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23일 기준 금리를 연 2.50%로 현행 수준을 유지하기로 결정했다. 지난 5월 인하 뒤 세 차례 연속 동결이다. 최근 부동산 시장의 가격 상승세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소비 회복세와 반도체 경기 호조에 따른 양호한 수출 성과가 관세 협상에 따른 불확실성 국면에서 통화정책 운용에 숨통을 틔워줬다는 평가다.
한은 금통위는 이날 의결문을 통해 “성장은 전망의 불확실성이 여전히 높지만 소비와 수출을 중심으로 개선세를 이어가고 있고 부동산 대책의 수도권 주택시장 및 가계부채 영향, 환율 변동성 등 금융안정 상황도 좀 더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기준 금리를 현행 유지하기로 한 배경을 밝혔다.
기존의 금리 인하 기조를 유지하면서도 대외 불확실성과 금융안정 위험이 커진 만큼 인하의 속도와 폭을 조정해 나가겠다는 방침으로 풀이된다. 이날 6명의 금통위원 가운데 4명이 향후 3개월 이후 금리 전망과 관련해 인하 가능성을 열어둬야 한다는 의견을 냈다. 지난 8월 대비 인하 전망을 밝힌 위원의 수가 줄었다.
한은은 특히 다음주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회의와 향후 반도체 경기가 향후 통화정책 결정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했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APEC 회의를 전후하여 윤곽이 잡힐 것으로 보이는 한·미 및 미·중 무역협상의 결과가 향후 성장흐름을 가늠하는 데 가장 중요할 것”이라면서 “연준의 10월 FOMC 회의 결과, 반도체 경기의 확장 속도와 지속기간 등도 면밀히 점검하여 내년 이후의 성장 흐름을 다시 짚어볼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올해 성장률은 지난 8월에 전망한 0.9% 수준에 대체로 부합할 것으로 예상했다. 주가 상승과 소비쿠폰 지급으로 인해 소비 심리가 뚜렷하게 개선되고, 반도체를 중심으로 수출이 예상을 웃도는 흐름을 이어간 영향이 컸다. 이를 통해 3분기 성장률은 1% 안팎의 높은 수준을 기록했을 것으로 한은은 판단했다.
한은은 4분기부터는 미국 관세 협상에 따라 수출 감소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했다. 내년 역시 글로벌 반도체 경기의 불확실성이 큰 만큼 수출 둔화를 예상했다. 다만 그간의 금리 인하 효과와 확장재정 등을 중심으로 내수는 성장세가 올해보다도 확대될 것으로 관측했다.
올해와 내년 경상수지 흑자규모도 지난 전망 수준을 뛰어 넘을 것으로 전망했다. 한은은 앞서 올해 1100억달러, 내년에는 850억달러의 경상수지 흑자를 전망한 바 있다.
류근일 기자 ryuryu@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