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킨슨병으로 뇌 수술을 받게 된 영국 여성이 수술 도중 클라리넷을 연주해 화제다.
20일(현지시간) 영국 BBC 방송에 따르면 이스트서식스주 출신 여성 데니스 베이컨(65)은 지난 2014년 파킨슨병을 진단받았다.
파킨슨병은 뇌의 특정 부분이 퇴행하면서 발생하는 신경 퇴행성 질환이다. 몸의 떨림이나 근육의 강직 등 운동장애가 나타나게 된다.
활동적인 성격이었던 베이컨은 평소 조깅, 수영, 춤, 클라리넷 연주를 즐겼는데 파킨슨병으로 인해 신체 능력이 떨어지면서 취미를 하나 둘 잃게 됐다. 5년 전부터는 클라리넷 연주를 그만둬야 했다.
이에 킹스칼리지 병원은 베이컨에게 뇌 심부 자극술(DBS)을 제안했다. 두개골에 작은 구멍을 뚫어 뇌의 특정 부위에 미세한 전극을 삽입하고 전기 자극을 주는 수술적 치료법이다.
수술을 집도한 키요마스 아슈칸 신경외과 교수는 수술이 효과가 있는지를 확인하기 위해 베이컨에게 클라리넷을 연주하도록 했다.
두개골에 작은 구멍을 뚫고, 좌뇌에 전기 자극을 주자 베이컨은 오른쪽 손가락을 움직여 클라리넷을 연주하기 시작했다. 다음으로 우뇌에 자극을 주자 이번에는 왼쪽 손가락을 보다 자연스럽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아슈칸 교수는 “뇌의 깊은 곳에 전극을 삽입하는 심부 뇌 자극술은 운동 장애가 있는 환자의 증상 개선을 위해 오랫동안 확립된 시술”이라고 설명하면서 “뇌에 자극을 주자마자 베이컨의 손 움직임이 즉각적으로 좋아지고, 연주 능력도 향상되는 것이 보여 매우 기뻤다”고 말했다.
뇌에 삽입한 장치에 지속적으로 전류를 공급하는 장치는 가슴에 이식됐다. 충전식 펄스 발생기로 최대 20년까지 교체없이 사용할 수 있다. 펄스 발생기는 데니스의 뇌 활동을 감지해 필요에 따른 자극 강도를 자동 조절한다.
베이컨은 “자극을 가하자 손을 훨씬 더 쉽게 움직일 수 있었고, 이로 인해 클라리넷 연주 실력도 향상됐다”면서 “걷는 능력도 향상된 것을 확인했다. 이제 수영장과 댄스 플로어로 나가서 내 운동 능력이 얼마나 회복했는지 확인하고 싶다”고 말했다.
서희원 기자 shw@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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