임대표 등을 지내며 20여년을 언론민주화 운동에 몸바쳤다. 보수정권의 언론장악에도 앞장서 싸웠다. 그런데 국감 기간 중 딸 결혼식 논란을 포함해 요즘 최 위원장의 모습은 의아하다. 최 위원장의 인식과 태도가 국민 상식과 먼 것 같아 우려스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